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경기] 뒷동네도서관
동네 뒤편,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곳
뒷동네도서관
푸르른 청계산과 아름다운 경관을 가진 백운호수가 맞이하는 경기도 의왕시에는 소박하지만 온기가 느껴지는 문화 공간, 뒷동네도서관이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의 도서관을 꿈꾸며 마을과 함께하는 뒷동네도서관은 비영리민간단체 더불어가는길이 운영하는 사립 작은도서관이다. 도서관 접근성이 낮은 주택가에서 마을의 주민들과 새로운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뒷동네도서관을 만났다.
도서관 지킴이 ‘구름빵, 토끼풀, 마늘쫑, 달보드레, 마음이, 왜요, 프리다’
뒷동네도서관은 중고등통합대안학교 더불어가는배움터길에서 시작했다. 2011년 학교도서관 나무와숲도서관을 거쳐 지역 사회 교류와 독서문화 증진을 위해 지금의 뒷동네도서관으로 2014년 개관했다.
도서관 운영진은 처음에는 모두 대안학교의 학부모들이었다. 우리 아이가 획일적인 입시교육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꿈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으로 모인 엄마들은 독서 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학교 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던 엄마들은 학교를 넘어 더 큰 지역 활동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싶었다. 이 염원을 바탕으로 내손동 뒤편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고 지금은 뜻을 같이 하는 주민들도 함께 참여하고 있다.
엄마들이 주축이 되어 친근감 있는 공간, 동네 뒤편에서 마을을 지켜주는 사랑방 같은 공간을 추구하며 도서관 문을 열었다. 이곳에 들어서면 고소한 빵내음이 풍긴다. 공간을 나눠 쓰는 ‘앨리스브레드’는 주민들이 책을 읽고, 레시피를 따라 빵을 만드는 마을 공간이다. 바로 그 옆에 책장이 가득한 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구름빵님~ 이것 좀 드셔보세요~”
“토끼풀님! 재밌는 책 추천해주세요!”
귀여운 애칭으로 불리는 운영진들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하다. 학교에서 함께했던 엄마들은 딱딱한 직함이 아닌 별명으로 불린다.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 또한 똑같은 별명으로 운영진을 부른다. 덕분에 아이들은 도서관을 더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으로 여긴다.
도서관의 자랑은 열정 넘치는 운영진들이다. 운영의 전반을 맡고 있는 ‘토끼풀’님은 의왕시 작은도서관 부흥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한 활동가다. 작은도서관들이 더 활발히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의왕시의 뜻있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획한 한글 축제는 의왕시의 대표 마을 축제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운영진들은 이외에도 많은 활동을 한다. 도서관 운영은 물론, 시의 공공도서관과 여러 사업도 진행한다. 최근에는 내손도서관에서 도서를 지원 받아 양질의 책장을 꾸렸다.
도서관의 가장 큰 테마는 ‘온기’다. 도서관 곳곳에는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느껴진다. 물기를 머금은 화분들과 책상 가운데 소소한 간식, 손으로 쓰여진 아기자기한 안내 문구들까지 도서관을 가득 채운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용자들을 환하게 맞이하는 운영진들의 따뜻함이다. 이들은 언제나 도서관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책으로 시작한 우리 문화 '지역 대표 축제가 되다'
뒷동네도서관은 주민들과 알찬 일상을 함께 한다. 매년 봄에는 근처 갈미공원에서 책 나눔을 하는 뒷동네놀이터시장에 참여한다. 길’이라는 공동체 화폐로 책을 사고 팔고, 아나바다 장터도 함께 한다. 자신이 읽고 좋았던 책을 팔기도 하고, 한번 읽고 잘 안 읽게 되는 책들도 나누며 새로운 책들을 만난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이 오면 도서관은 의왕시 한글 축제 준비를 시작한다. 근처 작은도서관들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체험부스 준비로 분주해진다. 매년 한글날 펼쳐지는 축제는 풍물놀이, 한글 그리기, 한글겨루기 대회,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의왕시 유명 축제로 자리잡았다.
뒷동네도서관의 또 다른 자랑은 동아리 ‘0730’, ‘독한사람들’, ‘우쿨렐레 동아리’ 등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점이다. 0730은 7년을 함께한 동아리로 3주에 한 번 저녁 7시 30분에 모여 책을 읽는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을 목표로 책을 추천하고, 토론하며 이야기를 나눈다. 회원들은 오랜 시간 함께 책을 읽으며 서로의 많은 것을 나눴다. 어느새 크고 작은 사적인 얘기도 공유하며 삶의 위로를 얻는다.
‘독한사람들’은 한자로 읽을 독(讀)자와 ‘독한 마음 먹고 책을 읽어보자’는 뜻이 합해진 이름으로 어렵고 두꺼운 책을 함께 읽고 있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많아지면서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어려운 책들을 멀리하는 요즘, 두꺼운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울림을 느끼며 뜻깊은 독서를 하고 있다.
청소년과 청년이 함께하는 독서퀴즈교실도 빼놓을 수 없다. 청소년들을 독서활동에 이끄는 것은 여러 가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고심하던 운영진들은 청년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보다 자신들과 세대적, 정신적으로 가까운 청년들이 프로그램을 함께하니 청소년들의 관심이 늘었다. 함께 퀴즈도 풀고 즐거운 독서 시간을 보내며 청소년들은 한층 책과 가까워진다.
이외에도 여러 공모사업 선정으로 도서관을 풍성하게 했다. 2019년에는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의 작은도서관 책친구 사업에 선정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으로 이용자들을 만났다. 이러한 운영진들의 노력 덕분에 내손동 일대는 새로운 독서문화가 피어나는 중이다. 아이들은 책과 가까워지고, 어른들은 독서동아리를 통해 다양한 생각들을 공유하며 도서관과 일상을 함께 한다.
삶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공간이 되길
주민들과 함께 독서 문화를 만들며 7년 째 열심히 달려온 뒷동네도서관. 편안함과 친근함을 무기로 의왕시 작은도서관의 모범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현재 도서관을 이끄는 운영진은 모두 8명으로 무보수 자원봉사자다. 모두 하는 일이 따로 있지만 책과 도서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 운영진들은 도서관의 역할이 대출·반납의 공간이 아닌 문화 공간이 되려면 지원이 꼭 확대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뒷동네도서관이 주민들과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도록 예산 문제가 해결되어 운영비 걱정 없이 나래를 펼칠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책 읽는 인구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독서는 중요해요. 책을 매개로 하는 활동들은 우리 삶에서 더욱 유의미해지고 있는 것을 느끼는 요즘이죠. 지식을 전달하는 배움의 역할보다는 도시에서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삶의 의미를 찾는 공간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어요.”
■ 뒷동네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www.thegil.org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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