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9년간 안산 이주민 애환 달랜 '작은도서관' 사라지다

매체명 : 오마이뉴스 보도일 : 2020.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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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는 도서관을 이용할 때 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도서관이 무료라서 놀랐어요. 7살인 우리 아이가 100일이 지났을 때부터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을 이용했습니다. 아기 때는 책을 읽어주기 위해 도서관에 갔고 3살 때부터는 책 모임을 하며 도서관에서 다른 결혼이주여성들을 만났습니다. 지금은 다문화특구 안에 있는 다문화가족들의 사랑방으로 이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2월까지만 운영하고 3월부터 없어진다고 하니 안타까워요."(이옥매, 중국)
다문화 도시 안산의 원곡동에는 다문화특구가 있다. 이 특구의 가운데에는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관장 김기영)이 있다. 2011년에 설립된 이곳은 다문화가정 부모와 아이들의 교육 및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독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도서관 바로 앞은 다문화음식거리로 늘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에 들어서면 마치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하고 번잡한 세상을 한걸음에 벗어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이다. 어린이도서관이라 주로 어린이들이 이용하지만 청소년과 어른들도 많다. 다문화가족 부모들이 참여하는 모임만 ▲북드로잉(책 삽화 그림그리기 및 생활용품 만들기 모임) ▲북스타(유아 대상 구연동화&책 놀이) ▲뚝딱뚝딱 책깨비(책을 정해 읽은 후 의견을 나누는 책 모임) 등 3곳이 있고 청소년이 참여하는 모임도 ▲어울림 청소년 책 활동가(모두도서관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이 청소년이 되면서 결성된 동아리. 어린이 대상 독서 콘텐츠 및 프로그램 진행) ▲동산고 파랑새(동산고등학생 봉사 동아리) 등 2곳이 있다. 어린이와 유아 책 모임도 ▲재미있다 동아리 ▲책시루 등이 있다. 그런데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다문화특구의 한복판에서 외국인 주민의 문화와 독서 갈증을 해소해 준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이 2월 28일부로 문을 닫는다. 도서관이 입주해 있는 경로당 건물이 올해 하반기부터 철거에 들어가는데 위탁운영 기간이 2월에 끝나자 미리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코로나19 때문에 2월 7일부터 임시 휴관에 들어갔으니 다문화특구의 이주민들과 어린이들은 작은도서관과 너무 빠른 이별을 한 셈이다.
"요즘 돈을 쓰면 아이들이 배우고 놀 곳이 얼마나 많아요? 하지만 어렵게 생활하는 이주민들에게 모두어린이도서관은 돌봄교실이기도 하고 사랑방이기도 하고 놀이터이기도 했어요. 이제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져 너무 슬퍼요." 다문화가정 엄마인 이옥매씨처럼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의 폐관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많다. 도서관 한쪽에 붙여진 종이에 초등학생 혜연양은 '나의 집, 2호'라고 썼고 윤아는 '나의 유일한 쉼의 공간인 나의 쉼터'라고 썼다. 다른 아이는 '힘을 얻는 장소, 공감과 추억의 장소'라고 썼고 또 다른 아이는 '도서관의 재발견'이라고 했다. 안산 중앙도서관에서도 이 작은도서관을 지키기 위해 대체 이전 공간을 물색했다고 한다. 도서관 관계자는 "원곡초등학교 교실을 활용하는 방안, 동주민센터의 다목적실을 활용하는 방안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했으나 결과적으로 설치 불가 판정이 나왔다"며 "2021년에 안산시에서 국제문화센터를 건립하면 그곳에 안산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 지하에 있는 다문화작은도서관과 합쳐서 새롭게 개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이 외국인주민 지역사회에서 9년간 수행해 온 다양한 기능을 새로운 도서관이 수행하기란 쉽지 않다.
"지역사회 중심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독서하고 책을 빌려주는 기능에서 머무르지 않습니다.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누구나 쉽게 찾아오도록 유도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해 문화 욕구를 충족하도록 도우며 지역공동체를 끌고 가는 기능을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은 수행해 왔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도서관의 간접 효과로 보편복지 서비스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만족도와 효과성은 대단히 높았습니다"(김기영 관장)
모두어린이작은도서관의 문을 열고 다시 다문화특구로 들어서니 세상의 번잡함이 무섭게 달려들었다. 기자는 길을 걸으며 내내 뒤를 돌아봤다.

/송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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