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경기] 애기똥풀 작은도서관
나의 이야기가 책이 되는 공간
애기똥풀 작은도서관
애기똥풀은 봄부터 초겨울까지 사시사철 피는 꽃이다.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곳곳에 피어있어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식물이다. 애기똥풀처럼 지역 주민들의 곁에서 변함없는 모습으로 존재하고 싶은 경기도 구리시 인창동에 자리한 애기똥풀 작은도서관을 직접 찾았다.
언제나, 어디서든 피어나는 독서문화
도서관이 위치한 인창동은 다가구 빌라, 건물 상가 등이 많은 전형적인 구도심이다. 유동인구가 유난히 많은 경의중앙선 구리역 3번 출구, 굽이굽이 골목을 쭉 따라 걸어 들어오면 이 지역의 생생한 이야기가 피어나는 애기똥풀 작은도서관이 보인다.
애기똥풀은 평소 작은도서관에 관심이 많았던 한은희 관장이 책과 함께 성장하는 자녀들의 모습을 보며, 지역 주민들과도 독서문화를 나누고자 도서관을 만들었다. 2001~2006년까지 아차산 근처에서 아이들을 중심으로 작은도서관을 운영했다면, 2007년부터는 인창동에 새 둥지를 틀어 전 세대를 아우르는 독서문화를 이끌고 있다.
도서관명인 ‘애기똥풀’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의미가 담겨 있다. 사계절 내내 피고 지며 야산, 들판 등 흙이 있다면 어디든 뿌리를 내리는 꽃이다. 한 관장은 어디서든 끊임없이 피어나는 애기똥풀의 근성에서 운영의 방향을 찾았다고 한다.
“한 번 들으면 잊기 어려운 명칭으로 처음에는 아이들이 우스꽝스럽다며 웃기도 했어요. 애기똥풀은 알지 못할 때는 그냥 스치는 풀이지만, 알고 나면 정말 지천에 피어있는 꽃이더라구요. 우리 도서관도 이용자들과 계속해서 독서문화를 꽃피우고 싶다는 마음에서 짓게 되었어요.”
여느 작은도서관과 다르게 애기똥풀은 성인이 주로 이용한다. 서가 또한 성인 도서 비율이 훨씬 높다. 아이들이 모두 성장해 시간적 여유가 생긴 엄마들이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육아에서 벗어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새로운 여유를 찾는다.
주민들의 재능으로 만들어진 다채로운 동아리
애기똥풀은 정숙을 요하기보다는 약간은 떠들썩한 도서관을 지향한다.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은 자유롭게 즐기고, 어른들 또한 서로 배려하고 이해하며 공존하는 공간을 함께 만들어나가고 있다.
애기똥풀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펼친다. 매년 진행하는 출판 《꿈의 학교》는 해마다 아이들과 책을 만들어 총 6권을 출판했다. 올해는 E-BOOK으로 제작해 이용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마을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답게 애기똥풀의 다양한 프로그램은 주민들이 직접 운영한다. 동네 인맥을 모으고 모아 재능기부로 문화프로그램이 탄생한다. 도서관 자원봉사를 하다 뛰어난 영어 실력이 소문나 영어 동아리를 운영하게 된 활동가, 애기똥풀에서 받은 위로를 공연으로 보답해주고 있는 인디가수, 타고난 손재주를 살려 아이들과 함께 다양한 책놀이를 펼치는 엄마들. 이렇게 애기똥풀은 인적네트워크의 보고가 되어 사람책을 축적해간다.
애기똥풀의 자랑할 점은 다양하면서도 활발한 동아리다. 도서관 개관과 동시에 시작한 장수 독서동아리 동화읽는어른, 영어를 잘하는 회원이 만든 영어 동아리, 문학을 사랑하는 엄마들이 모여 만든 희곡 동아리, 가족과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상담 심리 동아리, 부부가 함께 책을 읽는 독서동아리, 청소년이 모여서 글을 쓰는 글샘 동아리 등 다채롭다.
애기똥풀은 역사가 길다 보니 동아리도 대부분 10년 이상 함께하고 있다. 오랜 시간 지내온 회원들은 책을 읽는 것에만 안주하지 않고 의미 있는 활동들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회원들은 각자 색깔에 맞는 공모사업에 선정되고, 소중한 창작물들도 제작했다. 이외에도 동아리 성격에 맞춰 시 동아리는 시 낭송회를, 희곡 동아리는 희곡 낭독 공연을 진행해 마을 주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애기똥풀의 동아리는 대부분 장수 동아리에요. 긴 세월동안 같이 책을 읽으니 자신감도 많이 생기셨대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무언가를 표현하고,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신거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도서를 출판하기도 해요. 운영자 입장에선 고마울 따름이죠. 또 연말에는 한 해 동안 활동한 내용을 기념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구요.”
이렇듯 역동적인 운영을 자랑하는 애기똥풀은 지역의 작은도서관 네트워크에도 큰 관심을 기울인다. 구리시작은도서관협의회장을 겸직하고 있는 한 관장은 구리시에 새로운 작은도서관이 생기면 직접 방문해 협의회에 대해 알리고, 가입을 권유한다.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든 건 외로움이었어요. 운영하면서 생긴 어려움은 이용자나 회원이랑은 나누기 어렵잖아요. 이런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서 협의회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혼자는 얼마든지 작은도서관을 행복하게 운영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작은도서관의 발전이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 생각으로 도서관을 찾아다녔죠. 현재 구리시의 사립 작은도서관 12개관 중 9개관이 가입돼있어요.”
구리시작은도서관협의회는 새로운 작은도서관의 운영을 지원하고, 지역의 작은도서관 부흥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낼 예정이다.
‘액티브 시니어’들을 위한 도서관을 꿈꾸며
18년 동안 주민들의 곁을 지키고 있지만 도서관 운영 전반을 맡고 있는 한 관장은 한 차례 위기를 겪기도 했다. 도서관 운영의 전반을 맡고 있는 한 관장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이다. 건강 문제로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도서관을 맡아줄 사람을 찾았지만 쉽지 않았다. 문을 계속 닫아둘 수는 없어 무의미한 운영만 반복할 무렵, 한 모녀가 도서관에 찾아와 책 읽는 모습을 보고 다시 한 번 열정을 키웠다.
“그 당시 몸도 안 좋았지만 도서관 운영에 대한 회의감도 함께 왔어요. 운영비, 임대료 걱정으로 많이 힘들었죠. 그때, 그저 도서관 문을 열어뒀을 뿐인데 책을 읽기 위해 와준 모녀가 정말 고맙더라구요. 새로운 원동력을 얻은 것 같았죠.”
위기를 발판으로 삼아 다시 활기차게 문을 연 애기똥풀은 더 많은 독서문화 전파를 위해 노력한다. 앞으로 도서관은 은퇴 이후에 여가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50~60대 세대인 액티브 시니어에 집중해 운영할 예정이다. 은퇴 연령이 점점 젊어지면서 ‘액티브 시니어’가 증가하는 추세로 애기똥풀도 이에 발맞춰 시니어를 위한 공간, 문화프로그램 등을 기획하고 있다. 우리 모두 미래의 액티브 시니어라는 생각으로 모든 세대와 소통을 강조하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 것이 한 관장의 생각이다.
이외에도 극장식 도서관, 라디오 방송국 도서관을 꿈꾼다. 애기똥풀에서 진행하는 동아리들을 바탕으로 연극 공연을 진행하고, 마을의 소식과 사람 사는 이야기를 전하는 라디오 채널을 만드는 것이 애기똥풀이 하고 싶은 일이다.
구리시의 역사가 깊은 작은도서관으로 모범적인 역할을 펼치고 있는 애기똥풀 작은도서관. 운영진들의 지치지 않는 열정의 원동력은 ‘주민들이 도서관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원동력으로 주민들의 든든한 친구이자 가족으로 오랜 시간 인창동의 안식처로 빛나주길 기대해본다.
■ 애기똥풀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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