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경기] 들고지 작은도서관
예술로 향기내는 국내 유일 도예 예술 특화 작은도서관
들고지 작은도서관
경기도 의왕시에는 도자기 향기가 솔솔 피어오르는 작은도서관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 도예 특화 작은도서관인 들고지 작은도서관이다. 이곳을 이용하는 지역 주민들은 휴대폰 대신 책을 읽고, 점토를 만지며 알찬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책과 연결한 예술로 通하다
도심과 살짝 떨어진 의왕시의 작은 마을에 들어서면 들고지 작은도서관이 안내된 팻말이 보인다. 굽이굽이 초록 숲길을 지나면 정원 같은 마당이 보인다. 잘 가꿔진 산책로를 오르면 오늘의 주인공인 들고지 작은도서관이 고개를 내민다.
크고 작은 도자조형물들이 맞이하는 들고지 작은도서관은 온성우 관장과 김승효 부관장의 염원이 담긴 공간이다. 미술을 전공한 김 부관장은 원래 공방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다 충청남도 서산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관장의 제안으로 도서관 운영을 시작하게 됐다.
“원래는 아이들과 책을 읽고 작품을 만드는 형태인 공방을 운영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저희 공방에 오신 관장님이 제가 책과 관련된 수업을 하는 걸 보시고 도서관 운영을 추천하셨어요. 제안을 받고 고민해보니 기획, 공연, 전시 등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도서관 운영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들고지의 시작이었어요.”
운영을 결심하고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작은도서관의 운영 기준인 1,000권을 채우기 위해 여러 곳에서 기증을 받아 서가를 완성해나갔다. 도서관명은 들고지로 도서관이 위치한 마을둘레길 이름에서 가져왔다. 마을을 아우르는 도서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들고지라 정했다.
“책을 2년간 모았어요. 지인이 여러 권의 논술 책을 도서관에 기증하겠다고 들고 온 적이 있어요. 어차피 들고지에 와서 읽으면 되니 괜찮다고 하더라구요. 또 어느 유치원 원장님이 300여권의 책을 기증해주셨어요. 이때 정말 많은 걸 느꼈죠. 인생은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웃들과 나누고 더불어 살아가고 함께하면 두배의 행복이 찾아온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행복을 주민들과 함께 도서관이란 공간에서 풀어내야겠다고 생각했답니다.”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이 모여 들고지 작은도서관은 2019년 5월 도예 특화 작은도서관으로 문을 열었다. 운영진들은 일반인에게 생소할 수 있는 도예와 예술을 누구나 편하게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특화 분야로 정했다.
도서관은 모두 2층으로 구성돼있지만 열람실, 프로그램실 등의 구분은 하지 않는다. 운영진들은 도서관 건물 어디서든 주민들이 편하게 책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2층을 오르는 계단에도 책이 가득 꽂혀있다. 이용자들은 계단을 오르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바로 앉아서 책을 보기도 한다. 가끔은 도서관 앞마당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도서관을 추구하고 있다.
들고지는 도예 예술 특화라는 이름에 걸맞게 예술 도서 구비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절판 도서들은 중고서적 사이트를 통해 구매하고, 도서관에 도움이 될만한 책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기도 한다. 운영진들의 이런 노력으로 약 5,000여권의 양질의 책이 서가를 가득 채웠다.
미술관 같은 도서관, 도서관 같은 미술관
도서관에 들어서면 수많은 도자조형물들과 여러 도예 작품이 눈에 띈다. 김 부관장의 작품은 물론 이용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도자기들이 도서관을 가득 채운다.
들고지는 도예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올해는 의왕인생대학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꽃마루떡 만들기’와 ‘나도 조각가’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흙을 만지고 다듬어 그릇을 만들었다. 같은 수업을 들었지만 모두 다른 모양의 그릇을 보며 주민들은 삶의 이야기꽃을 피운다. 들고지로 인해 조용한 마을이 활기를 띄는 모습을 보며 운영진들은 깊은 보람을 느낀다.
2021년 마을만들기 주민제안사업으로 진행한 마을꾸미기 ‘물고기정원 공공예술프로젝트’도 눈여겨 볼만하다. 흙으로 물고기를 만들어 마을 곳곳을 꾸미는 프로그램으로 마을 어르신들이 참가하고 있다. 작은 물고기는 문패처럼 각자 집 앞에 걸고, 물고기 솟대는 장승처럼 마을 입구에 세워둘 계획이다.
“어르신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참여해주시기를 권유했어요. 도서관이 어렵고 공부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많으셔서 안 오실 줄 알았는데 많은 분들이 함께 해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지금은 다들 넘치는 열정으로 열심히 물고기를 만들고 계세요.”
마을 사업이 끝나고 여운이 가시지 않은 어르신들은 '난 이 나이 먹도록 배워보고 해본 것은 없지만 왜 이리 그림이 그리고 싶은지'라는 소회를 털어놓았다. 김 부관장은 어르신들에게 계속해서 배움의 장을 열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어르신들과 함께 목요일 오전마다 그림책 미술강좌도 하고 있다. 동화책을 읽고 할머니들의 이야기들 나누며 여러 기법을 이용하여 멋진 작품을 만들고 있다.
“물론 강의료를 받고 있어요. 들고지만의 방식으로요.(웃음) 어르신들이 농사로 일구신 고추, 호박이나 마당에서 따온 대봉감 2개 등 서로 나눔에 행복해지는 시간이랍니다. 그리고 어르신들과 작업을 하는 순간들이 저에겐 생애 최고의 퍼포먼스 같아요. 오히려 제가 더 위로를 받고 힘을 얻고 있죠”
2021년에는 들고지작은도서관 예술기획단 소란소락문화예술연구소에서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꿈의학교 공모사업에 선정돼 '세계미술작가와 톡톡'이란 세계미술사와 함께 학생들의 창의력으로 작품들을 재해석하고 재현하는 미술인문학프로그램이 토요일 마다 진행 중이다.
어린이를 위한 도예 프로그램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책을 읽고 관련 독후 활동으로 도자기를 만들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김 부관장이 기획하고 운영한다. 도예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기획의 시작은 책이에요. 혼자 서가를 돌아다니다가 책을 펼쳐보고 이걸 바탕으로 아이들과 놀아볼까 생각해요. 도서관에 꽂힌 모든 책이 저에겐 자료인거죠. 표정에 관한 책이라면 표정을 표현한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를 만들며 아이들과 소통하고 생각을 나눠요. 이처럼 모든 프로그램의 시작은 책 한 권이에요.”
이러한 노력으로 주민들은 도심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예술과 도예를 배우며 색다른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거창하진 않아도 주민들과 함께 만들고 나누는 것을 목표로 오늘도 사람냄새 사는 정겨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누구나 다 예술을 할 수 있는 공간
들고지는 도서관을 책 읽는 공간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미술관처럼 전시회, 공연 등을 하는 복합문화공간을 꿈꾼다. 갤러리 등이 사라지는 추세로 전시할 기회가 적어진 작가들을 위해 전시회를 열고, 공연도 해볼 계획이다. 운영진들은 들고지가 예술인들을 위한 하나의 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금 더 시끌벅적한 도서관을 꿈꿔요. 도서관이 이런 공간일수도 있구나 하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건 누구나 다 꿈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무언갈 만들고 싶고 어떤 것에 힘껏 몰입하고 싶지만 기회와 시간이 없어 못하는 경우가 많으시더라구요. 들고지에서 지금까지 못하셨던 모든 활동들을 해보셨으면 해요.”
작은도서관 활성화 방안이자 특화 도서관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들고지 작은도서관. 누구나 예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며 성장해나갈 들고지 작은도서관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 들고지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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