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삶 그 자체였던 이동면 도서관, 공부방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찾는 공간인 동시에 지역 주민들의 소통의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농촌 마을 어린이들에게 큰 나무가 돼 주고 있는 김정진 이동도서관장의 말이다. 김 관장은 1979년 초등학교 교사로 교편을 잡은후 지난달 8월 은퇴하기 전 모교인 이동 초등학교에서 37년간 근무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6~7년마다 다른 지역으로 전근을 가는 일반교사들의 이력과 사뭇 다른 그의 행보에는 ‘이동 청소년 공부방’이 있었다. 1982년 모교인 포천 이동 초등학교로 전근을 온 김씨는 “내가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아이들이 편히 모여 공부하고 또 시간을 보낼 공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인근 마을회관을 빌려 아이들을 위한 공부방을 열었다고 한다. 공부방은 평일 뿐만 아니라 주말에도 열어 시골 마을의 작은 배움터를 자처했다. 현재는 주 5일 운영되고 있지만 30여 년 동안 주 7일, 설과 추석 당일을 제외한 363일 내내 문을 열었다. 김 관장은 “때로 몸이 아프거나 바쁜 일정으로 공부방 운영에 힘든 순간이 여러차례 있었다”며 “가족, 특히 아내에게 미안했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포기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매일 밤 11시까지 공부방을 지켰고 타 지역으로의 전근도 거절했다. 큰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 체험 기회가 적은 아이들을 위해 그는 각종 체험활동을 시도하는 등 프로그램을 위한 노력도 계속됐다. 작은 운동회부터 남도 역사 문화기행, 갯벌체험 등 아이들의 반응을 살피며 노력한 결과, 현재 열 개가 넘는 문화·체육·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올해로 23회를 맞이한 이동면 어린이 큰잔치(5월 5일)는 이동지역을 넘어 일동면, 화현면까지 아우르는, 지역 대표 어린이 축제가 됐다. 무보수로 운영했던 공부방은 92년부터는 정부지원을 받으며 운영 수당을 지원받게 됐다. 더욱 의미 있게 돈을 쓰고 싶었던 김 관장은 운영 수당으로 ‘이동 장학회’를 설립하게 된다. 시작은 크지 않았으나 점차 뜻을 같이해 주는동네 분들도 늘어나 현재까지 학생 18명의 학업을 도울 수 있었다. 장학회의 도움을 받은 학생들 중에는 현재 의사가 된 아이도, 교사가 된 아이도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장학금을 40년간 상환하는 방식으로 장학회의 2세대 후원자가 되어 장학회를 이어가고 있다. 김 관장은 지난 8월 30일 40여년간의 긴 교육자로서의 의무를 다 하고 제2의 삶을 꿈꾸고 있다. 은퇴식에는 옛 제자들을 포함 160여 명이 참석해 그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함께했다. 그는 은퇴후 삶에 대해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과 더불어 지역사회를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정진 관장은 “마을 공부방과 도서관은 제 삶 자체였다”며 “앞으로도 관장으로서 책임감을 다하는 동시에 마을 스케이트장 운영과 학생과 주민들의 소통의 장이 될 북카페 개소 등 이밖에도 마을을 위한 여러가지 일들을 함께 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동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