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자연과함께 인천반디어린이도서관

2016.06.27

어린이집 원장 출신이 사재 털어 "책·자연 함께 즐기자" 숲에 건립
책 읽고나면 밖에 나가 체험학습
고구마 캐기·봉숭아 물들이기… 계절별로 20여개 프로그램 운영


인천시 남동구 도림동 반디어린이도서관은 도심 속 농촌이다. 아파트 숲을 등지고 좁은 산길을 따라 500m쯤 오르면 야트막한 산자락에 3층 건물 두 동으로 된 도서관에 닿는다.



도서관 뒤쪽은 우거진 숲이다. 옆으로는 감자·상추·토마토 등을 심은 텃밭과 팬지·비올라 등이 예쁘게 핀 꽃밭,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원두막 4채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텃밭과 도서관 주변에는 동화 속에 나오는 집 모형과 주인공 인형 등을 배치해 숲 속 별장에라도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도서관은 인천에서 20여년간 유치원 교사 생활과 어린이집 운영을 했던 이경미(53) 관장이 2009년 사재를 털어 건립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있는 가옥과 임야 3000여㎡를 사들여 연면적 135㎡의 아담한 도서관을 조성했다. 



이 관장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책과 자연을 함께 즐길 환경을 만들어줘야 건강한 꿈을 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며 "운영하던 어린이집을 팔아 이곳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고 했다. 가족도 이 관장을 전폭적으로 응원했다고 한다.

도서관 1층에 들어서면 가로 2m, 세로 3m 크기 스크린과, 동화책 내용을 스캐너(scanner)로 떠서 스크린에 비춰주는 프로젝트가 있다. 동화책 내용을 화면에 비추고 구연(口演)해주는 곳이다. 2층은 깔끔한 마루 위에 원목 탁자들이 놓여 있고, 그 주변 벽으로 서가가 빙 둘러 배치돼 있다. 8000권에 이르는 책이 동화와 자연과학·문학, 어린이 영어 등 분야별로 정리돼 있다.
 깔끔한 도서관 시설에 아이들이 맘껏 뛰놀 수 있는 자연환경까지 갖추고 있지만 이 도서관 이용은 무료이다. 이 관장은 지난 8년여 동안 외부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도서관을 운영해 왔다. 구청이 도서관 건립 초기에 실내 장식 비용 일부를 댔고, 해마다 책값 200만원을 정도를 지원해 주는 정도이다. 그런데도 사서를 포함해 상근 직원 2명을 두고 있고, 매달 30여 권씩 새 책을 사고 있다. 인천시 여성협의회 소속 책읽기 동아리 회원 10여 명도 자원봉사로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이 도서관의 특징은 책으로 읽은 내용을 곧바로 체험으로 연결할 수 있는 20여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 홈페이지(bandylib.tistory.com)에서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이메일이나 전화로 신청할 수 있다.



이를테면 '아카시아 파마'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먼저 선생님과 함께 관련 그림책을 읽고, 바로 뒷동산으로 나간다. 아카시아 줄기를 따서 반으로 구부리고 그 사이에 머리카락을 끼워 말아놓은 뒤 1시간 정도 숲 속에서 뛰어놀다 보면 파마를 한 것처럼 머리가 말린다.

 계절별로 '봉숭아 물 들이기' '고구마 캐기' '소꿉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일부 프로그램은 실습 내용에 따라 비용이 들기도 한다.



식물에 대한 책을 읽고 나서 숲 해설가와 함께 한 시간 정도 울창한 산길을 걷는 프로그램도 있다. 나무와 풀을 직접 만져가며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다. 주부 최정임(41)씨는 "산에 가려고도 않던 아들(7)이 이 과정을 체험한 뒤 달라졌다"며 "얼마 전 가족과 함께 산에 갔을 때는 꽃 이름을 가르쳐 주고, 진달래꽃잎을 씹으며 즐거워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도서관 이용객은 평일에는 하루 평균 100여 명 정도지만, 주말엔 훨씬 많아진다. 같은 책을 여러 권 사둘 수 없는 형편이어서 책을 대출할 수 없는 불편함이 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일보 # 스페셜리포트 - 도서관이 살아있다 -[11] 인천 '반디어린이도서관' 내용입니다.

: 원문보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4/13/20160413001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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