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저출산 문제, 가족 기반의 감성적,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2

매체명 : 한국경제 보도일 : 2018.12.31
링크주소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12264054a
[가족공동체의 회복과 육아 나눔] 저출산 문제, 가족 기반의 감성적,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 #2

TV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자. 비록 반 지하방에서 어렵게 살아도 덕선이네 가족은 행복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택이 아빠에게 아들 택이는 삶의 이유였다. 청년 선우는 나이 어린 동생 진주를 끔찍하게 사랑했고, 선우 엄마는 아이들을 잘 키우려고 목욕탕 청소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를 보면서 선우는 인격적으로 더욱 성장했다. 가족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는 결혼과 가정을 꾸리는 행위가 비단 경제와 물질의 관점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고 젊은 부부가 거주할 공간을 확충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물질주의적 접근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바꾸기 어렵다는 것도 사실이다. 젊은 세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해 ‘의미부여(meaning making)’를 하는 환경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결혼과 출산을 통해 만들어진 가족공동체가 개인에게 정신적 행복감을 주고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한 때 어느 대선 후보는 ‘저녁이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사람들은 저녁이 있는 삶이 주는 의미에 대해 정서적으로 반응했다. 마찬가지로 누구나 지치고 힘들 때 편히 쉴 수 있는 안식처를 원한다. 따뜻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마음 깊은 곳에 있다. 이를 끄집어내는 것이야말로 답보 상태에 있는 저출산 문제의 해결을 위한 해법이 될 것이다. 이는 정부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온 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특히 언론, 방송과 우리의 정신세계를 관장하는 종교계의 도움이 요청된다.

국가 차원에서 가족공동체와 관련된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시스템도 정비해야 한다. 가족은 개인이 성장하고 발달하기 위해 필수적인 환경이다. 가족이란 작은 공동체에서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배우고, 규범을 내면화하면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자란다. 특히 여성가족부의 주도적인 역할이 요청된다. 여성 문제만큼 가족공동체 문제도 미래 우리 사회의 발전과 번영을 결정짓는 핵심 이슈가 될 것이다.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편히 즐길 수 있는 가족 친화적 공간을 많이 만드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선진국을 보면, 작은 타운에도 부모와 자녀가 함께 책을 보면서 놀이도 할 수 있는 마을 도서관이 도처에 있다. 미술관, 박물관 같은 문화 공간이 반드시 정숙을 요구하는 근엄한 장소일 필요는 없다. 부모 손을 잡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미술관과 박물관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이처럼 가족이 교육, 문화, 여가 생활을 함께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충분히 구축할 때, 국가적 위기인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출산 정책은 인식의 변화를 수반하는 만큼 긴 안목으로 추진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아이를 낳지 않는 문제는 오랜 기간 서서히 고착화되어 왔다. 마찬가지로 가족공동체를 재건하고 건강한 결혼과 출산 문화를 꽃 피우려면 상당한 시간이 요구된다. 재임 기간 중 성과를 창출해야 하는 관료 집단과 정치인들에게 이러한 접근은 후 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결혼, 출산, 양육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저출산 문제는 감성적, 문화적 처방으로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켜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어느 날 박봉을 받는 제자가 결혼한다는 연락을 해왔다.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다. 사귀는 여자 친구가 먼저 결혼해서 아이를 않고 있는 친구의 모습이 너무 행복해 보여서 결혼을 서두르자고 했단다. 어서 아이를 갖고 행복한 가족을 만들자고 했단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움직인다.

/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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