추천운영사례
[경기] 수원 다문화도서관 지구별상상
위치 :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서동 팔달로127번길 31, 2층
연락처 : 031-257-13650
개관 : 2010.07.01 / 운영유형 : 사립
장서 : 8100권
운영시간 : 평일 10:00 ~ 16:00
홈페이지 : http://cafe.naver.com/glocal79/
2010년, 이민자가 많은 수원에서 나고 자란 이십대 여성 다문화활동가 함께 일하던 이주민여성들과 다문화도서관을 만들자고 의기투합했다. 자녀들이 엄마나라 말과 문화를 모르고 엄마와 정서적 유대감도 잘 형성하지 못하는 이주민가정을 위해서.
당시 전국에 2곳뿐이던 다문화도서관을 모니터링하고, 주변 초등학생들에게 이름을 받아 다문화도서관 지구별상상이 문을 열었다.
5년간 민간에서 문화다양성교육을 하며 다문화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제 조금은 다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됐다고도 할 수 있지만, 아직 충분하지 않다. 지구별상상 설립자이자 활동가 리온소연, 곽홍우 관장 부부에게 지구별상상과 다문화도서관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ㅣ이주민이 많은 지역에 탄생한 다문화도서관
Q1. 지구별상상은 어떤 계기로 어떤 목적을 갖고 설립된 도서관인가요?
수원에서 나고 자란 저는 이주민이 많은 지역에서 이주민지원시민단체 활동가로 참여했었습니다.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엄마나라의 언어, 문화와 단절되어 성장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접하며 문화다양성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2009년 함께 하던 이주여성활동가분들과 다문화도서관을 만들고자 뜻을 모았습니다. 당시 전국에 다문화 도서관은 딱 두 곳뿐이었어요.(동대문 다문화도서관 모두와 수출입은행에서 만든 안산 다문화도서관). 두 곳을 방문해 어떤 책을 비치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그리고 YWCA 등 다른 다문화지원단체를 여럿 방문하며 도서관 기본 그림을 잡아 나갔습니다. 조사 끝에 ‘지구별 친구들의 사랑방이자 아지트’를 모토로 수원 다문화 도서관 ‘지구별상상’이 문을 열었습니다. ‘지구별상상’이란 이름은 이 지역(수원 화서동) 초등학생 아이들이 직접 지어준 이름입니다. 초등학교 앞으로 나가 아이들에게 직접 의견을 물었어요.
결혼이민자분들이 아이들과 더 친해지고 이중언어를 통해 엄마랑 유대감을 갖게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도서관입니다. 도서관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인 요리, 영상, 음악이 책과 함께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는 ‘이주민문화예술공간’입니다.
지구별상상이 지향하는 핵심가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평화, 다양성, 네트워킹, 주도성. 이 중 개관 5년이 된 지금 특히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주도성’입니다. 이주민들이 수혜를 받아야하는 사회적 약자가 아닌 모국의 문화와 자신의 재능을 선주민들과 나눌 수 있는 주인공이 되게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지구별상상에서는 이용자들이 곧 활동가들입니다.
▲ 세계문화체험
ㅣ부모 모두의 말과 문화를 이해하도록
Q1-1.문화다양성교육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신다면?
2010년 당시 사회적 분위기는 결혼이민자분들이 한국에 살며 모국어를 할 기회가 없고, 자신의 아이에게 엄마 나라의 말과 문화를 들려주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어린 아이에게 다른 나라 말을 가르치면 언어장애가 온다는 잘못된 상식이 홍보되기도 했구요. 저희 같은 민간의 다문화운동이 국가의 문화다양성교육 방향을 제시하며 조금 나아졌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오는 초등학생, 청소년들을 보면 90%는 한국말 밖에 못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결혼이주민 여성들에게 그리고 아버지들에게 아이들과 도서관의 엄마나라 책을 함께 보라고 열심히 권하고 있습니다.
▲ 지구별 요리교실
ㅣ이주민들이 자신의 재능을 나누는 기회와 공간 제공
Q2. 이용대상, 소통매체, 가치 모두 일반적인 도서관과 차이가 있는데, 그에 따라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개관 초기에는 이주민 중도입국자녀들의 생활적응과 정서적 지원을 돕는 여러 가지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청소년 아카펠라하모니교실, 청소년다문화미디어교실, 청소년인문학강좌‘아시아를 읽다’ 등 입니다. 이 아이들이 지금은 청년이 되어 도서관에 큰 행사가 있을 때 자원봉사자로 참여해주곤 합니다.
그리고 지난 5년간 안 해본 프로그램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제일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역시 지구별 요리교실, 도서관 공간 안에 공동 주방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다국적 요리를 하게 되는데. 한국요리를 결혼이민자에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자기나라 음식을 먹고 싶어 하는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진짜 현지 베트남 요리, 중국 요리, 러시아, 일본, 한국 요리 등을 다른 나라 여성들에게 알려주고 해서 나눠먹습니다. 일 년에 3~4개월 씩 4년째 진행 중입니다. 1년 내내하면 힘들고 레퍼토리도 떨어지기 때문에 아쉬울만큼, 또 기다려질만큼만 합니다.
올해는 매주 화요일 오전, 동네 독거노인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요리수다방’을 진행 중입니다. 한국 사회에서 대개 수혜자 입장에 있던 결혼 이민자들이 요리를 해서 기초수급자 독거노인 분들께 지난 2년간 반찬배달을 해드렸었어요. 그런데, 구도심이라 이주민여성활동가들 배달도 만만치않고 댁에만 계시는 어르신들도 심심해하셔서, 올해는 조금 방식을 바꿔봤어요. 모여서 얘기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자하고. 현재 열 분 정도 지역 어르신들이 정기적으로 함께합니다.
▲ 영상동화교실
ㅣ다국어 양서, 협력, 재능기부가 모여 운영
Q3. 운영예산은 어떻게 마련되나요?
후원회원들의 후원비, 대출회원의 월가입비, 그리고 저희부부의 대외활동수입으로 꾸려갑니다. 지자체나 단체의 지원금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장서는 이미 8천여 권이 있어 신간도서마련보다 이미 있는 양서들을 더 충분히 활용하자는 생각으로 꾸려갑니다. 양서 활용 방법 중 하나는 책놀이교육이에요. 이주민엄마들에게 유,아동 자녀들과 재미있게 놀면서 책 읽는 법을 가르쳐 드리는 겁니다. 개관 5년차라 도서구입보다는 유지비, 프로그램운영비 등이 필요한데, 올해는 공모사업 지원금으로 요리수다방 재료비로 쓰는 중. 재능기부 협력을 해주시는 지역단체들과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핸드드립 커피강사님이 와주시기도 하고, 텃밭보급소에서 나눔텃밭을 함께 만들어주시고, 예술작가 두 분이 일주일에 두 번씩 오셔서 도서관 활동 그림도 그려주시고, 인형극도 해주세요. 작은도서관은 역시 사람들이 함께하는 힘이 제일 큽니다.
▲ 인형극 공연에 쓰인 종이공예 인형
ㅣ다문화 활동가 양성을 목표로
Q4.운영자 소개 부탁드립니다~!
곽홍우 관장님은 중국출신 결혼이민자, 그리고 저는 수원 토박이로 젊은 시절부터 다문화활동가로 일했습니다. 2010년 7월 지구별 창립 시에 5년간 제가 대표를 맡고, 그 동안 다문화 활동가를 키워 대표직을 물려주려고 했는데, 결혼이민자 여성분들은 육아, 취업 등의 문제로 힘들었고, 중도 입국 청소년들도 취업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그래서 5년째인 올해, 곽홍우 활동가가 대표가 되어 운영 중입니다.
ㅣ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책과 엄마와 더욱 가까워 지도록
Q5. 여러 나라의 책들이 모여 있는데 장서구성과 활용은 어떻게 하시나요?
지자체 지원금으로 신간도서를 구입하곤 했는데, 이제는 신간 구입보다 이미 있는 다국어 책들을 활용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둡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결혼이민자들 중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는 분들은 모국에서도 책을 많이 읽어본 분들이세요. 책을 통해 좋은 추억과 기억을 갖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는 분들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요. 그래서 일본, 중국, 베트남 등 나라별, 교육수준별, 개인성향별로 차이가 많습니다.
현재 8천여 권의 장서가 있고, 각국의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추천도서 등 양서로만 구성된 장서가 있는데, 사실 아직 많이 읽은 분은 별로 없습니다. 이주민여성들은 도서관에 주로 책을 읽기보다 친구를 만나러, 문화프로그램에 참여하러 오시거든요. 그렇게 오시는 엄마들에게 책놀이를 가르쳐드립니다. 아이에게 꼭 책을 읽어 줄 필요는 없고, 먼저 책이랑 놀게 하는 법, 예를 들면, 유아동 들이 제자리에 앉아 듣기만 하면 책을 싫어하니까 우선 친해지게 하라는 기본적인 것부터, 매년 겨울 정기 강좌로 진행합니다.
▲ 다국적 책들이 모여있는 서가
ㅣ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상상이 펼쳐지길
Q6. 다양한 이용자들 이야기 조금 더 들려주세요.
지구별상상에는 200여 명의 대출회원이 있습니다. 민간도서관이라 운영비마련을 위해 월대출회원비를 받는데, 그렇게 가입해 멀리서도 계속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지구별이 문을 여는 시간인 평일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시간이 있는 수원지역의 이주민여성 엄마들이 주 이용층입니다. 중국 분들이 70~80%, 베트남,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캄보디아, 미얀마 등 다양한 국적의 분들이 오세요. 지역 선주민 아이들과 어른들은 주로 주변의 큰 공공도서관이나 마을문고를 이용합니다.
Q7. 다문화도서관이라 다른 홍보 방법으로.
그래서 홍보 방식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결혼이주민 여성들은 입소문이 아니면 모을 수가 없어요. 일반 작은도서관과 전혀 다릅니다. 블로그나 현수막으로도 홍보해 봤지만, 역시, 친구가 ‘가봤는데 좋더라!’ 해야 손잡고 오세요. 그래서 주로 카카오톡, 밴드를 이용합니다. 핸드폰 연락처를 나라별 그룹으로 묶어 놓고 관리합니다.
ㅣ선배 도서관으로써 경험을 나눕니다.
Q8. 수원시 작은도서관 협의회 소개
수원은 아직 작은도서관의 역사도 짧고 우수 사례도 거의 없어, 지역 주민들이 '걸어서 5분 거리의 작은도서관'이라는 개념을 많이 모르고 계세요.
지구별 설립 당시 필요한 서류에 대한 정보도 찾기 힘들어, 타지자체 안내를 참고하며 고생했습니다. 그런 경험 때문에 2012년 수원 해님달님작은도서관과 수원시작은도서관협회를 만들었습니다. 민간 작은도서관의 장서선정 기준, 등록절차, 수서배가 방법 등을 공립도서관과 협력할 수 있게 시행착오를 줄이고 정보를 얻어갈 수 있게 운영 중입니다.
1년간 준비모임을 거쳐 현재 약 20개 작은도서관이 두 달에 한번 정기모임을 가집니다. 아파트 도서관 의무설치 등으로 수원에도 작은도서관이 많이 늘어나는 중이라 계속 회원도서관이 늘어가는 중. 가입을 원하시는 수원 작은도서관은 선경도서관 작은도서관 담당자에게 문의하시면 안내해 드립니다.
협의회에서는 수원 독서문화 축제 때 함께 작은도서관 홍보부스를 진행했고, 또 대부분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도서관 운영 정보를 함께 공부하고 공유합니다.
최근 개정된 <수원시 작은도서관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는 지원 기준을 전용면적 85㎡이상, 장서수 3,000권 이상, 연간 자료증가수 300권 이상, 주5일 이상 개관, 1일 6시간 이상 개관 등으로 상향조정 했습니다. 체계가 잡혀가는 만큼, 꼭 필요한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수원 작은도서관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 보기
ㅣ제대로 된 다문화정책의 담론과 방향성을 제시
Q9. 앞으로의 방향을 말씀해주신다면?
이제 5년차가 된 지구별상상은 찾아가는 다문화도서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올해 말부터 준비해 내년까지, 수원다문화도서관이 아닌 그냥 ‘지구별상상’으로 이름을 바꿀 겁니다. 이 공간이 본부가 되고 이주민들이 찾아가는 다문화교육 활동가가 되어 지역 학교 등을 방문해 다문화인식개선교육을 진행할겁니다. 그것이 앞으로 점점 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게 될 다문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다문화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원의 첫 다문화도서관으로서 수원시에 다문화정책에 대한 제대로 된 담론과 방향성을 제시할 책임감도 갖고 있습니다.
ㅣ모두가 책읽는 소소한 행복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Q10. 다른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에게 지금 해주고 싶은 말씀 한 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수원에 등록된 작은도서관도 100여 곳이지만 제 역할을 잘하고 있는 도서관은 많지 않습니다. 현재 여러 면에서 작은도서관들은 과도기의 단계에 있는 듯 합니다. 작은도서관은 사람들에게 책 읽는 소소한 행복감을 주는 곳이죠. 지금은 우리 사회에 그런 소소한 행복을 찾을 시간도 없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니까 계속해서 그런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그리고 마을의 소통공간이 되는 것이 작은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제 역할을 하는 작은도서관들이 성장, 발전하기 위해 함께 의견을 모을 수 있는 지역별 네트워크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답변_지구별상상 리온소연 / 정리_(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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