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칼럼]‘책의 해’는 저물어도 ‘책의 날’은 밝아온다
매체명 : 경향신문
보도일 : 2018.12.27
[시론]‘책의 해’는 저물어도 ‘책의 날’은 밝아온다
네 자리 숫자, ‘2018’을 앞에 붙이며 이름을 소개하던 버릇을 접을 수 있을까. 올 한 해는 “2018 책의 해 집행위원장입니다”라고 자주 인사했다. 직함이나 직위보다 ‘책의 해’에 방점이 찍힌 인사였다.
‘책의 해’가 저물어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매번 소회는 다르다. 올해는 롤러코스터에서 막 내려 발을 디디는 느낌이다. 놀랍고 버겁고 흥분되고 인상적인 체험이었지만 당장은 다시 올라탈 수 없을 기분이다. 나는 지면이나 여러 모임에서 자주 ‘2018 책의 해’를 강조했는데, 아직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 해가 저무는 이 시점에 조금 건조한 사실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새해에 계속될 책의 나날을 위해서.
올해 초 정부와 출판계는 블랙리스트 문제로 긴장 관계에 놓여 있어서, 민관 합동으로 사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았다. 3월22일에 출범식을 했으니 다소 늦게 시작한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과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23개 단체장들의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실행을 맡은 집행위원회에는 나를 포함하여 출판계 대표 5인, 유성권 이퍼블릭 대표,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 한울림어린이 곽미순 대표와 도서관협회 이용훈 사무총장, 출판평론가인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이경직 과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영진 사무처장, 한국출판인회의 고흥식 국장, 대한출판문화협회 김시중 사무국장 등 10인이 활동하였다. 분과별 집행위원회는 10개월 동안 총 17차 전체 회의와 50여 차례의 분과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모든 사업을 공유하고 점검하고 실행했다.
집행위원회 첫 회의에서 정한 ‘2018 책의 해’ 목표는 ‘함께 읽기’였다. 슬로건은 ‘#무슨책읽어?’였다. 슬로건에 해시태그를 붙인 이유는 개인적인 독서 촉구 캠페인은 낡은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적인 독서, 함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책으로 연결돼 안부 인사처럼 책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꿈을 꾸었다.
정부 예산 20억원, 네이버 기금 15억원. 이 안에서 4개 카테고리 28개 사업은 계획대로 무사히 시행됐다. ‘대국민 공모, 함께 읽기 사업’은 모두 10개였다. <나도 북튜버> <위드북> <우리 고전 다시쓰기 백일장> <북스피치> 등은 상금을 걸고 공모하는 행사였다. 또 누구나 현장에서 신청해 참여하는 행사로는 <하루 10분 함께 읽기> <심야책방의 날> <캣왕성 유랑책방> <북캠핑> <책 읽는 가족 한마당> 등이 진행됐다.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열렸다. 말 그대로 책의 생태계를 돌아보고, 또 내다보는 일이었다. 주제들은 <책 생태계의 오늘을 말하다> <책의 새로운 얼굴> <저자의 탄생> <서점, 독자를 만나다> <도서관, 내일을 말하다> <북 큐레이션의 힘> <책의 해 결산과 출판 미래 비전 2030> 등이다. 이 포럼은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책 생태계를 위한 기념사업’은 <언론 협약 사업> <독자 개발 연구>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창립> <책 있으면 할인 이벤트> 등 앞으로도 지속될 사업이다. ‘2018 책의 해’ 운동 취지에 맞는 싹 틔우기 작업인 셈이다.
네이버 기금으로 운용된 ‘라이프러리’는 ‘라이프’와 ‘라이브러리’의 합성어로 ‘삶의 도서관’을 뜻한다. 부산과 제주도, 서울숲과 광화문광장에서 네 차례에 걸쳐 4000권의 선별된 책들과 작가, 뮤지션이 독자들을 만났다. 책 이야기와 음악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대규모 책 축제였다.
민관 합동으로 ‘함께 읽기’를 실현하려 새로운 매체를 활용했고, 젊은 독자들을 만났다. 전국 단위의 다원적 참여 행사를 벌이고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정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발점을 이룬 것도 개인적으로 뜻깊게 기억될 것이다.
부족한 점이 왜 없었을까.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조직 체계를 확보하지 못한 점, 국민에게 알려 참여를 유도할 재원이 절실하게 부족했던 점은 크게 아쉽다.
총론 차원에서 올해 독서운동의 씨앗을 뿌렸으니 섬세한 각론으로 확대되길 정말이지 간절히 바란다. 가령 ‘2019 그림책의 해’ ‘2020 과학책의 해’ ‘2021 미스터리책의 해’ 같은 호명은 어떠한가. 새해에도 20억원 예산이 ‘책의 해’ 성격으로 책정되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새해에는 독서가 ‘생활’이고 ‘안부’가 될 수 있기를. 그 소박한 날을 위해 책의 해가 필요했던 것이다.
/ 정은숙 ‘2018 책의해’ 집행위원장
네 자리 숫자, ‘2018’을 앞에 붙이며 이름을 소개하던 버릇을 접을 수 있을까. 올 한 해는 “2018 책의 해 집행위원장입니다”라고 자주 인사했다. 직함이나 직위보다 ‘책의 해’에 방점이 찍힌 인사였다.
‘책의 해’가 저물어간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그러나 매번 소회는 다르다. 올해는 롤러코스터에서 막 내려 발을 디디는 느낌이다. 놀랍고 버겁고 흥분되고 인상적인 체험이었지만 당장은 다시 올라탈 수 없을 기분이다. 나는 지면이나 여러 모임에서 자주 ‘2018 책의 해’를 강조했는데, 아직 모르는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 해가 저무는 이 시점에 조금 건조한 사실들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새해에 계속될 책의 나날을 위해서.
올해 초 정부와 출판계는 블랙리스트 문제로 긴장 관계에 놓여 있어서, 민관 합동으로 사업을 벌이기가 쉽지 않았다. 3월22일에 출범식을 했으니 다소 늦게 시작한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도종환 장관과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이 공동조직위원장을 맡고 23개 단체장들의 조직위원회가 구성되었다. 실행을 맡은 집행위원회에는 나를 포함하여 출판계 대표 5인, 유성권 이퍼블릭 대표,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북스피어 김홍민 대표, 한울림어린이 곽미순 대표와 도서관협회 이용훈 사무총장, 출판평론가인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이경직 과장,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김영진 사무처장, 한국출판인회의 고흥식 국장, 대한출판문화협회 김시중 사무국장 등 10인이 활동하였다. 분과별 집행위원회는 10개월 동안 총 17차 전체 회의와 50여 차례의 분과 운영위원회 회의를 통해 모든 사업을 공유하고 점검하고 실행했다.
집행위원회 첫 회의에서 정한 ‘2018 책의 해’ 목표는 ‘함께 읽기’였다. 슬로건은 ‘#무슨책읽어?’였다. 슬로건에 해시태그를 붙인 이유는 개인적인 독서 촉구 캠페인은 낡은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 사회적인 독서, 함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책으로 연결돼 안부 인사처럼 책 이야기가 퍼져나가는 꿈을 꾸었다.
정부 예산 20억원, 네이버 기금 15억원. 이 안에서 4개 카테고리 28개 사업은 계획대로 무사히 시행됐다. ‘대국민 공모, 함께 읽기 사업’은 모두 10개였다. <나도 북튜버> <위드북> <우리 고전 다시쓰기 백일장> <북스피치> 등은 상금을 걸고 공모하는 행사였다. 또 누구나 현장에서 신청해 참여하는 행사로는 <하루 10분 함께 읽기> <심야책방의 날> <캣왕성 유랑책방> <북캠핑> <책 읽는 가족 한마당> 등이 진행됐다.
‘책 생태계 비전 포럼’은 3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열렸다. 말 그대로 책의 생태계를 돌아보고, 또 내다보는 일이었다. 주제들은 <책 생태계의 오늘을 말하다> <책의 새로운 얼굴> <저자의 탄생> <서점, 독자를 만나다> <도서관, 내일을 말하다> <북 큐레이션의 힘> <책의 해 결산과 출판 미래 비전 2030> 등이다. 이 포럼은 정부가 내년부터 시행하는 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의 밑그림을 제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책 생태계를 위한 기념사업’은 <언론 협약 사업> <독자 개발 연구> <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 창립> <책 있으면 할인 이벤트> 등 앞으로도 지속될 사업이다. ‘2018 책의 해’ 운동 취지에 맞는 싹 틔우기 작업인 셈이다.
네이버 기금으로 운용된 ‘라이프러리’는 ‘라이프’와 ‘라이브러리’의 합성어로 ‘삶의 도서관’을 뜻한다. 부산과 제주도, 서울숲과 광화문광장에서 네 차례에 걸쳐 4000권의 선별된 책들과 작가, 뮤지션이 독자들을 만났다. 책 이야기와 음악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는 대규모 책 축제였다.
민관 합동으로 ‘함께 읽기’를 실현하려 새로운 매체를 활용했고, 젊은 독자들을 만났다. 전국 단위의 다원적 참여 행사를 벌이고 지방자치단체들의 행정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시발점을 이룬 것도 개인적으로 뜻깊게 기억될 것이다.
부족한 점이 왜 없었을까.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할 조직 체계를 확보하지 못한 점, 국민에게 알려 참여를 유도할 재원이 절실하게 부족했던 점은 크게 아쉽다.
총론 차원에서 올해 독서운동의 씨앗을 뿌렸으니 섬세한 각론으로 확대되길 정말이지 간절히 바란다. 가령 ‘2019 그림책의 해’ ‘2020 과학책의 해’ ‘2021 미스터리책의 해’ 같은 호명은 어떠한가. 새해에도 20억원 예산이 ‘책의 해’ 성격으로 책정되었으니 가능하지 않을까.
새해에는 독서가 ‘생활’이고 ‘안부’가 될 수 있기를. 그 소박한 날을 위해 책의 해가 필요했던 것이다.
/ 정은숙 ‘2018 책의해’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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