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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가능성과 아쉬움 남긴 ‘2018 책의 해’
매체명 : 한겨례
보도일 : 2018.12.21
가능성과 아쉬움 남긴 ‘2018 책의 해’
올해는 25년 만에 돌아온 책의 해였다. 출판시장의 어려움이 해마다 가중되는 상황에서 책의 해가 숨통을 틔워줄지 기대를 모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책의 해는 어떤 성과와 한계, 과제를 남겼을까.
정은숙 ‘2018 책의 해 집행위원회’ 위원장(마음산책 대표)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독서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운동에서 책이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운동이 가능했음을 책의 해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을 찾아 그들의 문화와 매체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예쁜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깨달음을 얻은 한순간을 공유하지 않나. 북캠핑이나 심야책방, 캣왕성 유랑책방처럼 요즘 세대들이 즐기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게 예쁘고 즐거운 행사를 만들려고 했다. 책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책 읽기는 멋있고 함께 하면 즐거운 것이란 것을 보여줬다.”
또한 ‘독자 개발 연구’를 진행해(이순영 고려대 교수팀) 사람들이 왜 책을 읽지 않는지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번 책의 해의 중요한 성과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1993년 책의 해가 남긴 것은 국민 독서실태조사다. 앞으로는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들을 연구해서 데이터를 축적해가다 보면, 새로운 독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더 많은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관이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이라 힘 있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백원근 책의 해 집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은 “전국 책 읽는 도시협의회가 책의 해 사업 중 하나로 추진돼 올해 출범할 수 있던 것은 정부의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독서 정책이 정부의 의지와 결합했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의 해는 여러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출판계와 정부가 긴장 관계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 책의 해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출범식은 새해 들어 석 달이나 지난 3월22일에서야 열렸다. 정부와 출판계가 계속 대립하고 있었던 탓이다. 같은달 13일에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어 저작권법 개정과 블랙리스트 실행 공무원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던 것이 당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정부 지정의 해’ 사업처럼 전년도에 기구 구성과 추진계획 수립을 끝내지 못해, 한 해의 4분의 1이 지난 뒤에야 조직위가 출범했다.
책의 해라는 이름에 걸맞는 전 사회적인 참여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백원근 집행위원은 “처음엔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범사회적인 조직위를 구성하고 싶었지만, 결국 출판계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책 읽는 국회의원 연맹’을 결성해서 개선해야 할 출판 관련 법 제도를 바꾸고 싶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언론 홍보 외에 전 사회적인 캠페인을 벌일 만한 홍보 예산이 없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목소리를 대표할 단체가 없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했다. 장은수 대표는 “책의 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출판사들의 입김이 너무 컸다. 물론 이것은 실행 단위가 한국출판인회의로 정해지는 순간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이건 출판인회의의 허물이라기보다는, 독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다는 구조적 이유에서 비롯된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 출판인회의,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은 모두 생산자 조직이라, ‘책의 해’를 하려 해도 ‘출판의 해’가 되어버리는 구조다.”
책의 해 집행부로 참여한 일부 출판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출판사들마저도 책의 해 행사를 관망하는 자세를 취한 것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앞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는 출판인들이 행사의 기획과 운영까지 맡는 방식은 지속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은숙 집행위원장과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등 한국출판인회의 소속 집행위원들은 최소한의 회의비만 받고 그외 보수는 거절했다. 정은숙 집행위원장은 “봉사라고 시작했지만, 출판사도 운영하면서 책의 해 일까지 하려니 몸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이 일을 전담해서 24시간 이 일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야겠더라. 앞으로는 독서 진흥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민관 합동 조직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출판 진흥사업 예산으로 올해와 똑같은 20억원을 확보했지만, ‘책의 해’란 이름 없이 어떻게 출판계의 역량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다. 정부에선 이번 예산으로 올해 책의 해 행사 중 반응이 좋았던 심야책방, 캣왕성 유랑책방, 나도 북튜버 등은 내년에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오디오북 제작, 공중파의 책 관련 방송 제작을 지원하고, 전국 독립서점 실태조사도 할 계획이다. 백원근 집행위원은 “여러 방향의 사업을 하나로 묶어낼 타이틀이 없다면 사업들이 제각각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올해는 25년 만에 돌아온 책의 해였다. 출판시장의 어려움이 해마다 가중되는 상황에서 책의 해가 숨통을 틔워줄지 기대를 모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았다. 책의 해는 어떤 성과와 한계, 과제를 남겼을까.
정은숙 ‘2018 책의 해 집행위원회’ 위원장(마음산책 대표)은 <한겨레>와 통화에서 독서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운동에서 책이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운동이 가능했음을 책의 해가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책을 읽지 않는 독자들을 찾아 그들의 문화와 매체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 사람들이 예쁜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깨달음을 얻은 한순간을 공유하지 않나. 북캠핑이나 심야책방, 캣왕성 유랑책방처럼 요즘 세대들이 즐기고, 소셜미디어에 공유할 수 있게 예쁘고 즐거운 행사를 만들려고 했다. 책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책 읽기는 멋있고 함께 하면 즐거운 것이란 것을 보여줬다.”
또한 ‘독자 개발 연구’를 진행해(이순영 고려대 교수팀) 사람들이 왜 책을 읽지 않는지 연구하기 시작한 것도 이번 책의 해의 중요한 성과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1993년 책의 해가 남긴 것은 국민 독서실태조사다. 앞으로는 책을 읽지 않는 비독자들을 연구해서 데이터를 축적해가다 보면, 새로운 독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는 더 많은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관이 공동으로 추진한 사업이라 힘 있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백원근 책의 해 집행위원(책과사회연구소 대표)은 “전국 책 읽는 도시협의회가 책의 해 사업 중 하나로 추진돼 올해 출범할 수 있던 것은 정부의 영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독서 정책이 정부의 의지와 결합했을 때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책의 해는 여러 한계를 노출하기도 했다. 출판계와 정부가 긴장 관계를 해소하지 못한 것이 책의 해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2018 책의 해 조직위원회’ 출범식은 새해 들어 석 달이나 지난 3월22일에서야 열렸다. 정부와 출판계가 계속 대립하고 있었던 탓이다. 같은달 13일에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어 저작권법 개정과 블랙리스트 실행 공무원을 처벌하라고 요구했던 것이 당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정부 지정의 해’ 사업처럼 전년도에 기구 구성과 추진계획 수립을 끝내지 못해, 한 해의 4분의 1이 지난 뒤에야 조직위가 출범했다.
책의 해라는 이름에 걸맞는 전 사회적인 참여를 불러일으키지 못한 점도 아쉬움을 남긴다. 백원근 집행위원은 “처음엔 다양한 분야를 망라하는 범사회적인 조직위를 구성하고 싶었지만, 결국 출판계를 중심으로 꾸려졌다. ‘책 읽는 국회의원 연맹’을 결성해서 개선해야 할 출판 관련 법 제도를 바꾸고 싶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언론 홍보 외에 전 사회적인 캠페인을 벌일 만한 홍보 예산이 없었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목소리를 대표할 단체가 없다는 점도 어려움을 가중했다. 장은수 대표는 “책의 해라는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출판사들의 입김이 너무 컸다. 물론 이것은 실행 단위가 한국출판인회의로 정해지는 순간 예상됐던 결과이기도 하다. 이건 출판인회의의 허물이라기보다는, 독자를 대표하는 단체가 없다는 구조적 이유에서 비롯된다. 한국출판산업진흥원, 출판인회의, 대한출판문화협회 등은 모두 생산자 조직이라, ‘책의 해’를 하려 해도 ‘출판의 해’가 되어버리는 구조다.”
책의 해 집행부로 참여한 일부 출판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출판사들마저도 책의 해 행사를 관망하는 자세를 취한 것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앞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는 출판인들이 행사의 기획과 운영까지 맡는 방식은 지속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은숙 집행위원장과 강성민 글항아리 대표,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 등 한국출판인회의 소속 집행위원들은 최소한의 회의비만 받고 그외 보수는 거절했다. 정은숙 집행위원장은 “봉사라고 시작했지만, 출판사도 운영하면서 책의 해 일까지 하려니 몸이 쪼개지는 것 같았다. 이 일을 전담해서 24시간 이 일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야겠더라. 앞으로는 독서 진흥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할 민관 합동 조직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출판 진흥사업 예산으로 올해와 똑같은 20억원을 확보했지만, ‘책의 해’란 이름 없이 어떻게 출판계의 역량을 끌어모을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다. 정부에선 이번 예산으로 올해 책의 해 행사 중 반응이 좋았던 심야책방, 캣왕성 유랑책방, 나도 북튜버 등은 내년에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외에도 오디오북 제작, 공중파의 책 관련 방송 제작을 지원하고, 전국 독립서점 실태조사도 할 계획이다. 백원근 집행위원은 “여러 방향의 사업을 하나로 묶어낼 타이틀이 없다면 사업들이 제각각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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