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운영사례
[경기] 이던책나무 작은도서관
책나무가 주렁주렁 열리는
이던책나무 작은도서관
경기도 용인시 흥덕마을은 높은 아파트들로 이루어진 대단지로 총 8개의 작은도서관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어 도서관 마을이라 칭할 수 있다. 그 중 이던책나무 작은도서관은 흥덕마을 1호 작은도서관으로 도서관에 관심이 있는 엄마들이 모여 조성되었다. 작은도서관이라는 명칭 자체도 어색했던 엄마들은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허허벌판인 공간에서 책나무가 주렁주렁 열리는 공간으로 이던책나무 작은도서관은 오늘도 흥덕마을을 밝히고 있다.
엄마들의 구슬땀이 거름이 되어
흥덕마을 내 두 번째로 입주하게된 주민들은 근처에 문화시설이 없어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15단지까지 구성된 단지 안에 주민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하나도 없었던 때, 엄마들은 일단 아이들이 갈 곳이라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도서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40평 남짓한 공간에서 도서관과는 살짝 어울리지 않는 빨간 합판의 책장 몇 개, 도서 1000권, 어디선가 얻어온 중고 냉방기로 이던책나무 작은도서관은 시작되었다. 자원활동가로 이루어진 운영진들은 열약한 환경에서도 매일 책장을 쓸고 닦고 밤새도록 책 정비 작업을 했다. 텅 빈 공간을 도서관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어느 전시회에서 도서관에 어울릴 것 같은 인공나무를 얻어오고, 자원활동가들이 직접 사비를 모아 물품을 기증하는 등 모두의 소망이 모인 도서관은 그렇게 점점 모양을 갖춰갔다.
“시멘트 바닥이었던 시절에는 혹시나 아이들에게 안 좋을까봐 물걸레질을 참 열심히도 했었어요. 수전시설이 없어 각자 집에서 물통에 물을 받아와서 사용하는 식이었어요. 지금은 웃으면서 얘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죠.”
자원활동가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이던책나무 작은도서관은 문학나눔의 우수도서 활용사례에 선정되기도 하고, 각종 뉴스 매체에도 소개되는 등 하루하루 도서관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부지런히 지원사업에도 공모하여 도지원금, 시지원금을 받아 이제는 시멘트 바닥이 아닌 열선 깔린 마루 바닥으로 아이들의 따뜻한 쉼터이자 흥덕마을 1호 도서관으로 거듭났다.
흥덕마을 속 따뜻한 책 놀이터
흥덕마을 1호 작은도서관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용자들은 질 좋은 문화생활을 즐기는 중이다. 이 모든 것이 운영진들이 도서관계 큰 행사나 모범적인 작은도서관 등을 견학하며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수집한 덕택이다. 국제도서전, 도서관 탐방 등으로 아이디어를 얻어 올해는 보드게임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방학 시즌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북적이는 만큼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가득하다. 매번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독서록 많이 쓰기!!”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독서록을 가장 많이 작성한 아이들에게 떡볶이 상품권을 제공한다. 아이들은 책도 읽고 간식도 먹을 수 있어 일석이조!!
냅킨아트 동아리, 할머니와 함께하는 이야기 동아리, 리본 공예 동아리, 뜨개질 동아리 등 도서관 틀에 안주하지 않고 주민들의 니즈를 반영한 동아리들도 이던책나무를 지탱하는 든든한 기둥이다. 또 모임공간을 언제나 개방하여 지금도 새로운 동아리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중이다.
이던책나무가 있어 부모들도 언제나 안심이다. 방학 시즌이나 방과 후 시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게 시간을 채워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학원과 스마트폰에 지친 아이들에게 이던책나무는 그야말로 오아시스인 셈이다.
“작년에는 도서관을 엄마품에 안겨 오던 아이가 어느새 초등학교 3학년이되어 본인이 직접 페이스페인팅 재능기부를 하겠다며 모든 준비를 해온 적이 있었어요. 얼마나 대견하고 예쁘던지. 마치 우리 마을이 아이 하나를 이만큼 키웠구나. 하는 보람을 느꼈어요.”
아쉬운 부분은 공간의 협소함이다. 많은 인원을 수용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공간이 따라주지 않으니 어려운 실정이다. 좋은 프로그램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도서관이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공간 문제는 꼭 해결되야할 것으로 보인다.
영어특화도서관으로의 재도약
흥덕마을 단지 내 도서관은 총 8개가 있고, 중심상가에는 전문어린이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해마다 도서관이 늘어가는 와중에 공공도서관인 흥덕도서관도 설립이 확정되었다. 큰 공공도서관이 생기는 것은 주민들에게 정말 좋은 일이지만 이던책나무에 찾아오는 이용자들이 줄어들 수 있다는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운영진들은 한번이라도 더 오고싶은 도서관으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수없이 회의를 반복하면서 “영어특화도서관”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평소에도 이용자들이 양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고, 인근 큰 회사에서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아지는 추세여서 “영어특화도서관”으로 재정비를 해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운영진들은 다시 한번 구슬땀을 흘리며 영어도서를 확충하고 영어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여 영어 전집 도서를 마련하고, 영어 CD를 분야별로 구비하는 등 영어특화도서관으로서의 모습을 찾아갔다. 주민들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일명 “영어책 많은 도서관”으로 소문나서 이용자의 수는 눈에 띄게 늘어났다.
자원활동가들의 팀플레이
2009년에 개관하여 올해 10년차를 접어든 이던책나무는 자원활동가로 운영되는 작은도서관이다. 초창기에는 개관멤버가 20명이 넘었지만 현재 실무를 하고 있는 활동가는 13명정도이다. 급할 때는 예전 활동가들에게 연락하면 도와주기도 하지만 현재는 13명이 고정인원이다. 많은 인원처럼 보이지만 다들 시간이 날 때 도와주는 방식이라 늘 일손이 달린다.
운영 초창기에는 아이들도 뒤로한채 운영에 매달렸었다. 몇 년간 쉴새없이 달려오다보니 운영의 권태기가 찾아왔다. 도서관 운영에 좀 더 적극적인 사람에게 더 많은 업무가 배정되는 등 업무형태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활동가들은 오랜 운영 그리고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팀플레이” 운영 방식을 도입했다. 자원활동가를 3~4명씩 팀으로 나눠 업무를 배분하는 제도로 겨울방학 프로그램 운영은 1팀, 지원금 사업은 2팀 등으로 여러개의 조직으로 운영을 하는 방식이다. “팀플레이”라는 탄력적인 운영으로 이던책나무는 위기를 발판으로 다시 한번 성장했다.
도서관에 방문하는 엄마들에게 같이 좋은 봉사활동을 해보자며 늘 권유를 하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모든 작은도서관이 그렇듯 안정적인 인력의 불안정은 고질적인 문제다. 함께할 좋은 사람을 찾는 것. 이던책나무는 언제나 그런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가지들이 모여 큰 책나무를 이룰 때까지
단지 내 작은도서관이 많다보니 자연스레 작은도서관연합회가 설립되었다. 5단지 ‘호반 두드림’, 6단지 ‘자연&Book’, 7단지 ‘현대 호롱마루’, 8단지 ‘아델리움 글마루’, 9단지 ‘이던 책나무’, 10단지 ‘꿈꾸는’, 11단지 ‘경남 초록’, 영유아전문 ‘더빛아크키즈’까지 운영진들은 마을공동체의 의미를 실현하기 위해 뜻을 모았다. 흥덕마을작은도서관연합회는 용인시 마을공동체 사업 등에도 참여하며 소정의 지원금을 받아 운영에 소소한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던 중 작은도서관만을 위한 행사를 기획해보자는 각 도서관 관장들의 의견으로 “흥덕마을 책잔치”가 8년 전 시작되었다.
올해 책잔치는 “십진분류표와 놀아요!”를 주제로 진행되었다. 이던책나무는 300 사회과학. 700 언어를 맡아 “다른 언어로 된 그림책”을 맡아 전시했다. 영어나 일본어 등 주변에서 잘 찾을 수 있는 언어로 된 책이 아닌 색다른 언어로 된 책을 전시하여 도서관 입장에서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거창한 연합회보다는 운영진들의 작은도서관 모임정도로 봐도 좋을 것 같아요.(웃음) 연합회에서 운영진들도 서로 정보를 나누며 자문을 구할 수 있어서 좋고 이용자들도 조금 더 풍성한 독서문화를 즐길 수 있으니 참 좋아요.”
용인시의 운영되고 있는 작은도서관은 약 130개이다. 점점 늘어나고 활성화되는 작은도서관을 하나로 묶어줄 기구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용인시작은도서관협의회는 설립되었다. 협회는 작은도서관 운영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 도서관 내에서 진행하기 힘든 교육과 다른 지역의 도서관 탐방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매달 월례회를 진행하며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위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던책나무도 용인시작은도서관협의회의 회원으로 용인시 작은도서관을 이루는 든든한 가지로 활동하고 있다.
편안한 마을도서관으로 자리잡길
어느새 다른 도서관에서 견학도 오는 등 모범 사례가 된 이던책나무. 김수영 관장은 작은도서관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10년간 도서관을 운영하면서 느낀 건 의욕이 앞서서 많은 일을 하려고 하기보다 오래 길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페이스조절이 중요한 거 같아요. 동네는 전입전출로 사람들이 계속 바뀌기 마련이고 봉사자들도 늘 있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기는데 새로 오는 봉사자들이 전처럼 적극적이지 않다고 해서 섭섭할 필요도 없고 서로 즐거운 마음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관장의 큰 역할이 아닌가 요즘들어 많이 생각해요.”
커다란 아파트 단지 안에서 10년 동안 자리를 지킨 이던책나무. 주민들의 수많은 감사인사가 스쳐지나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이던책나무로 인해 마을에 활기가 넘쳐요”라는 말.
단지 내 맞벌이 가정이 대부분이라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아파트에 불이 들어오기 시작하고, 아이들마저도 하교 후 학원에서 지내기 때문에 그 흔한 놀이터마저도 텅텅 비어있었다. 그런데 이던책나무가 시작되면서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고, 모임을 만들고,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흑백 같던 단지가 어느새 다채로운 색깔을 가진 문화공간으로 변신한 것이다. 김수영 관장은 이던책나무가 주민들 곁을 오랜 시간 지키길 소망한다.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도서관을 모토로 큰 프로그램을 화려하게 진행하기보다는 소박하면서도 편안하게 쉬고 가는 도서관이 되고 싶어요. 딱딱한 느낌이 아닌 편안한 마을 도서관으로 오랜 시간 주민들 곁에 남고 싶어요.”
이던책나무 작은도서관 ● 주소 :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2로118번길 26, (영덕동, 흥덕마을9단지이던하우스아파트) 901동 ● 유형 : 사립 아파트 작은도서관 ● 운영시간 : 평일 10:30~18:00, 토요일 10:30~12:30 ● 휴관일 : 매주 일요일, 법정 공휴일, 관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 참고홈페이지 : http://booktree.winbook.kr |
(사)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 배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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