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제주] 달리도서관
달빛 아래 책 읽는 소리가 들리는 여행자의 도서관 ‘달리’
[달리 작은도서관-사립(개인)] - 위치 : 제주도 제주시 이도2동 1017번지 2층 - 전화 : 064)702-0236 - 관장 : 현순실 (3명의 공동운영) - 개관 : 2009년 10월 30일 - 홈페이지 : http://cafe.daum.net/dallibook |
달리도서관, 제주 출신 세 여인이 공동 운영
리자 : ‘달리’ 이름도 참 예쁘고, 도서관 분위기도 독특합니다. 달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달리 : 달리(Dalli)는 ‘달빛 아래 책 읽는 소리’의 줄임말입니다. 달리는 세 명의 여인이 모여서 시작했습니다. 문화공연기획자, 신문사 기자, NGO단체 활동가 등 세 명 모두 본업이 있고,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고 활동하는 사람들이었죠. 또 하나 자발적 미혼 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세 명 모두 40대 이후 새로운 활동을 모색하던 중 마음이 맞아 달리도서관이 만들어졌습니다. 지금도 이 세 명이 모두 공동운영자이고, 관장은 3년마다 돌아가면서 맡고 있습니다. 셋 다 제주도 출신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주도에서 시작하게 된 거죠.
달리, 우리만의 철학, 우리 방식으로 운영
리자 : 달리도서관의 홈페이지를 보면 분위기가 참 즐거운데요. 실제 달리도서관의 모습은 어떤가요?
달리 : 달리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활력이 넘치는 유쾌한 공간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독립성과 자생성에서 나오는데, 그 원천은 안정적인 재정입니다. 달리는 5년 동안 관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해 ‘독립성과 자생성을 갖추자’는 모토로 출발했습니다. 자칫 튀어 보일 수도 있지만, 달리처럼 자생력과 독립성을 갖춘 독특한 조직도 하나쯤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독립성’은 ‘우리’방식 스스로, 우리의 철학대로 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생’은 스스로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방식이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지역사회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만, 스스로의 삶 자체도 인문적인 삶, 삶과 말과 행동이 일치되는 삶을 살고자 하는 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달리도서관은 달리만의 개성이 중요하며, 그런 삶을 지향합니다.
독립적 운영, 다양한 채널 통한 자립 기반 마련
리자 : 독립성과 자생성은 모든 작은도서관들의 고민인데,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달리 : 먼저 도서관 운영에서 예산부족의 문제를 해소하고 재정적 자립을 모색하는 시도를 꾸준히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전국에서 책을 기부 받습니다. 그러나 달리의 책 나눔은 독특합니다. 기부자에게 자신의 서가를 한 칸(20권 이상)제공하고 그만큼의 기부를 받습니다. 기증받은 서가는 달리도서관에서 기부자의 이름을 표시해 드립니다. 기부자가 제주도로 여행을 오셨을 때, 달리도서관에 들러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장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며 좋아하십니다.
둘째,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합니다. 도서관 한쪽에 제주도 여성 여행자들을 위한 여성전용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합니다. 찜질방이나 모텔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을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는 거죠. 도서관이라는 공간이 주는 이점 때문에 여성 여행자들에게 제법 입소문이 나있습니다. 물론 숙박료는 도서관 운영비로 쓰이며, 재정 자립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셋째, 북 까페 운영입니다. 성인은 4,000원의 입장료를 받고(고등학생 이하 무료입장), 입장료를 낸 이용자는 책과 까페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 역시 도서관 운영비로 쓰입니다.
넷째, 도서관 운영주체로서 ‘인문적 삶’을 지향하는 달리는 땅의 기운을 받으며, 땅을 일구는 삶을 고민합니다. 이런 고민이 농사로 이어져 2년째 감귤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 과실들인 감귤을 원하시는 분들께 부담 없는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저희의 뜻을 이해해주시고 도서관을 아껴주시는 분들을 위해 그만큼 정성을 기울여 감귤 농사를 짓는 거죠. 그렇게 감귤 판매로 생긴 수익도 도서관 재정 자립을 위해 사용합니다.
다섯째, 일 년에 한 달 간 휴관합니다. 한 달 동안 문을 닫는 이유는 도서관 운영의 주체인 3인이 도서관 운영과 업무에 지치지 않고 오래가기 위한 목적입니다. 이 기간 동안 세 명의 운영자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자신의 내면을 다듬는 시간을 가지며, 잘 쉬고 재충전을 합니다. 갖습니다. 일종의 휴가이며 자기 발전의 시간인 셈이죠. 월급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이며, 운영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휴식이 필요한 것이죠. 이처럼 새로운 배움과 확장된 시각을 갖는 재충전의 시간은 도서관 운영에도 도움이 됩니다.
달리도서관, 모든 프로그램은 사람으로 통한다
리자 : 인문적인 삶을 강조하시는 만큼 프로그램도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 프로그램들이 잇는지 소개를 해주시죠?
달리 : 초청강연, 작가와의 대화(작가와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 드로잉 강좌, 클래식 강좌, 숲 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이주민이 많은 제주도의 특성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은 재능기부를 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프로그램을 특징별로 간략하게 소개드리죠.
먼저 작가와의 대화는 새로 책을 낸 작가를 초빙하여 작가와 독자가 함께 그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작가 사인회도 진행합니다.
다음으로 예술 프로그램인데요. 미술과 음악 활동이 중심이 됩니다. 먼저 누드크로키 강좌는 제주에 이주해온 백수연 작가님의 재능기부를 통해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운영합니다. 미술과 예술에 관심 있는 이용자들이 많이 신청하십니다. 그리고 드로잉 강좌는 총 8회 과정으로 초급과정이 끝나면 중급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예술 프로그램 중 음악 관련 프로그램으로 클래식 강좌도 운영합니다. 올해로 3년째 진행 중인데, 클래식 음악에 조예가 깊은 선생님과 일주일에 한 번씩 프로그램 진행합니다. 단순히 음악만 듣는 데서 머물지 않고 작곡가가 음악을 만들게 된 계기, 음악이 주는 느낌, 그 곡에 대한 변주곡 등 다양한 인문적인 요소를 결합한 강좌입니다. 강좌를 통해 작곡가들의 생애, 지역별 음악의 차이뿐만 아니라 그때의 시대상까지 공부하여 인문적 사고를 확장할 수 있어 인기가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끝으로 숲치유 프로그램인데요. 숲 전문가와 함께 제주도의 자연환경을 만나고 함께 걷고 명상하고 내면을 다듬는 시간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힐링의 의미를 느길 수 잇는 프로그램인 셈이죠.
앞으로 5년, 교류와 연대의 시간을 준비한다
리자 : 독립성을 추구하지만, 외부와의 교류도 있을 것 같은데요?
달리 : 재표적인 외부 교류는 제주돌문화공원에서 진행한 이철수 작가 판화전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전시기간 동안 어린이, 청소년과 함께 하는 판화 체험 프로그램과 작가와의 대화도 함께 진행되었죠. 이밖에 외국과의 교류도 있는데, 예전 제주에 관심을 가졌던 일본 후쿠오카의 한 기관이 달리도서관을 방문해 책과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후 이 기관에서 달리도서관 이야기가 담긴 책을 출판해 선물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나온 5년은 자생성을 갖추고 성장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독립성과 자생성을 추구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5년은 다른 공간과 다른 도서관과 연대하고 확장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지역주민들이나 사람과 사람, 프로그램과의 관계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이제는 공간과 공간과의 교류도 확장해 갈 예정입니다.
리자 : 작은도서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떤 것일까요?
달리 :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이나 외부 재정의존도를 높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작은도서관 관련 기관은 작은도서관이 스스로 운영될 수 있는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은도서관이 운영될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은 필요하죠. 작은도서관 운영자들이 독립적인 운영을 하는데 필요한 부분을 워크숍과 같은 교육 형태로 활발하게 지원해 주었으면 합니다. 운영과 관련해 필요한 사례들이나 세부적인 부분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지원해주는 커리큘럼이 있었으면 해요. 운영의 자율성은 지켜주되, 지원은 다양한 형태로 풍성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밖에 출판사와 작은도서관이 연계되어 서로가 WIN-WIN 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자 : 앞으로의 5년이 굉장히 기대가 됩니다. 공간과 공간과의 교류 외에도 달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달리 : 달리도서관는 이제 확장을 준비합니다. 제주도 동서남북에 달리도서관의 분관을 세우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분관도 마찬가지로 달리의 철학이 담겨있어야겠죠. 제주도 어디를 가도 달리도서관을 만날 수 있도록 외부와 연대할 생각입니다. 그렇게 해서 제주도에 오신 분들이 책과 달리도서관과 함께 여행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렇게 되면 올레길처럼 달리도 언젠간 제주도 여행의 필수 코스가 되지 않을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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