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서울] 성내 PLUS 작은도서관
온 마을을 하나로 엮는
성내 PLUS 작은도서관
성내 PLUS 작은 도서관(이하 도서관)은 조그만 개척교회의 담임 목사가 운영하고 공간도 교회와 함께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순간 떠오르는 생각... 어, 종교색! 신앙이 다양한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모이는 공간인데 괜찮을까? 물론 도서관 어디에도 종교색이 드러나는 곳은 없다. 평소에는 도서관 로고 블라인드에 가려져 있는 십자가만이 이곳에서 예배도 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여느 평범한 작은 도서관과 다름없는, 아니 지하공간임에도 오히려 더 깔끔하고 더 산뜻한 곳이 성내 PLUS 작은 도서관이다.
성내동에서 8년째 목회를 하며 마을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온 오만종 도서관장에게 이 같은 편견이나 고정관념은 별 의미가 없다. 교회나 성직자나 결국은 마을의 구성원이고 자원이며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드는데 함께 해야 할 책임은 더 크다고 생각했고 그 생각들을 실천하며 지금까지 살아왔기 때문이다. 공간 운영책임자로서 목사보다 도서관장으로 불리길 원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지난해, 도서관을 열기 전부터 이곳은 많은 행사와 사업, 활동들의 거점지로써 성내동 안에서 이미 유명하다. 성내 PLUS 작은 도서관(강동구 성내로 3길 18, 지층) 주변에는 강동구청을 비롯 관공서와 각종 복지 전문 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이 같은 지리적인 이점과 그동안 마을에서 오만종 관장이 헌신으로 보여준 활동들이 쌓여 민관협치의 제대로 된 결과물들이 나왔다.
자살예방센터와 독거어르신 자조모임은 현재 성내 1동 지역사회 보장협의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는 오관장이 발로 뛰며 찾아낸 마을의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프로그램들이다. 2012년 교회를 열면서 종교인으로서 당연히 해왔던 봉사 활동들을 2016년의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을 계기로 마을 안에서 제대로 펼치기 시작했다.
원래 자살예방센터는 4개 종교계가 연합한 서울시 사업으로, 2016년부터 기독교 자살예방센터 LifeHope 강동지회를 운영하며 캠페인과 인식개선 교육, 위기상담, 유가족 케어를 해왔다. '성내동 독거어르신 행복동행'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멈출 뻔한 강동노인종합복지관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오 관장이 지원을 제안해서 다시 살려냈다. 2016년 당시 교회 공간을 마을의 소외된 어르신들이 식사를 하고 프로그램을 즐기는 만남의 장소로 기꺼이 내놓았다. 이런 과정에서 당연히 관공서, 전문기관의 협조와 지원이 있었고 진정한 협치를 통해 긍정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할 수 있었다.
특히 18년 11월, 성내 1동 하니공원에서 개최한 '사랑 나눔 바자회'는 민간이 주도하는 행사를 공기관들이 제도, 정책적으로 도와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로 손꼽힌다. 주민센터, 성내종합복지관, 강동노인종합복지관과 함께 진행한 프로그램 안에서 마을의 남녀노소 주민들이 만나 바자회를 즐겼고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해서 얻은 수익은 주민센터에 기부했다. 올해는 관내 직능단체들의 부스도 설치해 규모를 좀 더 키울 계획이라고 한다.
<▲ 성내 PLUS 작은 도서관의 주 도서실 전경과 유아실, 만남의 장소 ⓒ2019. 유수경>
지난해 초, 작은 도서관으로 등록하고 올해 강동구 마을공동체지원센터의 공동체 공간 활성화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작은 도서관 활동에 시너지를 얻게 됐다. 약 40여 평의 도서관에는 주 도서실 외에 유아실, 주방, 사무실, 만남의 공간이 있으며 동아리 활동이나 모임을 원하는 주민들에게 대여도 한다. 예배시간(일요일 11시~13시, 수요일 20시~22시)과 도서관 자체 프로그램이 겹치는 시간 말고 언제든지 가능하며 이용료는 시간당 3천 원이다. 구청 지원으로 공간을 관리하는 전문 사서와 회계담당자가 있지만 오 관장도 되도록이면 공간에 머무르려고 한다. 이 밖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복지관 생활관리사들과 일반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며 자원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성내 PLUS 작은 도서관에서는 이미 하고 있던 소외계층을 위한 구호, 복지사업과 함께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다른 계층과 세대들에게도 주목했다. 근처 초등학교 학부모를 중심으로 중산층 마을 주민에게 필요한 문화, 교육복지 프로그램들을 고민했다. 인문학 강좌와 독서모임, 동아리활동의 공간이면서 주민들이 만나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는 진정한 마을공동체 공간으로 자리 잡도록 올 한해 집중할 계획이라고 한다.
오만종 도서관장에 따르면 작은 도서관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말은 작은 도서관의 무한한 가능성과 힘을 의미한다. 내용과 시간에 따라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삶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것은 물질보다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뤄진 사회적인 안전망이다. 물질만능주의와 세대갈등, 생명경시 사상으로 인성도 없고 도덕도 사라진 현실을 사는 대다수의 우리들도 위태롭긴 마찬가지다. 이 모든 문제의 대안은 마을공동체이고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사회적인 공간이 꼭 필요하다. 성내 PLUS 작은 도서관은 성내동의 커뮤니티 공간으로써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한몫을 담당하고자 한다.
<▲ 성내 PLUS 작은 도서관 사업과 이어지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카페 / 오만종 관장 ⓒ2019. 유수경>
다만 마을의 모든 사업이 그렇듯 지속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앞으로는 장담할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운영해온 카페를 커뮤니티 비즈니스 형으로 전환해서 도서관 사업을 지원해 볼까 생각 중이다. 기존 사회적 경제 기업보다 수익성 부분을 더 고려 하면서 의미를 더하는 모델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성내 PLUS 작은 도서관에서 해왔던 행사들을 홍보하고 성내동의 청년이나 주부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데 카페 운영이 나름 도움이 됐다.
작은 교회의 목회자로서 지금까지 벌여온 마을활동을 통해 오 관장은 자신이 소속한 종교 쪽에 말하고 싶은 바가 있다. 40여 평 남짓한 공간을 마을에 내놓았을 때 일어나는 일을 보면서 어마어마한 재력과 힘을 가진 큰 교회들이 마을에 뛰어든다면 우리 사회와 이웃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 대형교회의 역할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작은 교회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처럼 풀뿌리 운동, 소소하고 약한 것들이 주류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라는 오빌 교회 오만종 목사는 '공적 영역에서 종교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샘플이자 모델이 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하나하나는 비록 작아도 그 작은 것들이 많아지고 또 서로 연결된다면 강해질 수 있다.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다. 오래도록 아름다울 수 있다. '소다연강미(小多連强美),' 작더라도 그 수가 많아지고 서로 이어지면 강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도시의 발견, 정석 지음)
■ 성내PLUS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종교 시설 작은도서관 |
/<강동마을기록활동가 유 수 경>
http://www.gangdongmaeul.org/bbs/board.php?bo_table=0206&wr_id=45&page=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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