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전북]책으로 떠나는 모험, 고창 책마을 해리서 출발해요
매체명 : 광주일보
보도일 : 2019.07.31
‘공장을 다니다 폐병에 걸렸습니다. 엄마가 열심히 잡아다준 해산물을 먹고 폐병이 나았습니다. 건강이 좋아져 식모살이를 갔습니다. 그런데 2년동안 월급을 받지 못해 다시 집으로 갔다가 결혼을 했습니다. 엄마는 잘 산다는 중매쟁이 말만 듣고 시집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직장도 없고 가난했습니다. 나는 결혼식도 못 올리고 사진만 찍고 살았습니다. 웨딩드레스가 입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칠순때 입으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교통사로로 한쪽 수족을 못쓰고 병원에 누워 있습니다. 이제는 그 꿈도 다 깨졌습니다.’
얼마전 전북 고창 책마을 해리에서 열린 ‘한국지역도서전’의 ‘할매작가 전성시대’전에 전시된 김정자 할머니의 시 ‘사진만 찍은 결혼식’의 일부다.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편지지에 연필로 써 내려간 할머니들의 진솔한 시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비닐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대나무 전시관에는 순천 ‘할매들’의 지난한 삶의 기록들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고창의 책마을 해리에서 열린 ‘한국지역도서전’은 수도권 중심의 출판구조로 인해 힘을 잃어가는 지역출판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 수원에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한국지역도서전은 전국의 지역출판사가 출간한 책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 지역 도서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행사장인 책마을 해리였다. 책마을 해리(촌장 이대건)는 폐교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시킨 이색적인 도서문화공간. 문닫은 폐광촌을 세계적인 책마을을 탈바꿈한 영국 웨일즈의 헤이 온 와이 처럼 고창 해리면 월봉마을의 폐교를 도서관과 작은 책방, 북스테이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책마을 해리는 지난 2006년 학생들이 떠난 폐교를 책이 태어나는 공간으로 새로운 첫발을 내딛었다. 2007년엔 스테이 공간으로, 2009년엔 작은도서관(버들눈도서관)으로, 2012년부터는 책공방·갤러리·나무공방·인쇄공방·예술스테이·작은책방·동학평화도서관 등을 갖춘 책 중심의 복합테마공간으로 변신했다. 출판브랜드인 ‘책마을해리’ ‘도서출판기역’ ‘나무늘보’가 함께 하는 것도 책마을해리의 자랑이다.
교실 2개를 합쳐 만든 ‘책숲시간의숲’에는 3만여권의 책이 천장까지 빼곡히 꽂혀 있다. 책마을해리의 색깔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누리책공방’에서는 누군가 그림을 그리고 책을 기획한다. 한지의 고장인 고창의 전통을 잇기 위해 만든 한지활자공방, 만화방, 건축학교가 열리는 목공방도 있다. 책마을갤러리에서는 마을학교 학생들의 그림 전시와 작가들의 특별전시가 이어진다. 건물 사이 큰 나무 아래 바람언덕에서는 작은 공연이 수시로 열린다.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스스로 갇히는 ‘책감옥’이다.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들어가 다 읽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곳이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게 돼 있고 문 아래쪽에 사식 넣는 구멍까지 있다.
무엇보다 책마을 해리는 매주 주말 다양한 읽기와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기록하고 출판하는 생태계를 일구고 있다. 책마을해리가 책 중심의만의 공간이 아닌 지역,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임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그런 이유로 책마을해리에는 ‘학교’가 유독 많다. 시인학교, 만화학교, 생태학교, 그림책학교, 서평학교, 동학캠프 등의 역사학교가 대표적이다. 이대건 촌장은 “온 마을이 책이고, 마을 주민이 저자”라면서 “책마을해리는 지역주민과 함께 해왔다”고 소개한다.
올 여름에도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마을해리 어린이 출판캠프’(8월 5~7일)와 전북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출판대학’(8월~10월)을 잇따라 개최해 관심을 끈다.
책마을해리의 슬로건은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다. 폐교 곳곳에는 기증받은 책 17만권이 책의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일은 전부 ‘읽고, 하고, 쓰고, 펴내기’의 과정이다.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따라서 해보고, 한 일을 기록해 책으로 펴내는 것이다. 월봉마을 아짐들을 위한 마을학교 이름은 ‘밭 매다 딴짓거리’다. ‘책학교’ ‘밭 매다 딴짓거리’처럼 매주 이어지는 프로그램도 있고 당일 혹은 2~3일 캠프도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시작할 때 책 계약서부터 쓰고 시작한다.
마을학교를 통해 지금까지 출판된 책은 90여권. 결과 보고서 형식까지 합하면 120여종이다. 경주지진을 주제로 고등학생 12명이 함께 쓴 ‘흔들리며 흔들리지 않고’는 2017년 우수 출판 콘텐츠인 ‘세종도서’로도 선정됐다.
근래 책마을해리에는 마을학교 참가자뿐만 아니라 지자체, 도서관, 도시재생 관계자 등 ‘마법의 학교’를 벤치마킹하려는 견학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한 단체방문이 이어진다. 전국 곳곳에 제2, 제3의 책마을이 들어설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박지현 기자
얼마전 전북 고창 책마을 해리에서 열린 ‘한국지역도서전’의 ‘할매작가 전성시대’전에 전시된 김정자 할머니의 시 ‘사진만 찍은 결혼식’의 일부다.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편지지에 연필로 써 내려간 할머니들의 진솔한 시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비닐하우스를 연상케 하는 대나무 전시관에는 순천 ‘할매들’의 지난한 삶의 기록들이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고창의 책마을 해리에서 열린 ‘한국지역도서전’은 수도권 중심의 출판구조로 인해 힘을 잃어가는 지역출판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마련됐다. 제주, 수원에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한국지역도서전은 전국의 지역출판사가 출간한 책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하지만 이번 지역 도서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행사장인 책마을 해리였다. 책마을 해리(촌장 이대건)는 폐교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시킨 이색적인 도서문화공간. 문닫은 폐광촌을 세계적인 책마을을 탈바꿈한 영국 웨일즈의 헤이 온 와이 처럼 고창 해리면 월봉마을의 폐교를 도서관과 작은 책방, 북스테이 공간으로 새롭게 단장한 것이다.
책마을 해리는 지난 2006년 학생들이 떠난 폐교를 책이 태어나는 공간으로 새로운 첫발을 내딛었다. 2007년엔 스테이 공간으로, 2009년엔 작은도서관(버들눈도서관)으로, 2012년부터는 책공방·갤러리·나무공방·인쇄공방·예술스테이·작은책방·동학평화도서관 등을 갖춘 책 중심의 복합테마공간으로 변신했다. 출판브랜드인 ‘책마을해리’ ‘도서출판기역’ ‘나무늘보’가 함께 하는 것도 책마을해리의 자랑이다.
교실 2개를 합쳐 만든 ‘책숲시간의숲’에는 3만여권의 책이 천장까지 빼곡히 꽂혀 있다. 책마을해리의 색깔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누리책공방’에서는 누군가 그림을 그리고 책을 기획한다. 한지의 고장인 고창의 전통을 잇기 위해 만든 한지활자공방, 만화방, 건축학교가 열리는 목공방도 있다. 책마을갤러리에서는 마을학교 학생들의 그림 전시와 작가들의 특별전시가 이어진다. 건물 사이 큰 나무 아래 바람언덕에서는 작은 공연이 수시로 열린다.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스스로 갇히는 ‘책감옥’이다. 읽고 싶은 책을 가지고 들어가 다 읽기 전에는 나올 수 없는 곳이다.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게 돼 있고 문 아래쪽에 사식 넣는 구멍까지 있다.
무엇보다 책마을 해리는 매주 주말 다양한 읽기와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기록하고 출판하는 생태계를 일구고 있다. 책마을해리가 책 중심의만의 공간이 아닌 지역,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임을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그런 이유로 책마을해리에는 ‘학교’가 유독 많다. 시인학교, 만화학교, 생태학교, 그림책학교, 서평학교, 동학캠프 등의 역사학교가 대표적이다. 이대건 촌장은 “온 마을이 책이고, 마을 주민이 저자”라면서 “책마을해리는 지역주민과 함께 해왔다”고 소개한다.
올 여름에도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한 ‘책마을해리 어린이 출판캠프’(8월 5~7일)와 전북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위한 ‘청년출판대학’(8월~10월)을 잇따라 개최해 관심을 끈다.
책마을해리의 슬로건은 ‘누구나 책, 누구나 도서관’이다. 폐교 곳곳에는 기증받은 책 17만권이 책의 숲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이뤄지는 일은 전부 ‘읽고, 하고, 쓰고, 펴내기’의 과정이다.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따라서 해보고, 한 일을 기록해 책으로 펴내는 것이다. 월봉마을 아짐들을 위한 마을학교 이름은 ‘밭 매다 딴짓거리’다. ‘책학교’ ‘밭 매다 딴짓거리’처럼 매주 이어지는 프로그램도 있고 당일 혹은 2~3일 캠프도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시작할 때 책 계약서부터 쓰고 시작한다.
마을학교를 통해 지금까지 출판된 책은 90여권. 결과 보고서 형식까지 합하면 120여종이다. 경주지진을 주제로 고등학생 12명이 함께 쓴 ‘흔들리며 흔들리지 않고’는 2017년 우수 출판 콘텐츠인 ‘세종도서’로도 선정됐다.
근래 책마을해리에는 마을학교 참가자뿐만 아니라 지자체, 도서관, 도시재생 관계자 등 ‘마법의 학교’를 벤치마킹하려는 견학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버스를 대절한 단체방문이 이어진다. 전국 곳곳에 제2, 제3의 책마을이 들어설 날도 멀지 않은 듯 하다.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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