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면을 책으로 물들인 금빛 물결

금빛마을 작은도서관

경상남도 진주시 금산면에 위치한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질 좋은 문화생활을 책임지며 책과 함께 하는 일상을 꿈꾸는 독서공간이다. 진주시에서 선정하는 최우수 작은도서관에 매년 선정되는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오늘도 지역 독서인구 늘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일상 속의 특별함이 있는 곳

진주시에 속해있지만 시로부터 거리가 멀어 도심과 소외된 지역인 금산면은 문화 시설을 찾아보기가 힘든 동네이다. 시립도서관을 방문하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하는 금산면은 작은도서관의 건립이 누구보다 절실했다. 현재 금산면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은 총 3곳, 그 중 금빛마을 작은도서관만 독서문화프로그램과 다양한 행사 등을 진행하며 명실상부 금산면의 ‘작은도서관 교과서’로 불린다.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이 위치한 금산면은 농어촌 가족과 공군교육사령부가 있어 군가족이 많다. 거기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인접해 있어 아이들이 주이용객이기도 하다. 작은 면에 많은 인구들이 모여 살고 있지만 문화시설의 부재로 주민들의 문화 갈증이 높았다. 이에 아파트 대표회의에서 주민들의 문화생활 증진을 위해 공간을 마련해주었고 2008년 국립중앙도서관 지정 금산면 작은도서관으로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정식 개관하게 된다.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진주시 작은도서관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인 총면적 약 100평에 장서 2만여권, 프로그램실과 유아방 등 공공도서관 부럽지 않은 대규모의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어린이 이용자들을 위해 학년별 권장도서를 비치하고 있어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방학 숙제를 위해 우르르 도서관에 몰려오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경상남도의 대표적인 독서 독려 사업인 ‘경남독서한마당’ 선정도서도 구비하고 있어 지역 주민 및 청소년들의 독서 활동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도서관은 정적이고 조용한 곳이라는 편견을 지우기 위해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도서관 안에 휴게실을 따로 마련하기도 했다. 간식과 음료수, 커피 등을 구비해둔 휴게실에는 아이들이 학원에 가기 전 잠깐 들러 책도 읽고, 어른들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개관 이후 어린이에게는 친구들과 모여 앉아 즐겁게 책을 읽는 놀이터 같은 공간으로, 어른들에게는 책을 매개로 이웃들과 소통하는 사랑방으로 금산면에 작은도서관이라는 독서문화공간을 쑥쑥 키워내고 있는 금빛마을 작은도서관. 입주민들에게 바쁘게 흘러가는 일상 속 쉼터로 12년간 함께하고 있다.

‘독서공간’을 넘어 ‘문화공간’으로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늘 복작복작, 도서관은 언제나 열림이다.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평일부터 주말 오전 10시~18시까지 문을 열고 있어 주민들은 저녁 늦은 시간이나 시간이 비는 주말에도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도서관은 아파트 주민들 뿐만 아니라 금산면 전체 주민들도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함께 이용하고 있다. 도서관의 하루 평균 이용자는 50여 명을 훌쩍 넘기며 아파트내 만남의 장으로 주민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365일 꺼지지 않는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신선하고 즐거운 아이디어가 넘치는 독서문화프로그램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매년 약 15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 종류와 형태도 다양하다. 프로그램은 크게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진행되는데 오전에는 주로 성인 대상 프로그램으로 우쿨렐레, 하모니카, 오카리나, 캘리그라피, 부모교육, 기타교실, 손뜨개, 중국어, 생활영어 교실등이 운영되고 있다. 오후에는 어린이 방과후 교실로 한자교실, 생명과학, 책놀이터, 동화랑놀이랑, 요리교실, 책읽어주기, 영어동화책 읽어주기, 신나는 도서관 등이 운영되고 있다.

1년에 두 번 방학기간 중에 열리는 북콘서트는 금산면 잔치날이라고 부를 정도로 많은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한다. 참여하는 엄마들과 아이들은 시낭송, 빛그림 상영, 악기연주, 도서관에서 보물찾기 등을 함께하며 친목의 시간을 갖는다. 즉석에서 독서퀴즈를 풀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며 함께 책을 읽고 일상을 나눈다. 금산면을 금빛으로 물들이는 북콘서트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다.

방학 기간에는 어린이들만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도서관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책을 읽고 편지도 쓰고, 친구들과 함께 지내는 1박2일 독서캠프는 아이들에게 독서는 어려운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인내심과 협동을 기르는 게임도 진행하며 아이들은 도서관을 편안한 공간, 친구와 함께 즐거운 책을 읽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해줬다.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의 방학을 보내는 특별한 방법은 또 있다. 바로 청소년마인드캠프이다. 방학기간에 매주 1회씩 진행하는 인성캠프인 청소년마인드캠프는 처음에는 참여도가 낮아 운영진들의 골머리를 앓게 했지만 지금은 진주시 다른 지역의 청소년들이 참여할 정도로 청소년과 부모들에게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진로, 꿈, 친구, 부모 등에 관한 내용으로 게임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며 아이들의 꿈에도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엄마들의 동아리 ‘그림책 만드는 엄마들’은 그림책을 2권이나 출간한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의 대표 동아리다. 글과 그림책을 좋아하는 엄마들은 함께 책을 읽다가 ‘내 아이가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엄마들이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함께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진주 8경 중 하나이며, 시민들의 소중한 휴식처인 월아산과 금호지 전설을 우리 아이들에게 재미있게 들려주기 위해 엄마들은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을 담아 이야기를 만들었다.

“엄마들의 평범한 일상에 책을 만드는 일은 삶의 활력소가 되었어요. 회원들과 직접 그리고 쓴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깊은 감동을 얻기도 했어요.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만든 특별한 책은 스스로에 대한 성장도 가져다주었어요.”

- ‘그림책 만드는 엄마들’ 회원 일동

2017년에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지역설화를 바탕으로한 「(금호지가 생겨난 이야기 푸르미르」를 출간하였다. 지역의 역사와 애향심을 심어주는 이 책은 진주시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아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책 판매대금 중 일부는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에 구입비로 기부해 도서관에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다.

작가가된 엄마들을 2019년 또 하나의 책을 출간했다. 진주시의 지원을 받아 출간하게 된 「채기 날다」는 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그림책으로 책을 함부로 다루는 아이들을 위해 책의 입장에서 쓴 책이다. 전문작가가 아닌 엄마들이 쓴 두 번째 책은 도서관과 보육원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진주시 작은도서관협의회 회원이자 모범 작은도서관 사례로서 신생 작은도서관들의 원활한 운영을 위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에 꼭 필요한 대출프로그램 교육과 도서관 전반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며 진주시 전체의 작은도서관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은도서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들은 모두 주민들에게 큰 호평을 얻으며 성황리에 운영되고 있다. 도서관을 책 읽는 공간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모두가 어울리며 삶을 공유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운영진들. 그들의 땀과 노력 덕분에 오늘도 금빛마을 작은도서관 금빛 책 물결이 넘실거리는 중이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책 놀이터로

어느새 12년간 도서관의 문을 열고 있는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입주민들의 든든한 책 놀이터가 되어 금산면의 유명인사로 거듭났다. 현재 전문 사서가 근무중이지만 자원봉사 수준의 인건비를 받고 있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꼭 필요한 실정이다. 이외에 12명의 자원봉사자가 도서관 운영을 열심히 맡아주고 있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곳에서 독서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운영진들을 위한 현실적인 방안이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도서관에서 많은 일들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린이 사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있었던 일인 것 같아요. 어린이들이 때때로 ‘선생님처럼 사서가 되고 싶어요.’ 라는 말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뭉클해요. 작은도서관이 아이들에게 또 다른 꿈을 찾아주고, 키워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면서 작은도서관의 역할에 위대함을 느끼죠.”

- 유덕순 사서

작은도서관은 사람들의 일상 속 꼭 존재해야 하는 문화시설이라고 말하는 운영진들. 그들의 노력 덕분에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은 긴 세월동안 주민들의 곁을 지키며 독서문화를 전파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할 도서관의 앞날을 응원하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마을의 작은도서관이었다”고 말한 빌 게이츠와 같은 훌륭한 인물이 금빛마을 작은도서관에서 탄생하게 되기를 바라본다.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