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서울] 숲속SH작은도서관
문화 사막에 오아시스 같은 도서관
숲속SH작은도서관
숲속SH작은도서관(이하 숲속작은도서관)은 서울특별시 구로구 항동로에 자리한 사립작은도서관으로 항동에 아파트 단지가 만들어지면서 마을 소통의 장을 위해 만든 도서관이다. 마을 주민들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아이들 교육과 문화체험,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함께하며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새로운 지구, 새로운 문화
서울의 마지막 신규택지개발지구로 인프라 시설이 미흡해 아파트 하나만 있던 항동. 아파트 촌일 것만 같은 이곳에 존재만으로도 치유되는 문화 쉼터 숲속작은도서관이 있다. 30~50대 가구 비율이 높으며 그에 따라 유아동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여러 각지에서 새로운 사람들이 모인 만큼 주민들이 하고 싶은 건 많았지만 열정과 비교하면 문화나 도서시설이 턱없이 부족했다. 열정을 지지대 삼아 젊은 가구들이 협심해 작은도서관 운영을 위한 노력 덕분인지 초기 도서관 자원활동가가 17명이나 됐다. 자원활동가의 열정으로 무사히 도서관을 개관할 수 있었다.
조슬기 관장은 “대학교 다닐 때 학교도서관에서 근로장학생으로 근무를 했었어요. 이사 갈 때 주변에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도서관이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주변에 도서관이 없는 지역(신규택지지구니까요)으로 이사 오게 되었는데, 마침 단지 내 도서관이 생긴다고 하니 자원활동을 안 할 이유가 없었어요.”라며 도서관과의 인연을 전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용자가 없을까 걱정했지만 이것은 기우였다. 주민들이 바라던 공동체가 활성화되어서인지 도서관 개관을 많은 분들이 반가워했다. 주민들의 사랑에 화답하기 위해 도서관운영에서도 양질의 책을 확보하고 다양한 책문화 활동으로 이용자들을 맞이했다. 그렇게 숲속작은도서관은 항동지역 문화 속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자원활동가 손길로 일구는 초록빛 책 바람
항동은 녹지가 30%에 달하며 근거리에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단 하나의 수목원인 푸른수목원이 자리해 있다. ‘숲속’이라는 이름은 천왕산과 수목원 사이 숲 안에 있는 도서관이란 의미다. 이름에 따라가듯 자연을 많이 활용한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목원과 공원에서 수채화 활동을 하거나 아이들과 숲놀이도 하며 마을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숲속작은도서관은 72평 규모에 1만여 권에 달하는 장서를 갖춘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작은도서관이다. 아동도서와 성인도서를 비치한 큰 열람실, 유아도서와 그림책을 비치한 유아열람실,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멀티미디어실, 돌봄공동체와 동아리 활동을 하는 소모임실 4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있다.
초등학생 대상으로 2020~2021년에 여성가족부와 구로구가족센터에서 지원받아 초등돌봄공동체 ‘항함크’를 운영했다. 조슬기 관장은 “어린 연령대가 많은 단지 특성상 육아품앗이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현재 여러 개 육아품앗이 동아리가 운영 중이고, 마음 맞는 분들이 품앗이로 활동하다가 아이들이 자람에 따라 학습 보조나 관심사에 따라 성격을 달리하며 엄마들 모임으로 발전하고 그런 모임들이 자연스레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게 됩니다.”고 말을 전했다.
도서관은 대관도 진행하고 있으며, 도서관 소속 동아리는 무료로 대관해주고 있다. 주민들에게 편안하고 즐거운 문화 쉼터를 제공하고자 공간 구석구석 세심하게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소모임실 한쪽 벽면을 차지한 벽화다. 이 벽화도 자원활동가의 재능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이렇듯 자원활동가의 손길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아이들 대상으로 미술수업도 진행했고, 미식 문화를 원하는 주민을 위해 아이들 식생활 개선 문화프로그램과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진행 중이다. 봉사자가 원하는 활동에 강사로 참여해 소정의 활동비도 지원받아가며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
상근으로 근무 중인 송지현 사서팀장은 “어린이 프로그램과 성인 프로그램 가리지 않고 많이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주민들이 문화프로그램에 대한 열의가 높아서 항상 인기가 많아요. 아직 동주민센터도 짓는 중이고, 주변에 문화 생활를 누릴만한 곳이 여기밖에 없는데 큰 규모의 행사를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우리 도서관에서 문화 행사를 많이 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 중이죠.” 라고 전했다.
동아리도 현재 9개가 운영 중이고 자원활동가 뿐만 아니라 가급적 주민들 위주로 강사를 섭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초등돌봄공동체 '항함크'를 비롯하여 육아품앗이 '우리함성'과 '초록품', 초등학생 독서동아리 '들썩들썩', 성인 독서토론동아리 '숲속아리', 그림책연구모임 '책봄', 그림책 읽는 성인 동아리 '그보맘', 부모와 아이가 함께 영어책 읽는 동아리 '엄마품', 뜨개동아리 '아뜨' 등이 도서관을 대표하는 동아리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 중 뜨개동아리는 활동 중 만든 물품을 전시회도 하고 판매하여 지역에 기부도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마을 문화 숨결을 채워가는 도서관으로
숲속작은도서관은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50명, 2021년 연간 대출건수 2만여 권에 달할 만큼 큰 사랑을 받고 있지만 처음부터 웃을 일만 가득하진 않았다. 개관을 한창 준비 중이던 때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개관을 1년여 미루게 된 것이다. 모든 도서관이 그랬지만 문을 열 수 없는 날이 많아졌고, 도서 대출에 대한 요구가 많았기 때문에 방역 수칙을 지켜가며 최대한 운영 가능 방법을 찾고, 열람실 미운영 상태에서 대출반납만 시행하는 등 운영을 멈추지 않으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도 대출반납을 활성화하기 위해 비대면 대출을 시도하고, 자외선소독기를 자비로 구입해서 비치하게 되었다. 크고 작은 시도와 자원활동가들의 헌신으로 이용자는 꾸준히 늘었고, 현재 33명의 자원활동가가 일반 자원활동을 포함, 운영위원회, 도서선정위원회 및 홍보팀, 자원활동지원팀, 배움터팀으로 활약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미뤄진 개관식을 2020년 10월에 마을 축제인 하하하페스티벌의 메인 행사로 함께 진행했다. 구로구청, SH지원사업단과 단지 내 공모를 통한 공동체사업 같이살림프로젝트 등 여러 사업이 모여 규모가 상당했다. 송지현 사서팀장은 “주민들이 코로나로 인해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 때였는데 축제가 힘이 된 거 같아요. 많은 분이 참여해 개관식 현장 분위기가 아주 좋았죠. 개관식도 크게 할 수 있고, 준비 기간이 늘어나면서 행사 노하우도 쌓고 시설도 정비하며 보완해나갈 수 있었지요.”라며 당시 소회를 전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덕분인지 하하하페스티벌은 도서관이 주체가 되어 매년 진행 중이다. 주민 사이에 입소문이 퍼져 첫 회 방문자가 신규방문자와 함께 참여해주었고, 단지 내 자율방범대에서 안전 관리도 솔선수범 해주는 등 코로나19 상황에서도 1000여 명이 참여하는 마을축제로 자리 잡았다. 도서관에서는 자원활동가와 동아리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해주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자원활동가들의 활약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숲속작은도서관은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월, 화, 금요일은 22시까지, 토요일은 10~14시에 문을 연다. 자원활동가 중 야간팀인 달님팀이 별도로 협의하여 운영 중이며, 직장인들도 일 마치면 도서관에서 활동하며 자원활동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20년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초등학교 등교 제한 조치에 따라 부모가 일을 쉬지 않는 이상 아이들이 집에 방치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혼자 공부해는 저학년 아이들은 옆에서 보조해주지 않으면 수업 진행이 어려웠고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던 지자체와 학교에서 마을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 요청을 도서관이 신속하게 받아들여 도담도담마을학교 원격학습지원 협업 프로그램을 2년에 거쳐 진행했다.
“마을의 활동가들이 돌봄을 2년여 진행하니 아이들이 마을에서 소외되지 않았죠.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학교에 가니까 지원을 받은 아이들은 학교생활이나 학습면에서 훨씬 안정화 돼 있고, 도움이 됐다고 전해 들으니 정말 뿌듯했어요.”
이 기쁜 소식을 EBS에서 취재하고 뉴스에 송출이 되었고, 더 나아가 서울시교육청에서 정식 공모사업으로 도담도담마을학교 라는 방과후 마을학교를 진행하고 있다.
“도서관을 운영하려고 준비하다보면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계속 도전해야 합니다. 현재 법령상 지자체 담당자와 자주 만나 방법을 논의하고, 잘 운영되고 있는 근거리 작은도서관을 찾아 컨설팅을 요청하면 같은 고민을 했던 입장에서 외면할 활동가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일단 부딪혀보세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알려주며 애정 어린 응원을 듣게 될 것입니다.”
다방면으로 운영하며 좋은 성과를 내는 숲속SH작은도서관. 많은 사람들이 작은도서관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지원이 부족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조관장은 지자체의 실질적인 지원 확대와 함께 작은도서관 사람들의 부단한 노력이 어우러져 작은도서관 문화가 더 활짝 꽃피우길 바라는 염원을 전했다.
■ 숲속SH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아파트 작은도서관
운영 월화금 10:00~22:00, 수목 10:00~18:00, 토 10:00~14:00, 일 휴관
주소 서울특별시 구로구 항동로 43, (항동, 하버라인 3단지)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윤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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