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울산] 양정작은도서관달팽이
책을 통해 나를 찾고, 나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양정작은도서관달팽이
양정작은도서관달팽이는 1996년 화봉동에서 책 읽는 엄마들의 모임 ‘아름다운 출발’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신나는 자람터, 희망배움터, 아이 좋은 책, 울산교육문화생협, 연암꾸러기 지역아동센터 등 수많은 단체를 거쳐 설립된 마을도서관으로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현숙 대표는 달팽이도서관 운영과 더불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울산광역시의원으로 정치활동을 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힘썼다. 하 대표는 지역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주민접근성이 좋은 마을도서관을 설립했다고 한다. 양정작은도서관달팽이는 1만 2천여 권의 도서가 있다. 하 대표는 “달팽이 도서관이 책을 통해 위로받고 자기를 실현할 힘을 키우는 곳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Q1. 양정작은도서관달팽이는 어떻게 설립됐나?
첫 활동은 1996년에 연암동과 화봉동에서 책 읽는 엄마들의 모임 '아름다운 출발'에서 시작했다. 1997년부터 공동육아 '신나는 자람터'를 만들어 1999년까지 활동했다. 2000년에는 1년간 ‘희망배움터’로 무료 방과후 교실을 운영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이 좋은 책’이라는 단체로 방학교실, 독서여행 등의 활동을 했다. 이후 2003년에는 아름다운공동체 ‘울산교육문화생협’을 설립해 방학교실, 독서여행, 방과후 교실, 주부대학 등의 활동을 이어갔다. 울산교육문화생협은 엄마들이 품앗이로 돌아가며 활동했지만 2010년부터는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이 많아지면서 활동의 범위가 커져 엄마들이 힘들어지자 지역아동센터를 만들어 달라는 의견이 늘었다. 이에 2010년 울산교육문화생협의 공간이 연암꾸러리 지역아동센터로 전환됐고, 울산교육문화생협의 책들로 양정에 도서관을 설립한 것이 지금의 달팽이다. 달팽이도서관은 2010년 11월 4일에 설립했다. 연암꾸러기 지역아동센터는 2014년 연암동에 있는 한 교회가 넘겨받아 지금도 활동 중이다.
Q2. 도서관 이름 달팽이의 의미는?
느림의 미학이다. 달팽이는 느리고 별 볼 일 없지만 생명력을 가진 존재고 그들도 그들만의 가치가 있다. 달팽이는 느리지만 목표가 정해지면 어떤 곳이라도 꼭 간다. 느리고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것들, 아이들에게 그런 가치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달팽이라는 이름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책을 통해서 자아를 찾고 아이들이 스스로가 가치 있고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며 성장하길 원했다.
Q3. 달팽이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모든 것이 자원봉사 체계다. 교육청과 북구청의 지원을 받고 있고 작은 후원도 받고 있다. 그런 지원금으로 책을 사고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1996년 화봉동에서 처음 시작된 책 읽는 엄마들의 모임 ‘아름다운 출발’의 엄마들 중 한 명은 지금까지도 달팽이도서관의 운영위원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정년퇴직 후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상록봉사단의 단원들이 2014년부터 매주 도서관을 찾아와 책을 닦아주고 책매김 작업(책의 수명을 오래 유지하도록 하는 작업)을 해주고 있다. 봉사단은 12명 정도고 전직 교사들이 많다.
▲ 사진 출처 : 문학큐레이터(blog.naver.com/munhakcurator)
Q4. 양정작은도서관달팽이의 목표는?
“책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나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채워나가자”다. 우리의 중심이 ‘나’고 사회의 중심이 ‘나’다. 사회를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사는 것이다.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좋아서 일하는 것임을 깨닫고, 결국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 목표다. 지역 사람들이 아이들과 함께 모여 정을 나누고 활동하는 것을 보면 기분이 좋다. 우리의 활동을 통해 지역 안에 이런 거점들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대부분의 부모는 카페에서 차를 마시거나 쇼핑 등을 하면서 공동체 활동보다는 소비생활을 많이 한다. 하지만 아이들과 도서관에 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또 다른 생산적 활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활성화되면 부모뿐만 아니라 동네 사람들 전체가 부모가 돼 아이들을 살펴주고 챙겨주게 된다. 그런 가치를 만들고 전하고 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컸으면 좋겠다. 또한 이런 활동들이 선한 영향력으로 퍼져나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길 바란다. 선한 영향력으로 건강한 사회적 자본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아이들이 힘들 때 자기를 지지해 주던 어른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지식은 어디에서든 습득이 가능할 정도로 널려 있지만 사회성 향상은 함께하는 활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우리는 지식을 하나 더 배우고 접하는 것보다 함께 어울려 지내고 서로를 수용하는 지혜를 가르치려고 한다.
▲ 사진 출처 : 문학큐레이터(blog.naver.com/munhakcurator)
Q5. 운영진은 어떻게 구성돼 있나?
운영위원회(9명)가 있다. 예전에는 운영위원 회의를 매주 1회 진행했지만 지금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실시하고 있다. 마을학교는 아이들 15명을 대상으로 시작했다. 마을학교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을 데려오면 항상 반겨주며 간식도 함께 나눠 먹는다. 학부모들이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에 들어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달팽이도서관의 교사는 10명으로 당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수업은 ▲월요일-그림책으로 만나는 영어교실, ▲화요일-오카리나 수업, ▲수요일-숲 체험, ▲목요일-조물조물 고사리손 요리교실, ▲금요일-글쓰기 수업 등으로 진행하고 있다.
Q6. 수업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월요일 ‘그림책으로 만나는 영어’는 영어 그림책을 이용한 놀이와 노래 수업이다. 화요일 ‘노래하는 오카리나’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시끌벅적한 게 딴짓을 하는 것 같지만 교사의 말을 잘 알아듣고 곧잘 따라 부른다. 수요일 ‘자연의 품에서 크는 아이들’ 수업(숲 체험)에선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놀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이들은 몸으로 노는 놀이를 좋아한다. 목요일은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으로 ‘조물조물 고사리손 요리교실’이다. 아이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나눠 먹는다. 금요일 ‘삶을 가꾸는 글쓰기’ 시간은 글쓰기를 수업 전반에 하고 후반에는 책 읽기, 이야기 들려주기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과 별개로 틈틈이 책 읽기를 하고 있다. 책을 읽을 때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닌, 소리 내어 책 읽기를 권장하고 있다. 책 읽는 자신의 목소리를 자신의 귀로 듣는 것이 어린이 정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산만했던 아이가 차분해지고 내성적이었던 아이가 발표력이 좋아지는 것도 ‘소리 내어 책 읽기’ 활동을 통해 얻는 효과다.
▲ 사진 출처 : 문학큐레이터(blog.naver.com/munhakcurator)
Q7. 달팽이 도서관에 마스코트가 있다던데?
2017년 10월 도서관에 길냥이가 들어왔다. 추석이 지난 후 반납함 옆에 쓰러져 있던 아기 고양이를 아이들이 안고 들어온 것을 모른 척할 수 없었다. 그 고양이를 병원에 데려가 살렸고 도서관 문 앞에 입양할 분을 찾는 안내문을 붙였다. 하지만 아무도 데리고 가려는 사람이 없어 그대로 눌러앉았다. 이 고양이의 이름은 미국 <도서관 고양이 듀이>란 책의 고양이처럼 반납함에서 구조돼 ‘듀이’라고 지었다. 다음 해인 2018년 6월 도서관 2층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길에서 죽어가는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왔다. 이 녀석은 털도 듬성듬성 빠지는 피부병까지 앓고 있었다. 이 고양이 역시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서 살렸다. 이름은 ‘봉석’이로 또 다시 키워줄 분을 찾았지만 찾지 못해 도서관에서 키우게 됐다. 봉석이란 이름은 한국도서관을 지켜낸 분의 이름을 차용했다. 그래서 동서양 도서관 거장의 이름을 가진 두 마리 고양이가 도서관과 함께 커나가고 있다. 고양이들 때문에 도서관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운영하려고 했던 카페를 접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민원이 발생하게 되면 도서관이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 생각해서다. 고양이를 도서관에서 같이 키우는 것도 공공의 영역이라고 생각했다. 이 녀석들은 사람보다 약자라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은 고양이를 피해 다른 도서관을 가면 되지만 듀이와 봉석이는 갈 곳이 없다. 운영위원회에서 그냥 키우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지금은 멀리서 고양이를 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사람도 있다. 동네 아이들의 8할은 고양이를 보러 도서관에 온다. 책을 통한 성장도 있지만 동물과의 교감을 통한 정서적 발달도 무시할 수 없다.
Q8.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교사들이 아이들의 에너지를 미처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다. 그때가 조금 힘들고 또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제약이 많다. 도서관 운영은 재밌고 보람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열악하다 보니 월세, 전기세를 제때 못 낼 때가 많다. 안정적인 운영이 어렵다.
Q9. 주변의 반응은?
도서관 모든 교사가 마음을 다해 지역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아끼는 모습을 보며 학부모,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 또한 마을 거점으로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을 서로 의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이 있기 때문에 도서관에 의지하고 기대기도 한다. 아이들의 고민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문제도 함께 공유하고 해결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달팽이도서관은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곳이다. 도서관의 이용자는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고 있다.
▲ 사진 출처 : 문학큐레이터(blog.naver.com/munhakcurator)
Q10.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학교에 있을 시간에 달팽이도서관을 찾는 중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항상 도서관 다락방에 앉아 만화책을 읽다 가곤 했다. 도서관 봉사자들은 ‘위험한 곳에 안 가고 도서관에 오는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 점심 때는 밥도 해서 줬다. 그러면 밥을 다 먹고 빈 그릇을 챙겨 내려오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봉사자의 지갑이 없어졌다. CCTV 확인 결과 그 아이가 가져간 것이었다. 우리는 아이의 부모를 찾아 법적 조치를 하지 않겠으니 대신 상담 받을 것을 권했다. 그 이후로 아이도 도서관을 오지 않았고 부모들과도 연락이 원활하지 못해 사실상 연락이 끊겼다. 지금도 그때 못다 푼 숙제처럼 마음에 응어리로 남아있다.
Q11.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활동이나 바라는 점은?
지난 6월 15일 울산동광학교 교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현재 만 49년 된 야학이다. 학교를 세운 설립자의 뜻을 이어 잘 운영하고 싶다.
Q12.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자기가 자기를 사랑해 주면 모두가 자기를 사랑해준다. 아이들이 자기 자신이 귀중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힘들 때 혼자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달팽이도서관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으니 언제든지 편하게 찾아오길 바란다.
■ 양정작은도서관달팽이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운영 월~금 10:00~17:00, 토일 휴관
주소 울산광역시 북구 염포로 521-1, (양정동) 염포로 521-1(양정동) 1층
/출처 : 울산저널, 김선유 기자
http://www.usjournal.kr/news/newsview.php?ncode=1065602061314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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