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서울] 작은도서관 웃는책
함께해서 더 풍성한 도서관
작은도서관 웃는책
서울시 강동구 유리 피라미드 모습의 건물이 눈에 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는 놀이터를 지나면 천호동의 사랑방 작은도서관 웃는책이 보인다. 열린사회 강동송파시민회가 위탁 운영하는 웃는책은 민간단체의 운영 노하우와 구청의 공공성이 결합되어 공립 작은도서관의 좋은 예로 손꼽히고 있다.
모두 어울리는 정겨운 쉼터
천호동 주택가 사이 천일어린이공원 끝에서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도서관은 다정한 느낌을 물씬 풍긴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심과 살짝 떨어진 웃는책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도서관 앞 공원은 장기를 두는 어르신, 육아 스트레스를 수다로 날리는 엄마들, 신나게 뛰어노는 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모이는 동네 숨은 공간이다. 이 때문에 시원한 물 한 잔을 먹으려다 책을 읽고 가는 사람, 화장실을 이용하려다 도서관에 발길을 잡힌 사람들까지 색다른 이유로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다. 물론 도서관에 한 번만 들어와도 그 매력에 빠져 자리를 잡고 앉아 책을 읽는 사람들도 많다. 처음엔 이런 작은 이유를 가진 사람들이 드나들어 도서관보다는 사랑방 같은 느낌을 줬다.
작은도서관 웃는책은 얼마전 새로운 모습으로 이용자들을 맞았다. 사실 웃는책은 강동구에서 많은 공로를 인정 받으며 활동한 ‘천일어린이도서관’이었다. 천일어린이공원에 위치해 천일어린이도서관이라 이름 붙여 오랜 시간 활동해온 도서관이 지켜온 이름을 바꾸고 ‘작은도서관 웃는책’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도서관을 오랜 시간 이용해온 이용자는 새로운 도서관명이 낯설지 않다. 공식 명칭은 천일어린이도서관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웃는책이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했기 때문이다. ‘웃는책’은 고양시의 전통있는 사립 작은도서관이었던 어린이도서관웃는책에서 가져왔다.
도서관이 사정으로 인해 폐관할 무렵 천일어린이도서관이 개관하면서 서가부터 운영 노하우까지 많은 것을 물려받았다. 천일어린이도서관 운영진들은 웃는책을 이어가고자 이번 리모델링을 하면서 ‘작은도서관 웃는책’으로 공식 명칭을 변경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오히려 더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명칭 덕분에 도서관 이미지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작은도서관웃는책은 약 80평 남짓한 공간으로 2층까지 알차게 구성했다. 1층에는 종류별 그림책 서가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어울터>가 있고, 층 사이에는 공간을 활용한 원목 계단 서가가 있다.
1층보다 조용하고 고즈넉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2층에는 만화책과 성인도서가 공간을 채우고 있고, 원목톤으로 꾸며져 통일된 느낌을 준다. 탁 트인 통유리창 앞 열람석은 도서관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책을 읽을 수 있어 언제나 인기만점이다.
책 읽기를 전파하다
작은도서관웃는책은 일상과 함께하는 책 읽기를 꿈꾼다. 우리의 평범한 24시간 속 자연스레 책이 따라오는 삶을 꿈꾸며 운영진들은 도서관을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공립 작은도서관이지만 민간단체가 운영하기 때문에 사립 같은 공립이라 많이들 칭한다. 민간단체가 갖고 있는 한계를 공공의 행정력으로 보완해주기 때문에 운영의 지속성과 같은 고민은 좀 덜었다. 오히려 민간이 운영하기 때문에 공립 작은도서관에서 느끼기 어려운 독특하면서도 창의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웃는책은 일상 속 책 읽기를 지향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독서지도를 하기보단 책과 연결되는 프로그램으로 이용자들이 먼저 책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운영진들은 책과 친해지는 것이 바탕이 돼야 독서동아리나 문화프로그램들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재는 일상적인 책 읽기의 정착을 위해 ‘그림책 함께 책 읽기’를 진행한다. 매달 한 명의 작가를 정해 책을 함께 읽는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소감을 적는다. 궁금했던 질문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의 이야기를 담아 전달하면 작가들은 다정한 마음을 담아 답장을 보내주기도 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작가가 직접 도서관에 방문해 책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웃는책은 도서관 앞 공원을 100% 활용하고 있다. 그림책이 가득한 책수레를 끌고 나가면 신나게 뛰어놀던 아이들은 어느새 시원한 그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책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도서관 앞 바깥서가 ‘책읽는집’은 공원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책부터 큰글자 성인도서까지 비치했다.
이외에도 그림책을 읽고 오감으로 표현하는 ‘그림책몸놀이’, 어려운 책을 함께 읽고 지성을 갖춘 사람이 되자는 목표를 가진 ‘마늘과쑥’, 엄마들이 함께 책을 읽는 ‘그림책모임’ 등 다양한 동아리도 함께 운영한다.
웃는책은 직원 3명과 자원활동가들이 함께 운영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운영진들과 도서관 동아리 대표, 프로그램 강사, 지역에서 마을공동체 활동을 하는 단체들끼리 힘을 모아 사회적협동조합 설립을 앞두고 있다. 비슷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기 위함이다. 협동조합 설립으로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지역 연계 활동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운영진과 이용자가 구별이 없는 도서관
책과 함께하는 일상을 꿈꾸며 10년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킨 작은도서관 웃는책. 자칫 공립작은도서관이 가질 수 있는 딱딱함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하고 동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독서 문화 전파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공립 작은도서관의 지속성 덕분에 도서관 운영은 별탈 없이 하고 있지만 위탁 운영이기 때문에 3년에 한번씩 재위탁을 받는다. 운영의 지속성은 있지만 고용의 보장성이 없기 때문에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김자영 관장은 ‘작은도서관 관장’이라는 직업을 참 좋아한다고 말한다.
“작은도서관 관장이라는 직업은 다른 직업들처럼 나를 입증하거나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위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점이 참 좋아요. 제가 이 일을 하는 이유기도 하고요.”
아이들이 성장해 도서관에서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고, 동아리 모임을 하며 자신의 적성을 찾아 전문가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작은도서관이 가져오는 변화가 항상 감사하다는 운영진들. 앞으로 작은도서관웃는책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의 코로나19처럼 현대인들은 계속해서 위기를 겪으며 살아가기 때문에 내면적으로 위로 받을 수 있는 제3의 공간이 필요해요. 바로 작은도서관이 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주민들에게 정서적인 버팀목이 되어주고, 서로를 보듬으며 치유와 회복의 역할을 하는 공간으로 계속해서 함께 할게요.”
작은도서관이 7,000개 이상 생기면서 작은도서관이 갖는 공공성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는 작은도서관 웃는책. 서로가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에 작은도서관 웃는책이 자그마한 도움이 되길 바라며 주민들의 곁을 오랜 시간 지키길 기대해본다.
■ 작은도서관 웃는책 유형 공립 작은도서관 홈페이지 http://www.gdlibrary.or.kr/small/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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