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삶과 문화 공유하는 지역공동체, 작은도서관이 허브 역할”

매체명 : 경상일보 보도일 : 201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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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682528
울산에는 170여개의 ‘작은도서관’이 있다. 작은도서관은 문턱이 낮은 동네도서관이다. 책을 읽고 빌려주는 공간을 넘어 생각을 나누고 생활을 공유하는 문화공동체 역할을 하고 있다. 하현숙 양정작은도서관달팽이 관장은 요즘 울산작은도서관협회 구성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국 최하위 수준인 울산시의 작은도서관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끌어올려 보자는 것이 첫째 목적이다. 지난 1월21일 5개 지자체 별로 2~4명씩 16명의 작은도서관 관장·운영자들이 첫 모임을 가졌고 18일 두번째 모임에서 준비위원장을 맡았다. 작은도서관의 필요성과 협회의 활동 방향을 짚어보기 위해 하현숙 관장을 이슈인터뷰에 초대했다.

-작은도서관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10년부터 작은도서관 운영에 참여했다. 그 전에 1996년 ‘좋은 책 읽는 엄마 모임’을 시작으로 공동육아를 하는 ‘놀이와 체험을 통한 신나는 자람터’,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 ‘아이 좋은 책’, 지역공동체교육운동 ‘교육 문화 생협’ 등 책과 관련된 일들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아이 좋은 책’ 사업을 하면서 부산대 독서지도사 공부를 하러 다녔고, 교육문화생협을 하다보니 책이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작은도서관을 하게 돼 10년을 운영하고 있다. 울산시의원을 했던 것도 그 연장선상이다.”

-우리나라에 작은도서관은 얼마나 되며, 하는 일은.
“2017년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의하면 전국에 공공도서관은 1044개, 작은 도서관은 6058개다. 이 가운데 약 77%인 4651개가 사립 작은도서관이다. 공립도서관의 6배에 달한다. 도서관법은 ‘공공도서관의 한 범주에 해당하며 공중의 생활권역에서 공중의 일상적 정보요구와 일치하는 서비스를 하는 소규모의 도서관’을 작은도서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쉽게 말해 누구든 언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문턱 낮은 동네도서관이다. 책을 매개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것에 목적을 두고 서로 생각을 나누고 삶과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작은도서관이 잘 알려지지 않고, 이용자도 많지 않다.
“작은도서관은 많이 생겨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2017년 한해만 해도 우리나라에 458개의 작은도서관이 신설됐다. 500가구 이상의 아파트에는 의무적으로 작은도서관을 두도록 한 제도 때문이기도 하다. 숫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나 제역할 다하는 작은도서관은 많지 않다. 가장 큰 어려움은 재원이다. 인건비 조달이 어렵다보니 전문인력에 의해 수행돼야 하는 장서개발 업무가 대부분 비전문가인 운영자나 자원봉사자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 우리 도서관도 지난해는 8시간 운영을 했으나 재원과 인력의 어려움으로 부득이 올해부터 4시간으로 운영시간을 단축했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지 않나.
“우리 도서관은 지난 한해 1040만원 지원받았다. 올해 60만원 늘었다. 인건비와 책구입비, 프로그램 운영비, 비품구입비 등으로 사용한다. 엄격한 심의를 거쳐 선정된 도서관에 한해 지원된다. 울산 내 다른 지자체는 이보다 더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전북도의 경우 도내 모든 사립 작은도서관에 사서 또는 독서지도사 1명의 인건비를 포함해 연 3174만원이 지원되고 있다. 김해시는 매월 300만원을 지원한다.”

-시의원을 할 때 관련 조례를 만들지 않았나.
“작은도서관 지원조례를 만들었다. 그러나 당시 분위기에 따라 ‘지원할 수 있다’고만 돼 있어 강제성이 없다. 개정을 하면 좋겠지만 조례만의 문제는 아니다. 김해시의 경우도 작은도서관 지원조례 어디를 봐도 지원금, 임금성 예산관련 조항이 없다. 정부의 ‘작은도서관진흥법’이 있기 때문에 단체장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지원이 가능하다.”

-경제적 지원 외에 시급한 제도는.
“상호대차서비스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공립도서관의 책을 작은도서관에서도 빌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호대차가 잘 되는 지역은 작은도서관 이용률이 높을 뿐 아니라 지역 문화수준도 높다. 김해만 해도 작은도서관까지 상호대차가 다 된다. 전북의 경우 작은 도서관·작은 미술관 만들기를 통해 문화의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효과적인 문화정책이라고 본다.”

-공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의 관계는.
“우리나라에는 작은도서관 전문가가 없다. 그 때문인지 공립도서관이 작은도서관을 견인하면서 함께 성장하려 하기보다 귀찮아 하거나 무시하려는 패쇄성이 있다. 대학에서도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의 취업을 걱정하면서 작은도서관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개발에는 관심을 안 가진다. 2,3년전부터 전국도서관대회에서 작은도서관을 참여시키는 등 관심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우리나라는 작은도서관까지 합쳐도 도서관 부족국가로 꼽힌다. 사서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높이는 등으로 공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함께 성장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도서관이 왜 필요한가.
“<다라야의 지하 비밀도서관>이라는 책이 있다. 35만명의 사망자와 1000만명 이상의 난민을 낳은 시리아 내전의 중심도시인 다라야의 무너진 폐허에서 우연히 책을 찾아낸 청년들이 지하도서관을 만들었다. 매일 평균 25명의 찾아왔고 그들은 그곳에서 목마름과 같은 문화갈증을 해소하고 지옥같은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희망을 발견한 것이다. “왜 도서관을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책이 행복의 열쇠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을 믿게 하는 힘은 쥐고 있다”고 답했다. 도서관은 모든 사람의 학교다.”

-작은도서관 운영에도 전문성이 필요한가.
“몇년 전 길위의 인문학이라는 프로그램 공모가 있어서 신청을 했다가 사서자격증이 없다는 것이 결격사유가 돼 탈락한 적이 있다. 아무리 좋은 의료장비와 최첨단건물을 갖고 있어도 의사가 없으면 병원이 아니고, 아무리 좋은 도서관과 프로그램이 있어도 사서가 없는 곳은 도서관이 아니라고 하더라. 사서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대학원 진학을 결심, 부산대 문헌정보학과 다니고 있다. 그동안 도서관을 잘 운영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공부를 하면서 주먹구구식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작은도서관이 운영자에 따라, 지역에 따라 편차가 심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작은도서관의 등급을 매긴다. 울산에는 A등급이 4곳 뿐이다. B등급도 몇 곳 안 되고, 대부분 D등급이다. 김해 등 자치단체장이 관심을 갖는 도시의 작은도서관은 대부분 A등급이고, 낮아도 B등급 이상이다.”

-울산작은도서관협회 구성을 추진 중이다. 목적은 무엇인가.
“작은도서관이 우리나라 도서관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하고 싶다. 울산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작은도서관 활성화 정책을 만들려면 우선 울산협회가 필요하다. 3월11일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다. 새로 생기는 작은도서관의 운영도 도와주고 제각각인 시스템도 하나로 통일해 책대여 서비스와 프로그램 공유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사회SOC사업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지방문화사업을 견인하려 하고 있다. 지방정부가 관심만 가지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북구의 경우 작은도서관협회가 만들지면서 ‘책잔치’가 매우 풍성해졌다. 울산시협회가 만들어지면 많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다.”

-작은도서관이 어떤 곳이었으면 하는가.
2년전 한 이용자가 “10대인 우리 아이가 연애를 한다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털어놓길래 곧바로 운영위원회를 열어 ‘부모가 꼭 알아야 할 내 아이의 성’이란 주제로 전문강사 초빙 강좌를 마련했다. 반응이 좋아 3회로 계획했는데 1회를 더 늘렸을 뿐 아니라 그 강의에서 제기된 문제점을 주제로 아이와 엄마가 함께 참여하는 세대공감 토론회를 10차례나 더 개최했다. 정해진 예산과 연간계획에 의해 움직이는 공립도서관과는 달리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작은도서관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 문화와 삶을 만드는 곳이다. 작은도서관이 성장하면 지역 공동체의 허브가 될 수 있다.”

/정명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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