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퐁낭작은도서관

2020.07.30

책과 함께 충전하는 제주 시민들의 쉼터

퐁낭작은도서관



바람이 지나는 나무, 퐁낭

옛날, 제주도 마을 입구엔 퐁낭(팽나무를 뜻하는 제주어)이 있었다. 언제 누가 심었는지 기록은 없어도 마을에서 가장 나이 많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바람이 부는 대로 줄기를 뻗어 '바람의 나무'라고도 부르는 퐁낭 아래 그늘은, 마을 사람들이 노곤한 몸을 쉬어 가는 휴식처이자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었다.

서귀포 동홍동의 '퐁낭작은도서관'은 그런 나무의 마음을 담아 세우졌다. 도시에서 사라진 인정을 나누고 바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책과 함께 충전할 수 있는 곳. 언제나 마을 입구를 든든히 지키던 퐁낭처럼 사람을 품겠다는 도서관의 마음이 느껴진다.



도서관을 찾은 인디밴드, 스테이플러

쿵짝 쿵짜작 쿵짝. 비가 잠시 멈춘 토요일 오후 2시. 흥겨운 전자기타 연주와 요란한 드럼소리가 잠든 것만 같이 조용했던 도심을 깨웠다. 소리의 근원지는 퐁낭작은도서관 북카페. 조용해야 할 도서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지나가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하나씩 도서관으로 향했다. 작은도서관이 이내 북적거렸다.



소란의 정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여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인디밴드 스테이플러의 깜짝 공연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불시착한 어린왕자처럼 날아든 스테이플러의 달콤한 노래와 세련된 연주가 단숨에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았다. 음악과 책은 사람을 한데 묶는 마술을 부린다. 인디음악 마니아도 음디음악을 처음 접하는 이도 모두 어깨를 모으고 함께 손뼉을 치며 하나가 되었다.


시끌벅적해 즐거운 도서관

사실 시끌벅적한 깜짝 이벤트는 퐁낭작은도서관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다. 이왕이면 즐겁게 읽고 쉬고 즐기자는 게 퐁낭작은도서관의 운영 목표다. 나이, 성별 구분 없이 도서관을 찾는 모든 이가 즐거워질 수 있도록 일 년 내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생으로 구성된 어린이기자단은 매달 모여 기사 작성을 배우고, 직접 현장을 취재한다. 향후 어린이 신문을 발행하겠다는 포부를 갖고있다. 시니어 클럽은 도서 정리 자원봉사와 책 읽기 프로그램을 돕는다. 아이들은 할머니가 읽어주는 동화를 듣고, 할머니들은 도서관 극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고전영화를 시청한다.

도서관 서쪽에 있는 무인 북카페는 편하게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고,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는 '퐁장퐁장 플리마켓'이 테라스에서 열린다. 청소년 인문학 특강과 드로잉 교실, 홈페이지 만들기 교실도 진행될 예정이다.



남미의 유명한 소설가 보르헤스는 천국이 있다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작은 책장 너머로 만나는 무한한 상상의 세계 때문이었을 것이다. 퐁낭작은도서관을 돌아보면 그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새삼 깨닫는다.

잠시 수험서를 덮고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쉴 수 있는 곳, 세상으로 나가는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곳, 오래된 명화를 아이와 함께 보며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곳. 책으로 시작된 작은 일이 무한한 세계로 뻗어가는 놀라움을 보여주는 퐁낭작은도서관을 천국이 아니라면 과연 무어라 부를 수 있을까.


서귀포 퐁낭작은도서관

운영시간

- 도서관 : 평일(월~금) 오후 2시~저녁 8시 / 토요일 :오전 10시~오후6시 (일요일 휴관)

- 북카페 : 평일(월~금) 오후 2시~오후 6시 / 플리마켓 : 매월 첫째주 토요일 오후 1시~3시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동홍동 657-5

문의 010-4521-2592


/ 출처 : 인문360° 인문쟁이 양혜영 기자

https://inmun360.culture.go.kr/content/382.do?mode=view&cid=2357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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