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이야기
녹번만화도서관
"아이들부터 어른까지…주말엔 빈 자리 없어요"
#한국경제신문_[스토리가 있는 도서관]_2016.04.29_양병훈기자_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6042826011
은평구립 녹번만화도서관 "추억의 작품·학습 만화 풍성"
"아이들부터 어른까지…주말엔 빈 자리 없어요"
서울 녹번동 지하철 3호선 녹번역 5번 출구 앞에는 독특하고 색다른 작은도서관이 있다. 은평구립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녹번만화도서관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도서관의 주요 장서는 만화책이다. 만화책을 주제로 한 공공도서관은 드물다. 은평구청이 주민에게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2013년 12월 문을 열었다. 이 자리에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던 옛 녹번파출소 건물을 철거하고 컨테이너 건물을 세우고 작은도서관으로 꾸몄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인근 주민에게 재미있는 만화책을 맘껏 읽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이곳에서 일하는 배혜연 사서는 “입소문을 타면서 이용자가 점점 늘고 있다”며 “주말이나 방학 때는 사람이 많아 도서관으로 다 들어오지 못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에는 2600여권의 만화책이 벽에 가득 꽂혀 있다. 수십년 전 유행한 추억의 만화부터 최근 나온 만화, 학습용 만화까지 다양하다. 시사적인 내용을 다룬 성인용 만화도 있다. 마음에 드는 만화책을 골라 바닥에 앉아서 읽을 수 있도록 도서관 바닥에 장판을 깔았다. 신발을 벗고 도서관에 들어가야 한다.
도서관 책은 열람만 할 수 있다. 대출 서비스는 하지 않는다.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도 종종 이곳에 들러 만화책을 읽는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찾는 사례도 많다. 배 사서는 “이용자의 15%는 성인”이라며 “어린 시절에 본 추억의 만화를 다시 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녹번만화도서관은 만화와 관련한 체험 프로그램을 한 달에 네 차례 이상 운영한다. 도서관 사서나 외부 강사가 주로 초등학교 저학년을 대상으로 만화 그리기, 종이접기, 고무찰흙을 이용한 만들기 등을 가르친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참여하는 만화동아리도 운영한다. 근처에 있는 선정고 만화창작부 학생들이 지도 강사다. 만화동아리 어린이들은 만화책을 읽고 독서토론을 벌이거나 만화 그리기 등을 배운다. 지난해 처음 만화동아리 회원을 모집했을 때 신청자가 많아 다 받지 못했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배 사서는 “1년 단위로 운영하는 동아리 활동을 마무리할 때 작품 발표회도 연다”며 “올해는 녹번역에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만화를 주제로 한 전시회와 만화영화 상영회 등도 정기적으로 연다.
도서관에서 만난 최은아 씨(21)는 “어린 동생과 함께 녹번만화도서관을 종종 찾는다”며 “볼 만한 만화책이 많고 집에서 읽는 것처럼 분위기도 편안하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