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칼럼]‘큰 책’과 ‘작은 책’의 갈림길
매체명 : 문화일보
보도일 : 2018.12.19
‘큰 책’과 ‘작은 책’의 갈림길
한 해가 끝을 보이면서 ‘2018년 책의 해’도 마무리됐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책의 해’였다. ‘책의 해’는 지난해 2월 문체부의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에 담긴 과제 중 하나였다. 대대적인 책 캠페인을 벌여야 할 만큼 위기인 ‘책’에 대한 응급 대책이었다. 실제로 우리 독서율은 계속 하락 중이다. 내년 봄 5G가 상용화되면 책 독자는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는 책 읽기엔 최악의 조건이다. 계산되지 않지만, 이 자랑스러운 속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상당할 것이다.
이 같은 다급함 속에 ‘책의 해’ 민관조직위원회가 구성돼 봄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매달 금요일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심야 책방, 외계 행성 고양이들이 책 속 비밀 코드를 찾아다닌다는 설정의 이동책방, 고전 이어 쓰기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이어졌다. 크고 작은 도서전과 책 관련 행사를 통상적으로 해온 출판계의 평소 역량이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해’가 출발하며 내건 ‘함께 읽는 대한민국 구현’ ‘국민 독서율 제고’ ‘출판 수요 창출’이라는 목표에는 조금도 가까워지지 못했다. ‘책의 해’에 출판계는 더 어려워졌고 독자들은 더 줄어든 듯한 느낌이다. ‘책의 해’의 아이러니다.
1년 한정의 행사로 이런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 당연히 ‘책의 해’의 좋은 프로그램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축제와 행사를 몇 개 더 한다고 출판이 살아나고 독자가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급격한 콘텐츠와 플랫폼 변화 속에 책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출판·독서 정책의 프레임을 다시 짜고 전략을 다시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주 ‘출판 미래 비전 2030’ 초안을 발표했다. 이의 핵심은 미디어 융복합·디지털·4차 혁명 시대를 맞아 책을 전통적인 ‘종이책’이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되는 원천 콘텐츠로 보자는 것이다. 또 누구나 반드시 봐야 한다는 책의 당위적 ‘가치’보다 부가가치를 만드는 ‘산업’적 관점으로 정책의 프레임을 이동시켰다. 책을 여러 콘텐츠를 연결하고 다양하게 변환되는 ‘원천 콘텐츠’로 재정의한 것은 의미 있는 프레임 전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판비전2030’은 발표 현장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콘텐츠’라는 새 비전에만 신경 쓰다 보니 출판유통현대화를 포함해 독서 운동, 도서관 정책 등 근본적인 정책이 소홀히 됐다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출판문화산업 5개년 계획’이 새 비전 없이 기존 정책을 모았다고 비판받았다면, ‘출판비전 2030’은 새 비전에 매달리다가 기본 문제를 잊어버렸다. 그렇다고 저작권 같은 출판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출판 비전 논의도 필요 없다는 식의 출판계 일각의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책의 해의 끝에, 우리 책과 출판은 위태로운 갈림길에 서 있게 됐다. 책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를 연결하며 이 모든 것을 끌어안는 ‘큰 책’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콘텐츠 중 하나로 흡수돼 명맥을 유지하는 ‘작은 책’이 될 것인가. ‘책의 해’ 아이러니는 새로운 비전 아래 기본을 튼튼히 하고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정책과 현장의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 최현미 문화부 부장
한 해가 끝을 보이면서 ‘2018년 책의 해’도 마무리됐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정한 ‘책의 해’였다. ‘책의 해’는 지난해 2월 문체부의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에 담긴 과제 중 하나였다. 대대적인 책 캠페인을 벌여야 할 만큼 위기인 ‘책’에 대한 응급 대책이었다. 실제로 우리 독서율은 계속 하락 중이다. 내년 봄 5G가 상용화되면 책 독자는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속도는 책 읽기엔 최악의 조건이다. 계산되지 않지만, 이 자랑스러운 속도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상당할 것이다.
이 같은 다급함 속에 ‘책의 해’ 민관조직위원회가 구성돼 봄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매달 금요일 밤늦게까지 문을 여는 심야 책방, 외계 행성 고양이들이 책 속 비밀 코드를 찾아다닌다는 설정의 이동책방, 고전 이어 쓰기 등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이 이어졌다. 크고 작은 도서전과 책 관련 행사를 통상적으로 해온 출판계의 평소 역량이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책의 해’가 출발하며 내건 ‘함께 읽는 대한민국 구현’ ‘국민 독서율 제고’ ‘출판 수요 창출’이라는 목표에는 조금도 가까워지지 못했다. ‘책의 해’에 출판계는 더 어려워졌고 독자들은 더 줄어든 듯한 느낌이다. ‘책의 해’의 아이러니다.
1년 한정의 행사로 이런 목표를 이룰 수는 없다. 당연히 ‘책의 해’의 좋은 프로그램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축제와 행사를 몇 개 더 한다고 출판이 살아나고 독자가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급격한 콘텐츠와 플랫폼 변화 속에 책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출판·독서 정책의 프레임을 다시 짜고 전략을 다시 생각하는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문체부는 지난주 ‘출판 미래 비전 2030’ 초안을 발표했다. 이의 핵심은 미디어 융복합·디지털·4차 혁명 시대를 맞아 책을 전통적인 ‘종이책’이 아니라 다양하게 활용되는 원천 콘텐츠로 보자는 것이다. 또 누구나 반드시 봐야 한다는 책의 당위적 ‘가치’보다 부가가치를 만드는 ‘산업’적 관점으로 정책의 프레임을 이동시켰다. 책을 여러 콘텐츠를 연결하고 다양하게 변환되는 ‘원천 콘텐츠’로 재정의한 것은 의미 있는 프레임 전환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판비전2030’은 발표 현장에서 상당한 비판을 받았다. ‘콘텐츠’라는 새 비전에만 신경 쓰다 보니 출판유통현대화를 포함해 독서 운동, 도서관 정책 등 근본적인 정책이 소홀히 됐다는 지적이었다. 지난해 ‘출판문화산업 5개년 계획’이 새 비전 없이 기존 정책을 모았다고 비판받았다면, ‘출판비전 2030’은 새 비전에 매달리다가 기본 문제를 잊어버렸다. 그렇다고 저작권 같은 출판 현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출판 비전 논의도 필요 없다는 식의 출판계 일각의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
책의 해의 끝에, 우리 책과 출판은 위태로운 갈림길에 서 있게 됐다. 책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미디어와 콘텐츠를 연결하며 이 모든 것을 끌어안는 ‘큰 책’이 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콘텐츠 중 하나로 흡수돼 명맥을 유지하는 ‘작은 책’이 될 것인가. ‘책의 해’ 아이러니는 새로운 비전 아래 기본을 튼튼히 하고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정책과 현장의 혁신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 최현미 문화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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