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이야기
송천뜨란채작은도서관
11월 독서모임<엄마를 부탁해/신경숙 저>
엄마 품처럼 따뜻함이 그리워지는 계절, 책숲에서 엄마이야기를 그리고 엄마인 나를 이야기하는 시간이였습니다.
이현동샘의 시 낭송이 있었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여름 뙤약볕을 머리에 인 채 호미 쥐고
온 종일 밭을 매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고된 일 끝에
찬 밥 한덩이로 부뚜막에 걸터 않아
끼니를 때워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 겨울 꽁꽁 언 냇물에
맨손으로 빨래를 해도 그래서 동상이
가실 날이 없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난 괜찮다 배부르다
너희들이나 많이 먹어라
더운 밥 맛난 찬 그렇게 자식들 다 먹이고
숭늉으로 허기를 달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가 추위에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고 손톱이 깍을 수 조차 없게
닳아 문들어져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술 좋아하는 아버지가
허구헌날 주정을 하고 철부지 자식들이
속을 썩여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싶다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어느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할머니 사진을 손에 들고
소리죽여 우는 엄마를 보고도
아! 그 눈물의 의미를
이 속없는 딸은 몰랐습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가 낡은 액자 속
사진으로만 우리 곁에 남아 있을 때
비로서...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엄마는...
그러면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p.93 너는 내가 낳은 첫애 아니야. 니가 나헌티 처음 해보게 한 것이 어디 이뿐이간?
너의 모든 게 나한티는 새세상인디. 너는 내게 뭐든 처음 해보게 했잖어.
-p.98 그의 마음은 언제부턴가 그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언제부턴가 대체로 엄마를 잊고 지냈다.
-p.152 왼쪽 귀로 듣고 오른쪽 귀로 흘려버리던 아내의 잔소리가 이리 그리워질 줄은..
-p.156 우리의 일상이 평화롭고 복된 일이란 걸 깨닫는 일은..
당신은 급물살 때마다 땟목을 가져와 내가 그 물을 무사히 건너게 해주는 이였다.
"나 죽으면 해라." 그 말이 엄마의 무기였잖아
엄마의 일생을 고통과 희생으로만 기억하는 것 우리의 죄의식일지 몰라.
그것이 오히려 엄마의 일생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일일수도 있다고..
아직 우리 곁에 엄마가 있어 다행입니다.
그 엄마에게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빠른 시일 내에 그 일들을 엄마와 함께 할것입니다.
엄마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