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경기] 파주시 한톨 작은도서관
한톨작은도서관, 사람냄새 나는 동네 사랑방을 꿈꾸다
박미진(한톨작은도서관 관장)
한톨작은도서관(사립) - 위치 : 경기도 파주시 가람로 22, 벽산한라아파트 입구 - 전화 : 070-8628-3982 - 담당 : 박미진 관장님 - 개관 : 2012년 4월(정식개관) - 운영시간 : 평일 1시-6시, 토요일 1시-5시 (일요일 휴무) |
한톨도서관, 열정과 소통이 도서관을 움직이는 힘!
- 리자 : 아파트 도서관이 처음 개관하는 과정이 힘들었을 텐데, 한톨작은도서관의 개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박미진(이하 박 관장) : 한톨도서관은 처음에는 협소하고 삭막한 공간이었어요. 뜻을 같이하는 아파트 주민들이 독서교육을 할 곳이 필요해졌고, 결국 사비를 들여서 도서관을 만들게 되었죠. 그것이 한톨도서관의 출발점이었죠.
사비를 들여 시작한 열정이 주변에 알려지고 개관 이후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이용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현재는 지원금도 받고 있습니다. 중간에 아파트입대위와 마찰도 있었지만, 지속적인 설득과 대화를 통해 저희의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한발 나아가서 한톨에 대한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지원에 관련해서 고민을 하며 대안을 모색 중입니다. 많은 아파트도서관들이 아파트 입대위원장에 따라 도서관방향이 바뀌는 경험을 한번쯤 겪죠. 저희도 예외일 순 없었어요. 그때마다 소모적인 마찰보다는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지원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그래서 언제나 아파트입대위원회와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기자기했던 한톨도서관의 내부
한톨, 장서, 조직, 사람이 조화를 이루다
- 리자 : 소통의 중요성을 몸소 보여주신 모습이 굉장히 인상에 남습니다. 그렇다면 한톨작은도서관만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 박 : 한톨의 특징은 이용자, 조직, 장서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는데요.
첫째, 이용자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용자가 꾸준히 방문하는 것은 ‘움직이는 도서관’이라고 할 수 있죠. “움직인다”는 것이 한톨의 가장 큰 특징이자 생명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톨이 파주시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작은도서관으로 기억되는 이유도 이 때문죠.
둘째,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운영위원회와 자원봉사자라고 할 수 있어요. 먼저 운영위원회는 각자의 업무가 분담되어 있습니다. 한사람이 맡으면 많은 일이지만 서로 나누어 협력하면 일에 대한 부담도 줄고 그만큼 맡은 일을 전문적으로 잘할 수 있어요. 운영위원회는 위원들 간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두 달에 한번씩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눕니다.
운영위원회 아래에는 한톨을 지켜주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성인 20명, 청소년 25명의 자원봉사자가 현재 도서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선발부터 운영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청소년 자원봉사자는 일대일 인터뷰를 통해서 선발하는데, 한톨에서 책임감을 느끼며 열심히 도와줄 수 있는 친구들을 우선적으로 뽑습니다. 이렇게 뽑힌 친구들은 이제 한톨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든든한 조력자입니다. 자원봉사 인력이 부족할 때도 있지만,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며 기존 인력을 내실화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세 번째, 한톨은 높은 장서수준을 자랑합니다. 한톨 운영위원회 중에는 어린이도서연구회(어린이책을 읽고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가꾸기 위해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작은도서관의 공간과 예산의 제약이 있어서 신간도서를 무한정 살 수는 없는 입장입니다. 따라서 어린이도서연구회 분들과 함께 검증을 거쳐 장서수집을 하고 있습니다. 한톨을 찾아주시는 다른 도서관 선생님들이 한톨의 소장도서들을 보며 부러워하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는 거죠.
- 책과 관련된 재밌는 도구들이 많았던 한톨 도서관
- 지금까지 진행했던 독서프로그램들
한톨, 주민참여로 독서문화의 중심이 되다
- 리자 : 도서관을 둘러보니 정말 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 한톨의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 박 : 한톨에서는 다양한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몇 가지를 소개 드리면 파주시청의 지원으로 강사 선생님과 함께 운영하는 독서 프로그램을 월 1회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령별로도 다양한 강좌가 고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고정 프로그램은 청소년 봉사자들이 직접 진행하기도 합니다. 자원봉사자 선발 면접에서 종이접기를 잘한다고 했던 친구는 종이접기 프로그램을, 리코더를 잘하는 친구는 리코더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는 식이지요. 어린 친구들은 한톨에 놀러와 언니오빠들과 즐겁게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배울 수 있고, 청소년들에게는 자신의 재능을 나눌 수 있는 점이 매력이죠.
또한 아이들에게 인간관계 및 사회성을 자연스럽게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있는데요. 상반기에 세월호 사고를 추모하기 위한 음악회를 열었던 것과 평생교육단체와 협력한 아나바다 운동을 한 것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입니다.
지역주민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지는 강좌도 있습니다. 필리핀에서 커피사업을 하고 계셨던 입주민이 먼저 제안해 운영한 <집에서 커피마시기 – 커피교실>이라는 프로그램과 인근의 치과의사 선생님의 재능기부로 이루어진 아이들이 꼭 알아야할 <치과교육> 특강 등은 내용도 유익했고 반응도 정말 좋았답니다.
상호대차를 이용하여 타 도서관과 함께 진행한 독서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테마를 선정하고 한톨에서는 소장하고 있지 않은 100권 이상의 도서를 타 도서관에서 장기 상호대차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역사’를 테마로 역사 관련된 도서를 100권 이상 타 기관에서 상호대차하여 전시합니다. 지난 여름에는 만화책을 100권을 상호대차 하여 특별 만화방을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1년에 1000권 정도를 타 도서관과 교류하고 있습니다.
- 발자국(출석체크)를 적는 아이들
한톨, 사람냄새 나는 도서관을 꿈꾸다
- 리자 :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며 느끼는 보람이 있다면?
- 박 : 한톨을 찾아 주시는 분들이 이곳에서 사람냄새를 느끼실 때, 인간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소로 운영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아파트라는 공간이 이웃과 단절되고 개인적이고 삭막한 공간으로 인식되게 마련인데, 이곳에서만큼은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것이 작은도서관이 필요한 이유가 아닐까요.
제가 가장 큰 감명 받았던 일을 몇 가지 말씀드리면 한톨의 밴드(SNS)를 운영하는데, 그 밴드 안에서는 매일같이 다양한 이야기들이 올라와요. 어느 날 아이 한 명이 없어졌었는데, 밴드를 통해서 모두가 함께 찾으러 나서서 아이를 찾았던 적도 있구요, 또 치매를 앓고 계신 할아버지가 없어지셨는데 자기 일처럼 생각해주시는 찾아나서시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정말 큰 감동을 받았어요. 밴드를 통해 더 이상 쓰지 않는 물품들을 교환하기도 하죠. 이렇게 지역주민들의 소통의 장소로 저희 한톨이 이용될 때 정말 뿌듯해요.
리자 : 언제나 주민들과 함께 움직이는 한톨. 미래의 한톨은 어떤 모습일까요?
박 : 도서관에 단순히 책만 읽으러 오는 곳이 아닌, 다양한 연령층의 이웃들을 만나 이런 저런 활동을 하며 인간관계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곳이 되어야한다는 것이 한톨의 운영철학입니다. 이 과정에서 늘 새로운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좋은 기운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모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로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의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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