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늘씨네 / SF&판타지도서관

2015.03.31


가볼까? 특별한 영화와 책 있는 도서관
작은도서관 사례 늘씨네 / SF&판타지도서관
1월의 칼바람도 녹여줄 따뜻한 사랑방 같은 이색도서관으로 안내합니다.
겨울방학 동안에 이색도서관에서 특별한 책읽기의 재미를 느껴보면 어떨까요.

늘씨네
늘씨네는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이하 모극장)이 운영하는 소규모 영화도서관이다. 모극장은 2013년 5월에 설립된 단체로 공동체 상영과 비극장 상영을 중심으로 한 영화 배급과 대안 상영회 운영, 사회혁신콘텐츠 제작·유통 활동을 하고 있다. 누구나 이러한 활동들을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는 공간으로써 2013년 12월에 늘씨네를 개관하였다.


공덕역 1번 출구 부근에 있는 사회적 경제장터인 ‘늘장’ 안에 자리한 늘씨네는 몽골의 전통 가옥 형태인 게르 모양을 하고 있어 쉽게 눈에 띈다. 8평 남짓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들어가보면 알록달록한 꽃무늬 천장과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입구 맞은편에는 영화를 보며 즐길 수 있는 공정무역 커피와 차를 판매하는 공간이 있고, 테이블과 소파, 스크린, 영화 DVD장, 책장이 알차게 들어차 있다. 모극장 회원, 영화감독 등의 현물 기부나 구매를 통해 DVD 500여 개와 인문책 1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DVD는 상업영화부터 독립영화, 예술영화까지 다채롭게 구성되어 있다.

늘씨네 이용자들은 주로 극장에서 금방 내려 쉽게 볼 수 없는 희소성 있는 영화나 단편영화, 독립영화 DVD를 많이 찾는다. 보고 싶은 DVD를 골라 직원에게 가져가면 노트북과 이어폰(또는 헤드폰)을 빌려서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단, 대여는 모극장 회원들만 가능하다. 모극장 회원가입은 연회비 1만원부터 12만원까지 회원등급에 따라 달라지며, 모극장 회원은 늘씨네 음료를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상영회 ‘늘씨네와 벗들’에 상시 무료로 참여가 가능하다.

매주 금요일에는 ‘늘씨네와 벗들’을 진행한다. 문화·사회 분야에서 활동하는 문화평론가, 영화감독, 뮤지션 등 다양한 사람들을 초청하여 그들이 추천하는 영화를 스크린으로 함께 보고, 상영 후에는 초대 손님과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눈다. 최근에는 음악 에세이집 『악행일지』의 저자이자 대중음악평론가인 김작가, 영화 「카트」를 연출한 부지영 감독,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 등이 참여해 영화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하며 영화를 깊이 있게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늘씨네와 벗들’의 초대 손님과 자세한 일정은 모극장 누리집이나 늘씨네 페이스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회의, 모임, 공연 등을 위한 장소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대관 프로그램으로 ‘작은 시사회’가 있다. 최소 열 명 이상으로 인원수만큼의 찻값을 지불하면 되고, 3시간이 기준이며 시간을 추가할 경우 별도의 이용료가 부과된다. 프로젝터와 스크린, 스피커 등이 구비되어 있어 특히 대학생들이 졸업 작품 시사회 장소로 이용하기 좋다.

극장에서 화려한 영상과 흥미 위주의 이야기로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만 영화도서관에서 여성, 이주민, 노동자의 삶 등을 주제로 다룬 작지만 힘 있는 영화들을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염리동 169-12 늘장 안
• 전화 : 02-2632-5800
• 홈페이지 : www.cine4all.com / www.facebook.com/neulcine



SF&판타지도서관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SF&판타지도서관은 이름 그대로 SF와 판타지 등 장르 전문도서관이다. 2009년 3월, 전홍식 관장이 개인 장서 7,000권을 갖고 문을 연 이래 SF와 판타지를 즐기는 이용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출판사와 뜻있는 개인의 기증으로 책들이 더해져 1만 6,00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20평 정도의 작은 공간이지만 만화, 미래, 메카 등 특화된 주제별로 나뉘어 도서들이 수서되어 있다. 창작에 도움이 되는 비소설 자료(역사, 문화, 사회과학, 과학잡지, 화집)와 DVD도 두루 갖추고 있다. 1,500점 정도의 영화, 애니메이션 자료가 있는데 오페라·다큐멘터리 자료도 어느 정도 구비되어 있다.

전 관장은 SF&판타지도서관이 ‘단순히 SF와 판타지를 모은 창고가 아닌 장르의 향기를 나누는 문화공간’이라고 이야기한다. 이를 증명하듯 이용자들은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자료를 찾아보며 캐릭터 메이킹, 스토리텔링, 미디어 관련 공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도서관이 중심이 되어 SF무크지 「미래경」 「원더랜드」도 출간하였다. 주말에는 SF·판타지 영화 상영회를 하는데 고등학생들도 많이 참석해 도서관이 보다 활기차진다. 또 SF, 판타지, 시나리오 창작 강의, 작가와의 만남 프로그램 등도 수시로 열린다.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이용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열람실도 정리중이다. 이용자 층이 다양한 건 이러한 노력 덕분이다. 도서관을 찾는 주 연령층은 20~30대로 대학생이 많고, 창작을 하는 이들도 도서관을 자주 찾는다. 실제로 이곳을 찾은 작가들이 남긴 사인과 작품들이 책장 한쪽에 빼곡히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SF&판타지도서관은 서대문구 제1호 전문도서관이다. 그러나 이렇다 할 지원 없이 관장의 사비로 운영되고 있다. 작게나마 도움을 주는 분들이 있고 스스로도 즐겁기 때문에 운영을 이어가고 있지만 비용 면에서 부담이 있다. 그래서 더 많은 자료와 시설, 충실한 공간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전 관장은 이야기한다. 그래도 도서관을 찾아오고 이 공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있어 보람도 크다고.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있기에 많은 사람들과 만나서 좋아하는 것을 함께 즐길 수 있거든요. 기존의 작가들이나 SF 전문가들을 소개하여 이른바 다리 역할을 할 때도 기분이 좋습니다. 그럴 때는 제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가 늘어나기를 기대하며 미소 짓곤 합니다.” SF와 판타지가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 작은도서관에서 소통하고,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습은 작은도서관이 어떤 장소로 자리매김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전 관장은 아동용 SF명작 『금성탐험대』, 미하엘 엔데의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를 어린이 이용자들에게 추천한다. 특히 『끝없는 이야기』는 전 관장이 초등학교 때 세뱃돈으로 구입한 책인데, 이 책을 만난 이후 책과 함께 성장했다고 할 만큼 좋은 작품이라고. 인생에서 만난 좋은 책 한 권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방학을 맞아 SF&판타지도서관을 찾아가거나, 근처 작은도서관에 들러 인생의 친구가 될 책을 만나보면 어떨까.

•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 29 (연희동 121-6) 중앙빌딩 3층
• 전화 : 070-8102-5010
• 홈페이지 : www.facebook.com/sflibrarykr


박세희 기자, 한희숙 편집장 / 2015-01-01 08:39

이 기사는 (사)행복한아침독서 '작은도서관신문'에 소개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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