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인천]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 랄라
행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다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 랄라
여성주의는 여성 권익 신장 운동으로 최근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인 페미니즘으로 더 많이 불린다. 인천광역시 부평구 삼산동에는 페미니즘을 얘기하는 여성들의 도서관이 있다. 국내 최초 여성주의 도서관 타이틀을 지닌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랄라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엄마 역할 벗은 ‘여성’을 배려한 공간
랄라는 지역의 여성단체인 인천여성회에서 시작했다. 2003년 신나는어린이도서관을 거쳐 여성들과 새로운 성평등 세상을 이야기하고자 지금의 모습으로 2017년 재개관했다. 어린이도서관 시절 마을의 아이들과 엄마들이 함께 성장하는 마을공동체를 지향했다면,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랄라는 아이의 엄마가 아닌 여성들의 주체적인 삶을 응원하며 건강한 담론을 나누는 공간을 추구한다.
도서관 이름에 ‘여성주의’를 내건 것은 여성 전용 공간을 표방한 게 아니라, 여성들을 배려하기 위한 도서관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랄라는 모두에게 열려있으며 페미니즘과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마음 놓고 떠들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다.
여성주의 도서관을 전면에 내세운 건 운영진들의 모험이었다. 사회에 퍼져있는 페미니즘 인식이 다양하기 때문에 어쩌면 거부감이 들거란 생각도 했다. 한편으론 정확한 정체성을 갖고, 페미니즘의 본질과 개선책을 논의하는 장 또한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운영진들은 여성주의 도서관으로 운영 방향을 잡았다.
랄라는 누구에게나 늘 열려있는 도서관을 지향한다. 이용자들이 언제든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늦은 시간까지 문을 열어둔다. 평일에는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저녁 9시까지 운영해 직장인들도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
투박한 건물 외관을 뒤로하고, 도서관으로 들어서면 은은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마치 카페를 연상케 한다. 운영의 전반을 맡고 있는 황보화 관장은 “예쁜 카페에 가면 일상에서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지잖아요. 도서관이 이용자들에게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꾸몄어요.”라며 환한 미소를 보였다.
가장 먼저 보이는 커다란 서가에는 ‘여성’이 주제인 다양한 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아울러 국내 절판된 페미니즘 도서를 기증받기도 하는 등 근처 공공도서관보다 페미니즘 관련 서적이 많아 상호대차로 빌려가는 책이 상당하다.
랄라는 이용자들에게 여유롭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자 구석구석 세심하게 구성했다.다. ‘잠깐냅둬방’은 편안하게 기대어 독서를 하거나 명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룰루랄라모여방’은 특강이나 모임을 할 수 있는 널찍한 책상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서가 사이 편히 누워 책을 볼 수 있는 숨은 공간들이 이용자들을 맞이한다.
도서관 한 켠에는 생리대, 생리용품 파우치 등 여성용품이 놓여있다. 이외에도 월경에 관한 상식을 알려주는 월경 가이드북, 사회적 이슈를 담은 페미니즘 관련 소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다양한 물품들은 필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져가게 했다.
“도서관 벽에 랄라를 대표하는 글귀가 새겨져 있어요. ‘내 안의 가능성을 모두 탐색하고 싶어’라는 말인데요. 랄라가 여성들이 함께 모여 우리의 가능성과 힘을 키울 수 있는 안전한 커뮤니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찾아가며 성평등 세상을 위해 나아가는 랄라.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주의 도서관이라는 사명감을 안고 오늘도 페미니즘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남자답게, 여자답게가 아닌 ‘나답게’
랄라는 인천여성회에서 운영한다. 인천여성회는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이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을 나누며,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기 위해 고민하는 단체다. 운영진들은 끈끈한 자매애로 뭉쳐 랄라의 운영은 물론, 지역 여성을 위한 여러 활동을 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인천문화재단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페미니즘 강의 《세상을 바꾸는 여자들》이다. 여성학 권위자 또는 페미니즘 도서 작가들과 여성주의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공부하는 소중한 시간을 갖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의 연령대가 다양해지고 강의를 듣는 남성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을 만큼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여성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치유하는 글쓰기도 활발하다.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며, 삶의 위안을 얻는 시간을 갖는다. 누군가의 엄마가 아닌, 아내도 며느리도 아닌 오직 ‘나’의 이야기 쓰기를 배우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이외에도 내 안의 나를 만나는 ‘여성주의 타로상담’, 그림책으로 고정관념을 깨는 ‘세대공감 그림책 수다’, 아이들의 젠더 감수성을 높이는 ‘그림책으로 만나는 성평등’ , 여성주의 시선의 영화를 함께 보는 ‘여성 영화’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참가자들이 소모임을 만들어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기도 한다.
어린이들을 위한 성펑등 프로그램도 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 역할을 심어주기 위해 그림책을 읽어주고, 눈높이에 맞춘 활동도 한다. 서가 한 켠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성 평등 그림책들도 따로 마련해뒀다.
도서관 곳곳에는 기획전시 공간이 있다. 여성 작가들의 작품과 이용자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전시한다. 올해는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여성의 몸을 주제로 사진 전시를 준비 중이다.
랄라는 여성들이 안전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일을 찾는다. 인권영화제에서 도서관 이름으로 참가해 목소리를 내고, 청소년들과 함께 스쿨미투 운동과 워크숍을 진행했다. 이외에도 인천의 젊은 페미니스트들과 함께 활동하며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여성, 남성 모두 존중받는 공간을 꿈꾸다
도서관은 여성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이름 때문에 남성들이 이용을 어려워할 수 있지만 랄라의 가치는 ‘모두 나다운 모습으로 존중받는 것’이다. 운영진들은 성별 구분 없이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기대에 호응하듯 최근 남성들의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부부와 연인들을 위한 성평등 가이드 등의 프로그램도 기획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성평등 관련 논쟁이 뜨거워진 요즘, 운영진들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도서관 운영에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존재했다. 여권신장 측면만 부각되면서 부정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운영진들은 이 점을 안타까워하며 성 평등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할 예정이다.
“성평등 가치는 모두를 위한 것이잖아요. 실제로 남성들도 남자로서 강요되는 성역할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느 날 저녁 시간에 찾아온 한 남성분이 혼자 페미니즘 책을 열심히 읽더니 며칠 뒤에는 여자친구와 함께 오셨어요. 이후에는 엄마랑도 같이 오셔서 이런저런 페미니즘 얘기를 나누시더라구요.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고 기뻤어요. 랄라는 성별을 막론하고 모두가 존중받는 공간을 꿈꿔요.”
■ 신나는여성주의도서관 랄라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사이트 http://blog.naver.com/sssbp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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