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정책사례

2013.10.01

교통 오지 완주군에 도서관은 13개…시설도 수준급!

정부 정책 발맞춰 작은도서관·학교도서관 꾸준히 조성…‘제19회 독서문화상’ 수상



[전북 완주] “젊은 날 한 권의 책이 그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처럼 독서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합니다. 저 또한 어릴 적 읽은 책 한 권이 지금의 꿈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요. 꿈을 이룬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이렇게 큰 상을 주셔서 행복할 따름입니다.(웃음)” 

독서의 계절 9월을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제19회 독서문화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서진순 주무관(전북완주군청 문화관광과)의 소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995년부터 독서문화 진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독서문화상’을 제정해 매년 시상해오고 있다. 

서진순 주무관은 오지 산골마을인 완주군에 높은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도서관을 만들고,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발굴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또한 전북에서는 최초로 ‘책 읽는 도시, 완주’를 선포하고 재능 기부·소외계층을 위한 정보봉사·특색 있는 문화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도서관의 가치를 널리 알린 점도 높이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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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독서문화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서진순 완주군청 문화관광과 주무관.


전북 완주군은 도농복합 지역으로 주민들의 교육·문화적 욕구는 높은 반면, 문화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그 흔한 영화관이나 예술회관 하나도 없었다. 대표 도서관이라 할 수 있는 삼례공공도서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이면 주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려면 차로 50분,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기본 두세 번 환승은 물론, 하루를 꼬박 소비해야 할 정도였다. 

이런 지리적 특성 탓에 그동안 14개 읍·면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도서관에서 매주 1회 운영하는 이동도서관을 통해 책을 빌려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2006년까지만 해도 삼례읍·고산면에 있던 공공도서관 두 개가 전부였던 이곳에 어떻게 수준 높은 인프라를 갖춘 도서관이 구축될 수 있었을까. 

평소 ‘책벌레’로 통하는 서진순 주무관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산골짜기 도서관에 근무하면서도 시대적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책을 곁에 두고 산다는 서 주무관은 정부가 발간하는 다양한 정책·문화 잡지를 읽으면서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완주군 도서관에 이를 적용하기 위해 늘 고민을 거듭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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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공공도서관 건립 및 운영 컨설팅’을 통해 주민들이 이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공공도서관으로 바뀐 완주군립중앙도서관의 로비. 시민들이 기증한 책이 북타워를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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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 소양면에 위치한 철쭉 작은 도서관의 내부는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재능기부로 화사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진=완주군)

 
도서관 분야에 대폭 투자를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임정엽 완주군수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문을 연 서진순 주무관은 “책 읽기에 관심이 많은 임 군수가 취임 후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건립에 적극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공공도서관이 없는 읍·면 지역의 특성을 감안해, 가장 공을 들인 건 ‘작은도서관’ 건립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원하는 작은 도서관 건립 사업에 응모해 5대1에 달하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선될 수 있었던 것도 평소 쏟아온 관심과 노력 덕분이었다. 그렇게 2007년 ‘구이 모악 작은도서관’이 건립됐다.

서진순 주무관은 “당시 이 지역에 두 개의 공공도서관이 있었지만 도서관의 위치가 거의 산 속에 있었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져 이용객은 많지 않았다.”며 “전북의 1호 작은 도서관인 구이 모악 도서관이 건립되면서 좀더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때부터 작은 도서관 건립에 시동이 걸리면서 이듬해에는 외딴 섬처럼 떨어져있던 이서면에 ‘고맙습니다, 배꽃들 작은도서관’이 건립됐으며, 2009년에는 상관면에 ‘기찻길 작은 도서관’이, 2010년에는 봉동읍과 소앙면에 작은도서관이 연이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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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은 봄비처럼 촉촉이 젖어드는 감성 서비스를 목표로 연령대별 프로그램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은 유아와 엄마를 대상으로 한 북스타트 행사 현장.(사진=완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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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완주군의 특화 프로그램인 ‘골목대장 탐험대’를 기반으로 2011년부터는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사진=완주군)

 
2011년에는 삼례읍과 화산면에 작은도서관이 생겼고, 지난해에는 경천면 작은도서관이 건립되면서 공공도서관 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던 문화 소외 지역에 생활밀착형 작은도서관 총 8곳이 조성됐다. 이 밖에도 ‘학교·마을 도서관’ 조성 사업으로 인구 1,000명 이하 소규모 면 지역의 초등학교 도서관을 주민들에게 개방하면서 2010년 비봉학교 마을 도서관, 2011년 운주학교 마을 도서관·동상학교 마을 도서관 등 3곳이 조성돼, 완주군 전체 읍면 13곳에 도서관이 조성됐다. 

서진순 주무관은 ‘봄비처럼 촉촉히 젖어드는 감성 서비스’를 캐치프레이즈로 삼아 주민들의 생활에 촉촉히 젖어드는 독서·문화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작은도서관이 건립될 때마다 ‘독서회’를 조직했다. 완주 군립 삼례도서관의 문학기행 ‘꿈달아(꿈꾸는 달팽이 아줌마)’를 시작으로 주민들이 추천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동아리 활동을 열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지역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경치가 좋은 구이면 작은도서관에는 문학 작가 파견 사업을 실시해 시인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키는 한편, 젊은이들의 손길이 필요한 소양 작은도서관은 문화·복지시설 봉사 활동 영역으로 확대시켰다. 또한 연령대별 대표 프로그램을 구축해 유아와 엄마를 대상으로 한 ‘북스타트 운동’을 비롯해 초등생을 대상으로 한 ‘독서 골든벨 대회’,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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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군의 대표 독서 프로그램인 ‘독서 골든벨'은 각 학교마다 예선전을 치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사진=완주군)

 
2009년부터 시작된 ‘골목대장 탐험대’는 완주군에만 있는 특색 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동네 토박이 아줌마들이 로드매니저로 나서는 이 프로그램은 역참터·황금동·옛 우시장 터·비비정·삼례역 등 오래도록 관심 받지 못했던 지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들을 양지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시골 오지에 사는 문화소외계층을 위한 봉사 활동에도 적극 앞장섰다. 독서 능력은 있지만 거동이 불편해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장애인에게 책을 배달해주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농촌 지역에 늘어나는 다문화 인구를 고려해 ‘다문화자료실’도 마련했다. 

2011년에는 전북 최초로 ‘책 읽는 지식도시, 완주’를 선포해 독서문화운동을 본격적으로 확대해 나갔다. 도서관을 기반으로 한 독서회와 동아리 30개가 구축됐고, 1년간의 독서회 우수활동 사례를 공유함으로써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그 결과, 군민의 25%인 2만1천 명이 도서관 회원에 가입했으며, 연간 100여 개의 독서문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이는 2009년과 2011년 도서관 운영 평가에서 연이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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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완주군이 2009년 전국 도서관 운영 평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전북 완주군)

 
서진순 주무관은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를 해소하는 것 중 하나가 공공도서관 업무 중 하나”라며 “정부의 정책 방향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적극 활용함으로써 주민들의 정보 격차를 조금씩 줄여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자기 계발도 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에게 문화·정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 하루하루 행복하게 일하고 있다.”며 수줍게 미소지었다. 

인구 8만6천 명이 거주하는 완주군에는 현재 공공도서관 5개·작은 도서관 8개·학교도서관 3개 등 총 16개의 도서관이 있다. OECD가 권고하는 인구 5만 명당 1개를 이미 넘어선 지 오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보통 인구 7만 명당 도서관 1개를 목표로 하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1만7천명 당 1개꼴인 완주군의 도서관 인프라는 가히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진순 주무관은 “지난 6년간은 도서관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14개 읍·면 지역에 맞는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확충해 주민들의 지적 갈증을 해소하고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데 집중해 나갈 것”이라며 “도서관의 가치를 널리 알려 유아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언제 어디서나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문화를 이끌어가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정책기자 박기태(대학생) sosrncnf28@naver.com


이 기사는 '정책브리핑 다정다감'의 정책기자단에 의해 작성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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