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서울] 작은도서관 함께크는우리
사람들과 함께 변화하고 적응하는
작은도서관 함께크는우리
‘작은도서관 함께크는우리’는 지난 12년 간 강동구 고덕동 주민들의 문화공간이자 아이를 함께 키워 온 마을의 쉼터였다. 그러나 2019년 7월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도서관 소유주가 공간 리모델링 후 임대료를 높이기 위해 이전을 요구하면서 등 떠밀리듯 새 공간을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공간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돼왔는지, 앞으로는 어찌 되는 것인지를 듣기 위해 2018년부터 도서관의 세 번째 관장직을 맡고 있는 김설희 씨를 만나보았다."이곳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바로 9월에 이전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공사를 해가며 만든 공간인데 아쉽네요. 지금 상황으로는 더 작거나 외진 곳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거든요. 책도 줄여야 하고요. 무대를 기반으로 한 활동을 많이 했는데, 작은 공간으로 옮기면 무대를 없애야 하는 것도 아쉬워요. 정 안 되면 없는 대로 지내도 되지만, 차를 마시고 아이들 간식도 챙기려면 주방이 꼭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공간이 별로 없더라고요."
‘작은도서관 함께크는우리’는 1996년 지역주민운동단체인 열린사회시민연합 강동송파 회원들이 주도해 개관한 이래 현재까지 23년간 쉬지 않고 책장을 열어 둔 채 였다. 개관 1년 만에 재정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은 일이 있었지만 공유선 씨가 자기 집을 가정도서관 형태로 개방하면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1998년 잠실에 13평 아파트를 얻으면서 재개관했고 공동육아와 열린교육, 인형 만들기 모임, 글쓰기 및 책읽기 프로그램 등이 운영됐다. 참여자가 늘면서 2000년에는 송파구 풍납동의 27평 공간으로 도서관이 옮겨졌고 2004년 부터 정부 프로젝트로 3년 연속 ‘도서관학교’를 최초 기획해 도서관과 책, 시민사회와 자원봉사 등의 주제로 한 주민교육 등 활동을 이어왔다.
2007년에는 영유아 자녀를 둔 가정이 많은 강동구 고덕동으로 다시 터전을 옮겼고 2013년과 2015년 두 번의 공간지원 사업을 통해 2층 다락방, 주방, 무대 등 활동도 높은 공간을 확보했다. 이 덕분에 극단과 합창단에 더해 바느질, 독서, 악기, 영어 등을 주제로 한 18개 동아리 모임이 활동할 수 있게 됐다.
“도서관이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건 사람이 계속 바뀌었기 때문이에요. 여기는 아이들의 공간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크면 엄마도 오지 않아요. 다른 아이들이 오는 거죠. 이렇게 세 번 정도 세대가 바뀌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재건축으로 정체된 상황이죠."
"관에서 운영하는 더 좋은 공간이 많이 생겨서 사람들이 많이 이동했어요. 공동육아팀을 모집하려고 해도 대부분 엄마들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어서 쉽지 않아요. 작은 도서관의 특성에 맞게 책으로 돌아가 그림책 동아리를 만들고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을 하려고 해요."
작년 하반기의 경우는 상근자 없이 10명의 운영위원들이 돌아가면서 도서관 문을 여는 식으로 운영을 시도해봤다고 한다. 그러나 자원봉사라는 한계로 문을 열지 못하는 날도 있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을 사업이라는 게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마을 사업을 하려면 사람이나 인건비가 남아야 해요. 그런데 이제는 여기저기서 강의가 많으니 사람은 필요한 강의만 듣고 떠나죠. 서울시에서 마을 사업을 장려한다지만 마을 사업을 주관하는 사람에게 돈을 주지는 않고요. 그러니까 지속성이 약해지는 것 같아요. 올해는 강동구 참여예산에서 지원을 받아 인건비를 마련했지만 내년에 인건비 지원을 받지 못하면 운영이 어려워 질 테니 고민이 많아요."
2018년 10월에 문을 연 ‘마을활력소 성내어울터’는 이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다. 강동구에서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함께 크는 우리 작은 도서관’만이 갖는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는 굉장히 주체적인 곳이에요. 이용자가 주인이죠. 누구든 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만들 수 있어요. 프로그램 계획, 진행, 마무리 모두 참가자들이 함께 하고요. 또 엄마들이 주체니까 책임감도 커지고 그러다보니 자기 역량을 키우는 데도 효과적이에요. 실제로 운영위원 대부분은 처음에 동아리나 품앗이 육아를 하기 위해 도서관에 왔던 사람들이에요. 저도 도서 모임 회원으로 활동을 시작했고요. 다들 스스로 할 일을 찾아서 하다 보니 이곳에서 마을교사, 마을활동가가 많이 배출됐어요. 우리 도서관의 강점이자 자랑거리입니다."
정숙을 유지해야 하는 공공도서관이 아니라 넉넉한 품을 가진 친정집 같은 곳. 아이들이 책을 읽다 벌떡 일어나 계단을 오르내리며 칼싸움을 해도 되고 벽에 낙서를 하거나 숨바꼭질하며 깔깔거려도 되는 곳. 배가 고프면 도시락을 꺼내어 나누어 먹기도 하고 아이를 맡겨둔 채 급한 볼일을 보고와도 미안하지 않은 곳. “아이가 있어서 못 해요”라고 말할 일이 없는 곳. 그렇기에 뜻을 품은 엄마들끼리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곳. ‘작은도서관 함께크는우리’는 바로 그런 곳이라는 점에서 다른 공간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터뷰가 진행되는 두 시간 내내 도서관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도서관 속 단정한 투피스 차림의 김설희 관장은 호쾌한 웃음 속에 갑작스런 도서관 이전으로 생긴 불안을 녹여내고 있었다.
"완성이라는 건 없는 것 같아요. 사람과 사회가 변하니까 계속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죠. 변화를 잘 감지해야 하는데 우리는 항상 그 변화보다 늦어요. 그러다보니 모든 변화가 어느 순간 크게 느껴질 수 밖에요. 저희도 달라진 사회에 잘 적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죠."
마지막 인사를 나눌 때에야 김설희 관장의 아이와 친구가 마치 첫 눈처럼 문으로 들어섰다. 아이들은 익숙한듯 계단을 올라 2층 다락방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려 김설희 관장에게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올 한 해는 새로운 곳에 도서관을 잘 이전하고 자리 잡을 수 있게 하는 게 목표예요. 그곳에서 다시 이웃을 만들고 그 이웃들이 함께 하는 기쁨을 다른 지역의 마을공동체와도 나누고 싶어요. 그게 제 몫이고 또 바라는 것이기도 하니까요."
■ 작은도서관 함께크는우리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글/ 왕유정 (서울시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블로그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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