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인천]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책이 먼저 말을 걸어주는 도서관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강화도 어느 야트막한 산자락에 언뜻 보면 책을 펼쳐놓은 모습처럼 보이는 건물이 조용하면서도 당당하게 자리 잡고 있다. 2014년 2월, 한 개인이 그림책이 좋아 모으고 또 모아 조금씩 쌓여진 3천 여권의 그림책으로 문을 열었따. '바람숲'이라는 이름은 단순하게 바람의 자유로움과 나무와 숲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지만, 또 하나의 의미는 바람이 온 세상을 여행하고 숲오르 돌아와 온갖 이야기를 풀어내, 한 권 한 권의 그림책응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의미도 있다.
'외길을 한참 들어와야 보이는 자그마한 도서관에 누가 올까?' 하는 염려는 기우였다. 오픈 행사도 없이 조용히 문을 열었지만, 손으로 삐뚤삐뚤 정성스럽게 적힌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라는 이정표를 보고 동네 한 아이가 엄마를 졸라 어렵게 찾아왔다. 그렇게 시작되어 지금은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먼 곳에서도 찾아오고 있다.
책이 먼저 말을 걸어주는 도서관
처음 도서관 문을 열 때부터 6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이 공간 안에서 편하고 쉽게 책을 만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그래서 작은 공간에 무리가 되었지만 도서관의 모든 공간을 전면서가로 배치하여 그림책 표지를 한 권 한 권 펼쳐 놓아 누구나 책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그림책이나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수시로 바꿔주고 매달 주제를 정해 주제 책을 전시하기도 한다. 이 주제 책을 보기 위해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도 있다. 그림책으로 둘러싸인 이 공간 안에 가만히 머물다가 책들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주고 그래서 뜻깊은 그림책 한 권을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매일매일 도서관 구석구석에서 이 멋진 일이 일어나길 소망한다.
그림책의 힘
그림책은 짧고 읽기 쉽지만, 그 안에는 삶의 기쁨과 슬픔, 희망과 용기 같은 우리가 삶ㄹ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마음, 자연의 아름다움 등 중요한 가치들이 담겨 있다. 0세부터 100세까지 나이를 초월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다. 아이들은 그림책을 보며 상상하고 느끼고 끊임없이 질문하며 스스로 답을 찾으며 성장해 가고, 어른들은 그림책에서 위안을 얻고 때로는 감동을 느끼며 그 안에서 휴식을 찾는다. 최근 그림책이 보고싶어 찾아오는 어른들은 많이 만나게 된다.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온전히 자신만을 위해 한참을 그림책 속에 파묻혀 있다가 활짝 갠 얼굴로 도서관을 나가는 어른들을 볼 때면 그림책이 그에게 건네주었을 위로를 어림짐작하여 마음속으로 '화이팅!'을 보내게 된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오늘도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꼭 책을 보지 않아도 괜찮아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일 중 하나는 그림책 한 권을 들고 해먹이 있는 산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용히 해먹에 누워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하늘을 보면서 바람과 함께 그림책을 본다. 딱따구리가 참나무를 콕콕 딱딱 구멍을 파는 소리가 싫지 않다. 한 권의 그림책을 다 본 후 조용히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은 마음의 평화가 자리 잡는 시간이다. 책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이리저리 방황하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해보길 권한다. 우리가 비슷한 그림책을 보는 이유와 자연 속에 머무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비슷하지 않을까? 그래서 꼭 책을 보지 않아도 괜찮다!! 잠시 자연 속에 조용히 머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림책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는 없을까?
라오스 학교도서관 만들기 프로젝트
2016년부터 라오스 학교에 도서관 조성하는 일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에 교과서도 제대로 없는 아이들을 위해 태양광 전기불과 함께 1천 권 가까운 책으로 학교 교실 한 칸을 도서관으로 만들었다. 우리가 하는 일을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시는 분들 덕분에 작년까지 4년째, 4곳의 학교에 그림책도서관을 만들 수 있었다.
특별히 2018년과 2019년 두 해 동안 한국 외교부 지원을 받아 학교도서관 조성하는 일과 병행하여 라오스 아이들과 그림책 만드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라오스 아이들이 쓰고 그린 글과 그림을 한국으로 가져와 그림책으로 제작하여 다시 라오스 아이들에게 보냈다. 자신이 만든 그림책을 받아볼 아이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너무나 가슴 벅찬 일이다. 우리의 작은 활동을 통해 라오스 아이들이 새로운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매년 해오던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어린이 작가교실
아이들은 단순하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상상하고, 자기의 생각을 잘 표현한다. 어린이 작가교실은 아이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함께 여러 종류의 그림책을 탐구하고 자기 주변에서 이야기 소재를 찾고 이야기를 구성하고 글과 그림을 그려 하나하나 완성해 나간다. 아이들이 만든 그림책 속에서는 아이들 특유의 순수한 생각이나 느낌을 엿볼 수 있어서 너무나 신선하고 특별하게 다가온다. 아이들 스스로 무엇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를 구성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무지 중요한 일이기에 아이들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지금은 어린이 작가교실 7기를 준비 중이다.
'그림책, 시시콜콜'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모임이다. '그림책, 시시콜콜'은 주제를 정해 주제에 관련된 책을 각자 읽고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그림책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기 자신의 이야기와 연결되어 때로는 박장대소가 터져 나오고 어떤 날은 눈물 콧물을 훌쩍이게 된다.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은 동네 학부모, 도서관 사서, 그림책 작가, 출판사 직원 등 매우 다양하다. 그래서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다. 매달 넷째 주 일요일 오후 5시에 진행되며, 오픈 모임이라 누구라도 원한다면 참여할 수 있다.
새로운 시작
그림책이 점점 늘어나 책 둘 공간이 부족해지고, 이용자가 늘면서 새로운 공간이 필요해졌다. 오랫동안 꿈꾸며 계획하다 드디어 작년 가을 새로운 공간을 마련했다. 새 도서관을 지으면서 설계사에게 작지만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해 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렇게 완성된 새 도서관은 때에 따라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는 계단식 열람실을 중앙에 두고 구석구석 알차게 짜여져 있다. 또, 북카페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차도 한 잔 마실 수 있고, 그림책도 구입할 수 있다.
열람실은 산과 들, 숲길과 숲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과 들에는 일반 창작 그림책들이 책 제목 가나다순으로 배가되어 있다. 숲길에는 인권평화·역사·과학·환경그림책이 얼굴을 내보이고 있고, 숲기르 지나 숲으로 가면 숲속에는 자연생태·음악·미술 그림책과 빅북·팝업북이 따뜻한 손을 내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책이 건네는 인사와 손길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한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매주 월,화요일에 쉰다.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이른 10시에 문을 열고, 늦은 5시에 문을 닫는다. 현재는 코로나19로 거리두기를 위해 인원을 제한해서 예약제로 운영하다가 정부의 방역 방침에 따라 도서관 이용을 안내하고 있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에 오면 많은 책을 보기를 권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나를 부르는 그림책을 만나고 햇살 아래 조용히 그림책과 함께 머물면 된다. 한 권의 그림책과 함께 평화로운 나를 만나는 시간이 되면 된다.
■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baramsupai |
/신안나 바람숲그림책도서관 국장
월간 국회도서관 2020.09(Vol. 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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