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경기] 책이랑 작은도서관
마을을 수호하는 우리 동네 역사 기록관
책이랑 작은도서관
책이랑 작은도서관 은 1995년 문을 열어 올해 25살이 된 경기도 성남시 작은도서관의 터줏대감이다. 25년의 세월동안 여성들의 학교, 노동자들의 쉼터, 주민들의 마을공동체까지 수많은 역할을 수행해온 책이랑 작은도서관 은 오늘도 주민들의 곁에서 변치 않는 나무처럼 함께 하고 있다.
따수운 정과 사랑이 넘치는 상대원동 ‘만남의 집’
비탈진 길을 지나 오래된 주택들이 즐비한 골목을 걷다보면 높은 언덕이 보인다. 굽이굽이 가파른 오르막길을 지나면 상대원동 주민들의 보물같은 공간 책이랑 작은도서관이 보인다. 주위에 문화시설이 없어 손주에서 할머니까지 3대가 이용하고 있다는 책이랑 작은도서관은 하루에도 수십명이 오가는 상대원동의 ‘만남의 집’이다.
책이랑 작은도서관은 건물 전체가 도서관으로 공간을 알차게 사용하고 있다. 도서관 앞 넓은 마당도 책이랑 작은도서관의 자랑거리이다. 도서관 마당의 작은 밭에서는 싱싱한 농작물을 재배해 수확의 기쁨을 얻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다함께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프로그램 ‘공유부엌’이 드넓은 마당에서 진행되기도 했다.
정겨운 마당을 뒤로하고 도서관에 들어서면 빼곡한 서가들이 눈에 띈다. 장서는 총 1만 5천 여 권, 엄마와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 가득하다. 지하에는 프로그램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 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운영은 ‘성남 함께하는 주부모임’이 주체가 되어 맡고 있는데, 매년 작은도서관 운영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을 만큼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성남 함께하는 주부모임’(이하 함주부)의 지역에 대한 애정과 작은도서관에 대한 열정이 있기에 가능했다.
‘함주부’의 출발은 현재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는 건물에서부터 시작된다. 청계천 이주민들이 몰려오던 70년대, 무료 탁아소와 한방 치료 등의 활동을 진행하며 이웃을 위한 공간으로 사용하게 된다. 그 당시 이 곳의 이름이 ‘만남의 집’이었다. 80년대,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되는데 낮에는 공단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인권과 노동운동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며 민주화 운동의 거점지로 활용되게 된다. 그리고 90년대 중반, 노동인권교육을 받고 노동운동을 함께한 여성들은 어느새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육아의 어려움을 함께 겪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무엇인가를 같이 배우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 모임이 ‘함주부’의 뿌리가 된다.
‘함주부’가 출범하면서 회원들은 여러 교육을 받으며 지역 사회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그 당시 제대로된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여성들은 함께 교육을 받으며 도서관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이에 회원들은 뜻을 모아 아이들 그리고 주민들을 위한 ‘책이랑 작은도서관’의 문을 열었다.
현재 도서관을 이끌고 있는 운영진들은 사람의 성장을 이끌어 주는 공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아이들을 키워나가는 공간으로 지역사회의 기여할 수 있는 장이 되기를 꿈꾼다.
삶을 나누며 정이 더해지는 공간
책이랑 작은도서관은 곳곳이 이용자들의 손길로 가득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도서관을 장식하고 있는 꿈을 담고있는 작은 엽서부터 아이들의 서툰 손길이 물씬 느껴지는 귀여운 그림들까지 주민들이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을 사로잡는 것은 2층을 올라가는 계단을 수놓은 자수들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솜씨가 돋보이는 자수들은 동아리 ‘북공작소’ 회원들의 작품이다. 꼬박 6개월동안 책 「넉점반」 한 권을 자수로 표현한 작품은 한땀 한땀 수놓은 회원들의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회원들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여러 공공도서관 등에서 전시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도서관 곳곳을 빛내주는 작품들도 눈을 사로잡지만 책이랑 작은도서관이 주민들의 ‘만남의 집’이 된 비결은 바로 이용자들을 환한 웃음으로 맞이해주는 운영진들 덕분이다. 아이들과 주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뿌듯함과 보람을 느낀다는 운영진들은 도서관을 가장 빛나게 해준다.
도서관에서 책 읽기가 어색한 아이들을 위해 마련한 보드게임은 언제나 인기가 많다. 웬만한 보드게임 카페 보다 많은 약 160점의 다양한 보드게임을 보유하고 있어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까지 남녀노소 즐길 수 있다. 그 대신 책이랑 작은도서관만의 작은 규칙이 있다. 바로 보드게임을 하기 전 책 3권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것. 아이들은 즐거운 보드게임을 위해 책 읽기도 마다하지 않고 책 3권을 순식간에 읽는다. 보드게임은 부모님 동반시에는 대여도 가능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도 있다.
운영진들은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해 여러 프로그램과 동아리를 기획하고 운영한다. 도서관 한켠에 자리잡은 ‘책 보따리’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책놀이 프로그램이다. 운영진들이 직접 만든 ‘책 보따리’는 선정된 책과 그 책에 관련된 책 놀이를 직접 개발해 보따리 형식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운영진들의 애정이 가득 담긴 ‘책보따리’는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책 읽기를 알려준다.
책이랑 작은도서관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프로그램들은 이용자들에게 큰 즐거움을 주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는 역사수업, 견학, 북트레일러, 하룻밤 캠프 등이 있다. 그 중 하룻밤 캠프는 올해 10주년을 맞은 프로그램으로 도서관에서 1박 2일을 보내며 책도 읽고, 퀴즈도 풀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먹으며 친구도 사귀는 일석삼조 프로그램이다.
10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최장수 동아리 엄마들의 모임 민들레도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아이들이 유아일 때 만나 어느새 대학생이 된 민들레는 서로 소통하며 책도 읽고 함께 체험학습, 견학을 간다. 민들레는 유독 다자녀 가정이 많아 견학을 갈 때면 몇 십 명의 회원들이 복작복작 움직이기도 한다. 민들레 회원들은 오랜 시간 함께 울고, 웃고, 먹고, 마시고, 보듬어주는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고 말한다.
운영진들은 근처 문화시설이 없거나 도서관에 방문할 시간이 없는 주민들을 위해 이동 도서관 봉사도 하고 있다. 현재는 상대원시장 상인들을 위해 한 편의 정겨운 시(時)와 함께 책을 배달하는 이동 도서관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1인 점포가 많아 자리를 비우기 힘들었던 상인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서비스다. 2015년 봄부터 시작한 시장 책배달 서비스는 어느새 고정 이용자도 생기고 이제는 본인이 직접 도서관을 찾아주는 주민들도 생겼다.
책이랑 작은도서관 은 2017년 뜻 깊은 프로젝트를 만나 한 권의 책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사 등 뿔뿔이 흩어져 있던 초기 운영진들도 모여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생생한 이야기들을 가득 담아줬다. 방대한 자료와 사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낸 생생한 기록을 「뜻이 만든 길, 그 길을 걸은 우리」 이름으로 출간할 때 운영진들은 얼마나 큰 보람을 느꼈는지 모른다. 도서관의 역사와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은 도서관을 넘어 상대원동 마을 역사의 한 부분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은도서관이 잊지말아야하는 것 ‘책’
마치 친구네 집에 놀러온 듯 정겨운 느낌을 주는 책이랑 작은도서관. 오랜 시간동안 열심히 운영해온 책이랑 작은도서관의 앞으로의 과제는 도서관 서비스에 조금 더 충실하는 것이다. 작은도서관이 지역에서 여러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책을 많이 읽혀야하는 도서관의 본질은 잃지 않아야 한다고 운영진들을 말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 그리고 주민들이 책을 더 친근하게 읽을 수 있을지가 운영진들이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는 부분이다.
책이랑 작은도서관의 관리 직원은 관장 포함 상근직 1명에 평생교육사 1명으로 총 3명이 열심히 운영하고 있다. 벅찰 때도 있지만 주민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든 내색 없이 도서관을 지키고 있다. 25년 동안 오랜 시간 운영해온 운영진들은 아직도 조금 더 안정적인 운영의 필요성을 느낀다. 적어도 5년 뒤는 내다볼 수 있는 사립 작은도서관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운영진들은 말했다.
성남시의 가장 역사가 깊은 작은도서관으로 모범적인 역할을 펼치고 있는 책이랑 작은도서관.운영진들의 지치지 않은 열정의 원동력은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즐거움’이다. 앞으로도 이 원동력으로 주민들의 든든한 친구이자 가족으로 오랜 시간 상대원동의 안식처로 빛나주길 기대해본다.
■ 책이랑 작은도서관 유형 사립 작은도서관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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