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경기] 넓은세상 작은도서관
“우리 도서관에는 넓은 세상이 다 들어있어요!”
넓은세상 작은도서관
경기도 광명시가 평생학습도시 1호로 선언한지 올해로 22주년을 맞이했다. 평생 꿈을 키우는 마을로 발돋움한 광명시에는 주민들이 함께 일궈나가는 문화 공간인 넓은세상 작은도서관이 있다.
숲과 맞닿은 작은 공간에서 모두를 환대하다
마을버스를 타고 굽이굽이 들어가다보면 화려한 도시와는 점점 멀어지고, 푸릇한 초록색 숲을 만날 수 있다. 커다란 나무와 활짝 핀 꽃들 사이를 지나 오늘의 주인공인 넓은세상 작은도서관을 만났다.
넓은세상 작은도서관은 경기도 광명시 최초의 작은도서관이다. 마을의 부녀회에서 미래 세대를 위한 활동을 고민하던 중 도서관 설립이 결정됐다. 1999년 기증도서와 지역 새마을문고의 도움을 받아 야심차게 문을 열었다. 열심히 운영하던 중 부녀회와 입주자대표회의의 갈등으로 부녀회가 해산되면서 도서관 문도 그만 닫을 수밖에 없었다. 많은 사랑을 받는 도서관이었으므로 주민들은 아쉬워했다. ‘누군가 도서관을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가 마을에서 계속 논의됐다. 넓은세상 초기부터 운영을 함께한 정인애 관장이 운영의 전반을 맡게 되면서 도서관은 다시 문을 활짝 열었다.
“도서관이 폐관됐다가 문을 열었기 때문에 불신도 있어 재개관 당시 이용률이 적었어요. 떠나간 주민들이 다시 돌아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죠. 주민들이 다시 도서관에 오기 시작할 때 정말 누구든 환대하는 마음으로 맞이해드렸어요.”
얼핏 들으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느껴지는 ‘넓은’세상과 ‘작은’도서관. 도서관 이름에는 또 어떤 특별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주민들 공모로 선정한 도서관명은 ‘넓은 세상이 이 작은도서관에 모두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옛날에는 도서관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분들도 계셨는데요. 지금은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넓은 세상은 그 이름대로 넓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씀해주셔요.”
수많은 봉사자의 열정과 땀으로 힘차게 운영해온 도서관은 올해 22주년을 맞았다. 넓은세상은 15명의 봉사자가 이끌어간다. 매달 회의를 하며 소통하는 등 도서관 운영은 매일 바쁜 일상의 연속이다. 하지만 운영진들은 ‘주민들의 즐거운 문화공간’이라는 목표를 가지고 오늘도 조금 더 재미있는 공간 만들기에 열심이다.
넓은세상이 사랑한 인문학과 예술
서가에는 총 17,000여 권의 책이 빼곡이 채워져있는데 그 중 인문학, 철학, 사회과학 분야가 유난히 눈에 띈다. 운영진들이 ‘도서관이 사랑한 인문학과 예술’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도서관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정치, 사회학, 철학 등을 쉽고 자연스럽게 인문학 또는 예술로 풀어내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관심은 있지만 공부하기 어려웠던 분야를 인문학과 예술을 매개체로 주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있다.
2021 공공성 함양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헌법이 사뿐사뿐’은 넓은세상에게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 데뷔라는 선물을 안겨줬다. 주민들과 대한민국 헌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필사하며 헌법의 의미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시간이 날때마다 어디서든 헌법을 썼다. 이렇게 쓰인 헌법들을 모아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운영진들은 책에서 그치지 않고 넓은세상만의 또 다른 발자취를 남기기로 했다. 바로 헌법송을 만들기로 한 것. 주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탄생한 헌법송 ‘이 땅에서’는 제헌절의 깊은 뜻을 되새기며 국민들이 헌법의 역할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하는 내용을 담았다.
“주민들이 쓰고 불러보니 헌법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말씀해주세요. 그리고 헌법을 알게되서 다행이라고도 하고요. 그때 헌법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넓은세상만의 방식으로 잘 풀어낸 것 같아서 많은 보람을 느꼈어요.”
7년째 운영하는 마을음악회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매년 주민들의 정서와 공감대에 맞는 음악들을 연습해 도서관의 악기동아리와 뮤지션들이 공동연주회를 열고 있다. 바이올린부터 기타, 클라리넷, 오카리나, 리코더 등 주민들의 숨겨진 실력을 마음껏 뽐내는 시간이다. 연주회에서는 넓은세상이 직접 제작하고 작사한 노래들을 발표하기도 한다. 2019년에는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제작한 곡 ‘시인의 꿈’을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목소리로 직접 선보였다.
2020년에는 주민들과 의미 있는 한 권의 책을 썼다. 숲과 산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새들을 그리고 색칠한 「우린 새들의 나라로 갈테야」를 만들었다. 새들을 관찰하며 세밀화를 그리고 생태계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새와 더불어 사는 삶을 배우기 위해 스마트폰으로 새소리를 녹음하고 촬영해 주민들과 함께 시청하는 소소한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넓은세상의 의미 있는 기록 남기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매년 주민들의 일상을 담은 문집을 발간한다. 주민들이 직접 일상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자유로운 형식으로 작성한다. 어떤 분야든 상관없이 산문, 시, 서평 등의 글을 모아 엮는다. 다양한 주민들의 이야기가 실린 문집은 마을의 역사를 보여준다. 올 가을에도 문집 발간을 앞두고 있다.
“마을음악회와 문집 발간은 넓은세상이 계속 끌고 갈 일이에요. 매년하고 있는 일이지만 항상 다른 이야기와 음악들이 생겨나요. 주민들이 변하고 성장하기 때문이겠죠. 마을의 이야기들을 놓치지 않고 많은 것들을 기록하고 만들어내고 싶어요.”
독서동아리도 활발히 운영한다. 2013년부터 시작한 ‘사서고생’은 아주 어려운 책을 함께 읽고 소감을 얘기하는 독서동아리다. 갱년기 여성들의 모임 갱년기협회도 눈여겨볼만하다. 회원들은 책을 읽고 어디에도 털어놓기 어려웠던 마음을 나누고 응원해주며 따뜻한 정을 쌓고 있다.
이외에도 넓은세상이라는 이름에 발맞춰 다양한 활동을 한다. 조금 더 사회와 세계를 향한 생각의 영역을 넓혀가고자 한다. 환경, 기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보호 활동도 하고 있다. 세제를 줄이기 위해 수제 주방세제를 함께 만들고, 삼베실로 세제 없이 설거지 할 수 있는 수세미를 제작한다. 운영진들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 특별하다”고 말한다.
넓은세상은 공정무역 실천기관으로 개발도상국 생산자의 경제적 자립과 발전을 돕는 공정무역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공정무역 옷감으로 조끼를 만들고 함께 입고 소회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 등 공정무역 실천을 위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우리끼리 함께 잘 사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함께 모여 잘 사는 세상을 꿈꾸는 넓은세상의 모토가 느껴진다.
넓은세상의 손과 마음이 퍼지는 세상을 꿈꾸며
광명시의 가장 역사가 깊은 작은도서관으로 모범적인 역할을 펼치고 있는 넓은세상 작은도서관. 정 관장의 식지 않는 열정의 원동력은 주민들과 의미 있는 활동을 함께하는 즐거움이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건 참 재미있어요. 주민들이 도서관에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참 좋고 행복해요. 어떤 성과와 평가보다도 주민들이 좋아한다면 저는 언제든 문을 열 수 있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넓은세상만의 방식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려 해요. 먼 미래에는 공정무역도시와 결연 맺어 도서관에 그 나라의 아이들이 오고 가는 그런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웃음) 넓은세상 작은도서관은 넓은세상의 손과 마음이 퍼지는 그런 세상을 꿈꿔요.”
■ 넓은세상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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