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지오 도서관의 지난 시간을 기억하며

2013.10.24

 

 

 

 

 

 

 

 

2006년 12월 2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도서관 문이 활짝 열렸다. 지원금이 없어 넉넉한 노인정 개소식에 더부살이 하듯 묻어서 하는 개관이었지만 그동안 준비해온 우리는 서로에게 격려해주며 같이 즐거웠다.

2006년 8월...... 처음은 아파트 진흥법에 의거하여 시행사에서 준 약 천 권의 책과 관리동에서 제일 작은 공간을 도서관으로 배정받은 상태여서 도서관에는 책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던 난 알아서 개관 준비하라는 입대위의 말에 난감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우선 장소가 협소하다고 계속 좀 더 넓은 곳을 달라고 졸라 원래 장소보다 조금 넓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음은 같이 일할 사람이 필요한데 이제 막 입주를 하기 시작하는 곳에서 자원봉사자 모집은 정말 막막했지만 인터넷 카페에 봉사자 모집한다는 글을 올리고 얼마 후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인터넷 카페를 통해 만난 우리의 첫모임에 10여명의 사람이 모여서 자기소개를 하는데 닉네임을 말해야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캔디, 작은꽃씨하나, 일호기, 세수안한여자, 소금인형, 나비부인, 보성녹차 등등
분명 닉네임과 함께 이름을 말했음에도 우리는 계속 닉네임을 부르며 도서관의 모습을 하나 둘 갖춰나갔다.
(지금도 그때 만난 봉사자의 아이들은 내게 캔디이모라고 한다.)
시행사에서 준 책은 무작위로 보내준거라 양서를 골라 내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 그렇게 약 400여권의 책을 다시 반품하고 받아내서 신간 1100여권, 캔디네서 가져온 보던 책 300권, 입주민 한 분이 기증해서 주신 신간 200권, 알음알음 들어온 보던 책 200권 정도가 합쳐져 약 1800권이 되었다.
다음은 도서관리 프로그램이 있어야 하는데 비용 등 여러 가지 문제로 대여점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바코드 작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도서관에 있는 서가의 반도 채우지 못한 책이 이쉬워서 봉사자 아이들에게 아파트 한 동을 돌며 도서 기증받기 운동도 하였는데 아이들이 아직 어릴 때라 그런가 정말 신이 나서 한 권 한 권씩 기증 받아오는 모습은 정말 짜릿한 감동을 주기까지 했다.
울산에 기존 운영하던 도서관을 방문하며 도서관의 도서가 갖춰야 할 모양새(분류라벨,바코드,도서관 도장, 기증스티커 등등..)를 제법 흉내낼 수 있었고 나름 준비한 회원 신청서를 비롯한 온갖 서류 양식을 머리를 쥐어짜며 만들어 개관 준비를 하나씩 마무리 할 수 있었고 그렇게 우리가 기대하던 개관식 날 한 장씩 쌓이는 회원신청서는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기쁨이 있다.

개관 후 십시일반 돈을 모아 크리스마스 행사에 겨울 방학 행사를 시작하며 조금씩 도서관의 존재를 조금씩 알릴 수 있었고 봉사자들도 하나 둘 모여 열다섯명이 모이기도 했었다.

그당시 매 달 하는 도서관 회의를 봉사자 집을 순회하며 했던 건 지금 생각해도 흐뭇한 기억이다.

지금은 그렇게 하지 못하지만 그 때 그 시간속의 봉사자들과는 마음 속 믿음이 더욱 더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차곡 차곡 시간이 쌓이고 경험도 늘어 다른 곳에 도서관이 생기면 나름의 노하우도 전수해주기도 했다.

도서관이 문만 열어 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건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홍보를 잘 해야 사람들이 이 곳을 잘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책 관리를 잘 해야 찾는 이들이 손 쉽게 책을 찾을 수 있으며 책 선정을 잘 해야 적은 돈으로 알찬 책을 살 수 있기에 우선 봉사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세 팀의 팀장이 4달씩 돌아가며 일 년을 책임지고 도서관 운영을 하는 체제로 하게 되니 부담이 덜 되어 그런가 나름 잘 운영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하는 리모델링 사업에 걸려서 겨울에도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2012년 9월 리모델링 사업으로 재개관을 하며 또 하나 가지고 싶었던 도서관 이름표를 3개나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건물 옆을 지나갈 때면 이름표가 너무도 멋져서 혼자 웃기도 한다.

리모델링 사업은 혼자 맡아야 할 것 같아 맡게된 관장을 지금 이년째 하고 있다.

정말 이곳은 내게 있어 정말 의미가 있는 곳인가 보다. 처음 시작과 재 시작을 내 손을 거쳐서 하게 되는 것이 내게 무한한 자부심을 가지게 해주는 것 같다.

그렇게 또 한 해가 지나고 2013년이 되어 도서관의 내부적인 운영은 전부 다른 이에게 맡겨 두고 외부적인 세미나, 교육 등은 내가 챙기며 나름 내적, 외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게 된 것 같다.

한없이 모자라기만 한 나를 좀 더 여유롭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게 만들어 준 이 공간을 위해 오늘도 나는 열심히 교육을 받으러 다닌다.

그리고 내가 얻은 지식을 아이들과 나누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이시간... 많은 시간 속에서 나와 함께 해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이 공간에 속한 아이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우리 모두 사랑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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