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충남] 다올책사랑방 작은도서관
홍성에서 피어난 문화 ‘모두를 위한 작은도서관’
다올책사랑방 작은도서관
많은 예술인을 배출한 고장 충청남도 홍성에는 아름다운 녹색 풍경과 책을 읽을 수 있는 다올책사랑방 작은도서관이 있다. 마을의 평생교육 공간을 지향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독서 문화를 만들어 간다.
친구네 집처럼 편안한 작은도서관
신도시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은 고즈넉한 분위기가 풍기는 동네를 거닐다 보면 높은 아파트들 사이 다올책사랑방 작은도서관이 보인다. 커다란 창이 눈길을 사로잡는 다올은 작은도서관의 매력에 빠져 15년 간 도서관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김은정 관장의 염원이 담긴 곳이다.
오랜 시간 공·사립 작은도서관 운영자로 활동한 김 관장은 2018년 홍성으로 아예 이전했다. 그 당시만해도 홍성 주민들에게 작은도서관이 익숙지 않은 곳이었다. 지자체의 작은 지원은 물론, 주민들은 작은도서관의 존재조차 몰랐다. 때문에 김 관장은 차근차근 작은도서관의 기반을 만들기 시작했다. 홍성 공립 1호 작은도서관 운영을 맡으면서 주민들에게 널리 알렸고, 이후 아파트 작은도서관을 개관해 주민들이 친근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5월, 그간의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다올책사랑방 작은도서관이 개관했다. 도서관 이름에 다올은 ‘모두 다 오는 공간’이라는 뜻이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전면이 통유리로 돼있어 탁 트인 느낌을 주고 창 너머 보이는 푸른 녹색 경치까지 더해 독서의 맛을 한층 더 살려준다. 다올에서는 책과 함께 사계절을 물씬 느낄 수 있다. 봄과 여름에는 생기 넘치는 초록 나무를 만나고 가을에는 익어가는 노을을 바라보며 겨울에는 하얀 눈이 앉은 풍경을 즐길 수 있다.
다올을 둘러보면 흔히 보이는 종합자료실, 어린이실 등의 팻말을 찾아볼 수 없다. 모든 연령층이 한 공간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눈다. 김 관장은 “그림책이 어른의 인생책이 될 수 있고, 글줄책이 어린이들의 식견을 넓힐 수도 있어 한 연령층만을 위한 책은 없다”고 말했다. 덕분에 주민들은 어려운 주제의 책은 비슷한 내용의 그림책을 읽어보는 등 편안한 독서를 하며 책과 친해진다.
작은도서관이 제법 친근해진 주민들은 서스럼없이 다올을 찾는다. 친구네 집처럼 편안하게 잠시 들러 간식을 나눠 먹고,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전입 가구가 많아 동네가 낯설었던 주민들은 도서관에서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어 살아간다.
이처럼 주민들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운영으로 만족도를 높인 다올책사랑방 작은도서관.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주민들의 큰 관심 속에 가파른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다양한 독서를 위한 ‘다올만의 북큐레이션’
개관 2년 차를 맞는 다올책사랑방 작은도서관은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문화 공간으로 지역에서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총 장서는 약 7,000여 권으로 이 중 양서의 비율이 적지 않다. 그 비결은 다올만의 북큐레이션 덕분이다.
다올은 세계 그림책 수상작 원서와 번역본을 전시하는 북큐레이션을 운영한다. 이뿐만 아니라 세계의 그림책 작가 모음전 등 그림책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를 진행한다. 덕분에 원서가 많은 도서관으로 소문나 여러 지역에서 직접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도서관 한 편에는 ‘충남 지역 작가 책’으로 책장이 가득 채워져 있다. 김 관장은 “충남의 숨은 작가들을 알리고, 지역에 대한 애향심을 심어주기 위해 북큐레이션을 계획했다”며 어르신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책들을 소개했다.
다올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주민들을 만난다. 현재 운영하는 ‘꼬마작가탄생! 시즌2’는 참가자들이 홍성군의 홍보대사가 돼 설화, 인물, 유적지 등을 주제로 그림책을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약 한 달동안 책을 읽고 전래놀이, 전래동요 등을 체험하며 그림책을 만들어 전시와 북콘서트로 막을 내리는 다올의 대표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홍성군 문화특화사업단과 ‘홍성인물 세상 밖으로 태어나다’를 운영한다. 지역의 대표 시인 한용운의 시 88편을 각 지역의 사투리 버전으로 낭송하기, 이응노 화가가 되어 나만의 독창적인 캘리그래피 쓰기 등 홍성군의 위인을 주제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주민들과 함께 호흡한다.
최근에는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면서 본인이 갖고 있는 재능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민들도 생겼다. 문화, 음악, 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재능으로 도서관을 한층 더 빛내준다. 뛰어난 재능으로 다올을 넘어 다른 기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주민들도 많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서비스가 강조되는 요즘, 유튜브 방송으로 이용자들을 만나고 있다. 도서관 휴관이 계속되면서 운영 방법을 고심하던 중 시작한 유튜브 방송은 어느새 구독자가 4천명에 달한다. 매일 방송으로 책을 읽어주다보니 800편 이상의 동영상이 채널에 업로드돼있다. 유튜브 채널은 영상 최다 조회수가 2만명이 넘는 등 나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도서관이 문을 닫게 되면서 생각한게 유튜브 방송이었어요. 작은도서관은 휴관 중이어도 이렇다할 콘텐츠가 없으니 유튜브를 운영하는게 어렵게 느껴지잖아요. 거창한 거 없이 일단 도서관에 못 오는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주는 것으로 시작했어요. 매일 블로그나 도서관 밴드에 홍보를 하니 점점 조회수가 늘어나면서 학교 수업 자료로 사용하고 싶다고 근처 학교 선생님들이 연락이 오더라고요. 그냥 책을 읽어주는 것부터 시작해도 괜찮아요. 할 수 있는 것부터 먼저 시작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러한 노력으로 도서관 이용이 어려운 요즘에도 주민들은 빈틈없이 문화생활을 누리고 있다. 도서관을 책 읽는 공간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모두가 어울리며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다올. 운영진 덕분에 오늘도 홍성군 일대의 독서문화는 나날이 발전 중이다.
평생교육을 실현하는 책 사랑방으로
다올은 관장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 7명이 운영한다. 김 관장은 운영 초반부터 사비를 들여 도서관을 만들었다. 작은도서관에 대한 열정으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칠 때도 있다. 최근에 후원 계좌를 개설해 후원금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빠듯한 실정이다.
“지역 주민을 위해 만들고 싶은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해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 많지만 운영비 때문에 망설이게 되는 현실이 아쉬워요. 국회의원도 만나고, 지자체와 계속 얘기하고 있지만 아직 어려운 부분이 많이 존재해요. 다올 뿐만 아니라 작은도서관들이 예산 걱정 없이 마음껏 나래를 펼칠 수 있는 날을 기다려요. 그러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이지 않을까요?(웃음)”
다올은 지금처럼 지역 주민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며 작은도서관이 갖는 평생교육시설의 역할에 조금 더 집중할 예정이다.
“평생교육법에 보면 작은도서관이 평생교육시설로 지정돼있어요. 도서관법에도 평생교육공간임을 강조하고 있죠. 큰 공공도서관은 아무래도 대출·반납이 주가 될 수 밖에 없잖아요. 하지만 작은도서관은 통계에 그렇게 연연하지 않아도 되죠. 그렇기 때문에 공공도서관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어요. 다올은 앞으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며 모두가 이용하는 평생교육공간으로 주민들과 오랜 시간 함께할게요.”
정년퇴임한 중장년층은 청소년·성인에게 삶의 지혜를 건네고, 청소년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우애를 쌓고, 어르신들은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는 곳으로 전 연령층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다올책사랑방 작은도서관. 평생교육공간을 지향하며 주민들과 함께 성장해나갈 앞날을 기대해본다.
■ 다올책사랑방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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