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꽃우물작은도서관

2013.04.10

안산시
꽃우물작은도서관

stx 작은도서관 고맙습니다 작은도서관 사례집

_ story 01 "할머니, 할머니 우리 할머니"

"꽃우물 작은도서관은"

안산외곽의 시골마을인 화정동(花井洞)에 위치해 있습니다. 도시화와 함께 마을주민들이 시내로 빠져나가고 마을 안의 초등학교마저 폐교되면서 마을에서는 아이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아이들도 언제 마을을 떠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아이들과 부모의 정주의식을 높이고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2005년 10월 “책과 자연을 함께 만나는 도서관”이라는 모토아래 화정교회 내 꽃우물도서관이 생겼습니다.

마을아이들은 마을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학고 외지인들에게는 마을의 자연을 경험하도록 마을아이들 20명과 시내아이들 20명을 대상으로 “생태체험프로그램”을 월1회 진행했습니다. 월마다 계절에 맞는 책을 먼저 고르고 책과 연관된 생태체험, 요리, 만들기, 놀이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도서관이름이 많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생태체험프로그램을 2년 정도 진행하였을 때 안산에 ‘안산시 좋은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생겨서 도서관이름으로 마을공원 만들기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_ story 02 어린이도서관에서 작은도서관으로

처음에는 ‘어린이도서관’ 꽃우물로 시작되었지만 아이들이 커가면서 도서관도 함께 자라 이제는 전 연령을 대상으로 하는 꽃우물 ‘작은도서관’이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독서교육만으로는 평생 독자를 양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아래 어른이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책읽어주는 할머니》라는 책을 접하면서, 북스타트가 갓 태어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면 어르신들이 많은 시골에서는 어르신들 대상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책 읽어주는 할머니》는 작가의 딸과 작가의 친정어머니 사이의 일화를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할머니가 손녀가 읽어주는 책 덕분에 글을 떼게 된 것도 감동적이지만 우리네 일상이 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번 프로그램의 아이디어가 되었습니다.

‘할머니들에게 책을 읽어드리고 책과 연관된 소재로 그분들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다. 그래서 책으로까지 만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3대 혹은 4대가 모여 사는 마을의 특성을 살려 아이들이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겪는 일들을 몸으로 또는 책으로 풀어보면 좋겠다. 그렇게 풀어낸 이야기도 좋은 책의 소재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책읽어주는 할머니》의 주인공처럼 할머니와 손자손녀가 책을 매개로 공통된 추억을 만들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_ story 03 어르신들과 함께

먼저 어르신들이 계시는 마을회관으로 매주 목요일 2시에 찾아가 《책읽어주는 할머니》를 비롯한 18권의 책을 매주 2권씩 읽어드렸습니다. 찾아가면서도 과연 책 읽어드리는 것을 좋아하실까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1시간 남짓 책이야기를 하는 동안 아이들보다도 더 집중해서 들으셨습니다. 게다가 허리가 아프셔서 앉아계시는 것이 힘드신 데도 벽에 기대서 혹은 누워서 들으셨습니다. 본인의 삶과 비슷한 내용이나 익히 알고 계신 옛이야기에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외국 책처럼 본인의 삶에 비추어 낯선 것에는 공감을 하지 못하셨습니다. 책을 읽어드리러 처음 방문한 날 책을 다 읽어드리고 나오는데 할머니 몇 분이 읽어주기만 하지 말고 좋은 책 있으면 빌려달라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두 번째 방문할 때부터 어르신들이 읽으실 만한 소설책이나 수필, 꽃 가꾸기 등에 관련된 책을 준비해가서 빌려드렸습니다.

어르신과 진행한 두 번째 프로그램은 “책 읽어주는 할머니”작가 김인자 선생님과의 만남입니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매년 여름 안산작은도서관네트워크 연합행사로 작가와의 만남시간을 갖습니다. 또 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의 기회를 갖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가지면 어떨까하는 생각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김인자 선생님께서 1월 둘째 주에 시간이 되신다고 해서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귀한 작가를 모시는 것이니 동네 아이들의 부모인 어르신들의 며느리들도 부를까하다가 어르신들만의 이야기를 풀어내어 보는게 좋겠다 싶어서 어르신들만 초청했습니다. 저희가 읽어드린 책이었지만 작가분이 책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설명도 해주시고, 책의 주인공인 어머니의 요즈음 근황도 얘기해주시자 더 관심 있게 책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책읽어주는 할머니”외에도 작가가 최근에 출간한 책들도 할머니 할아버지들에 관한 이야기라 직접 읽어주셨습니다. “할아버지를 기쁘게 하는 12가지 방법”이라는 책 주인공이 노인회장 어르신과 너무 닮아서 모두들 한바탕 웃었습니다. 손자까지 닮아서 모두 신기해했습니다.

_ story 04 아이들과 함께

이렇게 어르신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은 두 가지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첫째는 연극놀이 강사의 지도로 할머니 이야기를 시와 연극으로 담아내 보는 것입니다. 함께 쓰는 동시는 각자 ‘할머니와 나’를 주제로 시를 써본 후 자신의 시에서 가장 맘에 드는 한 구절을 골라 모아 재배치하여 하나의 시로 만들어보는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한 두 번째 프로그램인 연극 만들기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먼저 각자 할머니에 대한 기억 가운데 아래의 6가지를 적어봅니다.

  • 내가 할머니 때문에 기뻤을 때
  • 내가 할머니 때문에 화났을 때
  • 내가 할머니 때문에 슬펐을 때
  • 할머니가 나 때문에 기뻤을 때
  • 할머니가 나 때문에 화났을 때
  • 할머니가 나 때문에 슬펐을 때

이렇게 각자 적은 이야기를 모아 함께 읽어보고 3팀(기쁨/ 화남/ 슬픔)으로 나누어 모아진 이야기를 갖고 대본을 만들어 연극 연습을 했습니다.

연극을 준비하면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신이 할머니로 인해 기뻤던 일 슬펐던 일 화났던 일 등을 다양하게 풀어놓았습니다. 연습을 할 때는 선생님이 할머니를 하기도 했지만 어르신들 앞에서 발표할 때는 아이들이 할머니 역할을 해서 할머니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마을회관에 책을 읽어드리러 갈 때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들을 녹음해왔습니다. 이야기들을 토대로 북아트 전문강사의 지도를 받아 이야기책을 만들어보았습니다. 원래는 동화식으로 이야기하나를 하나의 책으로 만드는 것을 생각했으나 북아트 선생님이 사전에 기본 틀과 재료를 준비해가기 위해서는 모두 비슷한 주제로 담아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하셔서 동일한 내용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_ story 05 모두가 함께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함께한 첫 번째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시낭송과 연극발표입니다. 연극놀이 마지막 시간 아이들은 함께 지은 동시와 연극을 보여드리려고 마을회관으로 갔습니다. 먼저 어르신들과 섞여 3팀으로 나눠 ‘이거리 저거리 각거리’라는 게임을 했습니다. 이 후 시낭송과 팀별 연극발표를 했습니다.

어르신들과 아이들이 함께 작업한 두 번째 프로그램은 “손 큰 할머니의 만두 만들기”입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생태체험프로그램으로 진행한 적은 있으나 마을 어르신들과 처음 해본 프로그램입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주인공 할머니와 닮은꼴 찾기, 예쁜 만두 만든 아이 시상을 했습니다. 직접 반죽을 해서 만두피를 만들어 만두를 빚었습니다.

_ story 06 맺음말

이렇게 이번 문화프로그램이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어르신들은 이번 도서관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가 책이 되고 시가 되고 연극 대본이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책과 가까이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도서관 입장에서는 즐겁고 보람된 일이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마을회관에 주1회 책 읽어드리기가 상시프로그램화 되었고 마을회관만 갈 수는 없다는 생각에 마을의 식당들에도 책을 빌려드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식당에 계신 분들도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던 차에 책을 앉아서 책을 빌려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좋다고 하십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와 아이들이 동시와 연극으로 풀은 할머니 이야기는 이야기 모음집으로 묶여졌습니다. 이 이야기 모음집을 토대로 앞으로 기회가 되면 원래하려고 했던 동화만들기 작업도 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글을 다듬고 그림도 그리면 재미있는 동화집으로 꾸며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도서관 꽃우물”에서 시작되어 2012년 개관 7년 만에 리플릿을 만들면서 “꽃우물 작은도서관”으로 이름을 바꾼 것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이, 아니 아이보다 어른이 먼저 책을 읽는 마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서였고,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취지는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아이들보고 어른들이 ‘책 읽어라’ 닦달하기 전에 어른이 먼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마을의 독서문화를 꿈꾸며 꽃우물 작은도서관이 작지만 도서관의 본연의 임무를 잘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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