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서울] 언니네 작은도서관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마을공동체
언니네 작은도서관
언니네 작은도서관은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에 자리한 사립 작은도서관으로 서울여성회가 더 안전하고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만든 공간이다. 마을 주민들이 도서관을 중심으로 아이들 교육과 체험 활동, 다양한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아이들 지키는 울타리가 되자
대림동의 어느 한적한 주택가 속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어나는 곳이 있다. 아이들은 각자의 목소리로 책을 읽고, 어른들은 삶을 나누며 어울리는 마을 사람들의 보물 같은 공간. 바로 언니네 작은도서관이다.
도서관은 2010년에 벌어진 어느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방과 후 수업을 기다리던 8살 여자아이를 범인이 납치해 성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서울 여성회와 주민들은 안전한 공간이라 생각했던 학교에서 벌어진 범죄에 크게 분노했고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지역사회 캠페인을 벌였다.
주민들은 안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CCTV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주장했다.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서울여성회는 '아동 성폭력 에방은 지역사회의 몫입니다'를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사람들이 편하게 만나고 안전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범죄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위해 CCTV와 같은 물리적 환경의 개선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모이고, 이를 통해 여성과 아동이 안전한 마을공동체를 위해 작은도서관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서울여성회 회원들은 주민들과 함께 마을공간인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피켓과 안내지를 들고 거리에 나가 도서관의 중요성을 홍보했다. 시장은 물론 동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은 모두 다니며 준비위원을 모집하고, 재능기부 신청을 받았다. 그렇게 612명의 준비위원이 모여 공간을 청소하고, 각종 집기를 모아 2013년 12월 언니네 작은도서관으로 개관했다.
서울여성회가 갖고 있던 책 2,000여 권과 기증도서 4,000여 권이 모여 서가를 가득 채웠다. 도서관명은 친한 언니네 같은 도서관이라는 의미와 활동가들이 모두 여성이어서 ‘언니네’로 정했다.
2021년 9월 언니네는 세 번의 이사를 마치고 지금의 위치에 자리 잡았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을 때 운영진들은 접근성이 뛰어난 대로변, 넓은 주차공간,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을 고려해 정했다. 더 많은 주민이 쉽게 찾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고심 끝에 이전한 곳이다.
근처에 초등학교, 어린이집이 많아 이용자는 대부분 여성과 아이다. 도서관 활동가들은 엄마들에게 항상 이름으로 불러준다. 도서관에서만큼은 자녀의 엄마, 남편의 아내가 아닌 오로지 자신만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니네는 ‘여성들과 아이들의 성장을 함께 만드는 공동체’를 추구한다. 운영진들은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이웃들이 많아지면 자연스레 마을에 대한 애정이 생길 것이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체가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마을공동체가 탄생하는 공간이 언니네가 될 수 있길 바라며 오늘도 도서관 문을 활짝 열고 있다.
언니네의 초록색 평등 세상 만들기
언니네는 서울여성회 부설기관이다. 서울여성회는 여성들의 자기 성장을 돕고 성 평등한 마을 만들기에 노력하는 단체다. 운영진들은 도서관 운영과 함께 성 인권 운동과 환경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매년 10월에 열리는 ‘북적북적 책축제’가 있다. 2020년에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온·오프라인에서 동시 진행했다. 함께 에코백을 만들고, 비대면으로 성 평등 강좌를 들었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주민들과 소통의 시간을 적극 마련한 결과 마을이 함께 만드는 교육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매주 목요일 운영하는 ‘책읽어주는언니네’도 눈여겨 볼만하다. 어린이들이 사랑하는 재미난 그림책 뿐만 아니라 평등, 인권, 생태 등의 관점을 다룬 그림책을 읽고 아이들과 재미난 독후 활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친구들과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즐겁게 이야길 나눈다. 언니네는 마을 어린이들에게 새로운 또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쓰담쓰담 언니네’는 기후와 환경 보호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는 모임이다. 최근에는 아이와 함께 걸으며 쓰레기도 줍는 ‘줍깅’ 활동을 했다. 또 도서관에 모여 환경 관련 책을 읽고 초록빛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토론하기도 한다. 모임 외에도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약산성 샴푸바, 천연비누 만들기, 제로웨이스트 교육 등 환경 보호를 위한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낭랑한 책소리’는 엄마들이 모여 그림책을 낭독하는 독서동아리다. 어린 자녀를 데려온 엄마가 낭독을 할 때면 다른 회원이 아이를 돌봐주고 안아준다. ‘아이 한 명을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언니네 사람들은 함께 육아 품앗이를 하며 아이를 키우고 있다.
아빠들을 위한 모임도 활발하다. 집과 회사를 반복하는 아빠들에게도 동네 친구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이들과 책도 읽고 다양한 체험학습도 가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물하고 엄마들은 잠시 육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을 주며 아빠들은 아이와 한층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외에도 일회성으로 운영되는 문화프로그램과 환경 보호 관련 강좌들이 도서관을 가득 채운다. 지역의 독서문화 확대를 위해 개관 이후 쉬지 않고 달려온 언니네 작은도서관. 그 노력과 열정이 빛을 발해 다양한 언론 매체에 모범 사례로 소개되는 등 그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북적북적, 소란스러움의 매력이 넘쳐나길
언니네는 앞으로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문화 쉼터이자 지역의 독서문화를 책임지는 작은도서관으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도서관이 항상 소란스럽고 북적북적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다른 도서관보다 소란스러운 편이지만 그 소란스러움이 언니네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죠. 언니네는 앞으로 주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생각이에요. 말만 하면 모두 이루어지는 도서관, 꿈이 실현되는 공간을 꿈꾸며 필요한 활동들을 계속 찾고 탐구할 예정이에요.”
앞으로도 대림동의 든든한 문화 쉼터로 이용자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언니네 작은도서관 운영진. 누구에게나 따뜻하고 정이 스며드는 공간이자 아이들이 푸른 꿈을 키우는 공간으로 미래를 짊어질 훌륭한 다음 세대가 자라나는 언니네 작은도서관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 언니네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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