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전국 작은도서관들, 모두 안녕하신가요?

매체명 : 베이비뉴스 보도일 : 2020.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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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지역의 공공도서관과 함께 작은도서관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2월 말부터 시작된 휴관은 학교 개학 연기가 발표될 때마다 늘어났고, 지금은 언제 문을 열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공공도서관은 지난달 중순부터 북드라이브스루, 안심맞춤대출서비스 등 대면접촉을 최소화한 책 대출반납을 시작했다. 하지만 동아리모임이나 지역주민들의 마을사랑방 역할을 해왔던 작은도서관들은 무기한 휴업상태다. 전국의 작은도서관들, 그리고 활동가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걱정되고 궁금하다. 똑똑! 작은도서관들 모두 잘 버티고 계신가요?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육아와 돌봄 교육문제는 무엇보다 개선이 필요하다. 3월 말, ‘아파트에 공동육아나눔터를 허용하고 단독주택에도 작은도서관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국토부의 생활규제 개선 기사를 읽었다. 기사를 읽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전국의 작은도서관은 6300개 이상이며, 사립 작은도서관은 4900개다. 13개 시도에 480개 이상의 작은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작은도서관 설치 확대 정책에 따라, 이들 도서관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작은도서관 수가 많아지는 데 비해, 질적인 성장은 아직이다. 설치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운영과 지원에 관한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마다 늘어나는 수만큼, 운영의 어려움으로 폐관되는 작은도서관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 21대 국회에선 작은도서관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정책위원회는 ‘문화복지사회로 가기 위한 작은도서관 정책’을 제안했다. 이들은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작은도서관 정책제안은 작은도서관 진흥법 개정을 통해 작은도서관 운영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한다”며 “작은도서관 현장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제안한 것은 ▲지원센터 설치 의무화 ▲표준 조례안 마련 ▲예산확대 등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한 명이 작은도서관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지원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광역 단위의 작은도서관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장기적인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자체별 작은도서관에 대한 법규와 명칭 조례의 내용 등이 달라 지원기준과 범위, 지원내용에 많은 차이가 있다. 전국 작은도서관의 균등한 발전을 위해 ‘작은도서관 지원조례’의 표준안이 마련돼야 한다. 문화의 시대, 독서를 통해 사회가 발전한다. 작은도서관은 지역공동체의 중심 장소로 주민들에게 다양한 정보과 교육을 제공하고 일상적 책읽기와 독서동아리를 활성화한다. 올해 문화체육관광부 독서지원 예산 중 작은도서관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조성과 설립 예산에 치중돼 있다. 전국 6300여개 작은도서관의 질적 성장을 위해 내실 있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작은도서관을 움직이는 힘은 사람이다. 무료봉사로 이뤄지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인건비와 운영비가 지원되어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울산시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경제, 특히 토목과 건축 공약이 대부분이다. 돌봄과 육아, 건강, 안전, 환경 문제 등 아이들을 키우며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들은 관심 밖이다. 눈에 띄는 성과 위주의 공약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리가 사는 도시의 지속가능성과 시민들의 삶에 대해 고민했으면 한다. 케이블카와 출렁다리 같은 한때 잠깐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실속 없는 경제 정책이 아닌, 우리가 지금 간절히 바라는 일상을 마음껏 즐기며, 아이 키우기 좋은 마을, 주민들이 살고 싶은 마을을 위해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할 때다.

◇ 마을 공동체 지탱하는 ‘작은도서관’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전국 17개 시도 중 울산은 작은도서관에 대한 지원과 재정이 열악하다. 울산에는 184개의 작은도서관이 등록돼 있다. 그중 138개가 사립 작은도서관이다. 특히 공립 작은도서관보다 사립 작은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열악하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동구는 도서관 담당부서조차 없고, 동구청 지원금은 지난해 1년 동안 도서지원금 80만원이 전부였다. 도서관에서 좋은 문화프로그램, 교육 등을 하고 싶어도 재정이 어려워 울며 겨자 먹기로 공모사업을 신청해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동아리, 강연, 마을 방과후수업, 지역연대활동 등 대부분이 도서관 활동가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작은도서관의 힘은 처음도 끝도 다 사람이다. 울산에서도 올해부터 마을 돌봄과 마을 방과후를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이 늘어났다. 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이 없어 공모사업에 의존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만큼 마을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작은도서관이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작은도서관. 마을엔 작은도서관이 있다. 이제는 작은도서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칼럼니스트 노미정은 중학생 둘에 늦둥이 다섯 살까지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 울산 동구의 더불어숲작은도서관에서 친구들과 공동육아·마을공동체를 고민하며, 함께 읽고, 쓰고, 밥도 먹는다. 아이들을 함께 키우는 마을, 우리가 오래도록 살고 싶은 마을을 위해 지금 나부터 ‘꿈틀’하고 있다.

/칼럼니스트 노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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