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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함께하는 육아 새로운 접근(공동육아 나눔터)
매체명 : 한국경제
보도일 : 2018.12.10
[가족공동체의 회복과 육아 나눔] 함께하는 육아 새로운 접근(공동육아 나눔터) #2
함께하는 육아, 새로운 접근
우리의 공동체 의식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되었지만, 마을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공동체 돌봄의 명맥은 가까스로나마 이어져 오고 있다. 70년대 난곡에서 대학생들의 야학과 유아원으로 시작된 공동육아는 90년대로 들어와 부모와 교사가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돌봄공간 마련이나 교사 인건비 등을 위해 부모들이 감당해야 할 출자금과 높은 수준의 보육료 부담으로 인해 금전적, 시간적 제약에서 조금 자유로운 중산층 전업주부들만의 자녀돌봄 방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공식 명칭인 부모협동 어린이집은 2017년 기준 전체 어린이집의 0.4 %에 불과하며, 전국 총 164개소, 4,508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좀 더 최근에는 의식있는 부모들이 몇 명씩 모여 방학프로그램을 기획해 아이들을 함께 돌보거나, 맞벌이부모들이 직접 교사를 채용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해 방과후 돌봄을 스스로 해결하는 등 소규모의 비공식적인 형태의 다양한 공동체 돌봄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서울 은평구의 ‘숲동이’라는 품앗이육아 모임은 동네에 있던 환경관련기관 건물 앞마당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아이들과 놀이를 하던 부모들 모임이다. 안타깝게도 기관이 없어지면서 아이들과 놀던 공간을 잃게 되고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되어 지금의 마을카페인 행복카페를 만들게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담당하는 두 분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한달 단위로 예약을 받아 오후 간식을 책임진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집에 없어도, 마을 안에서 카페를 드나들며 간식도 먹고 도서관이기도 한 그곳에서 책도 읽고 친구들과 논다. 동네 어머니들은 그곳이 마을 회의 공간도 되고 취미 동아리 활동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민간에서 부모들이 마을을 기반으로 서로 유대관계를 만들어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공동체 돌봄은 바람직한 자녀돌봄의 방식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 희생을 감당할 리더가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고, 함께 하는 부모들의 공동체 의식에 대한 수용과 내면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는 일부 부모들이 앞장서 공동체 돌봄으로의 변화를 도모하는 일종의 생활문화운동의 성격을 지닌다. 때문에 사회 변화를 이끄는 운동이 그렇듯 공동육아와 같은 생활문화운동 역시 당장 눈앞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느림’이 요구된다.
민간에서 시작된 공동체돌봄이 공적 체계로 이어진 것은 2010년 여성가족부가 ‘가족품앗이 및 공동육아나눔터’라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부모들 스스로의 자발적인 품앗이육아가 바람직하지만 공동체 돌봄의 필요성과 강점을 보다 널리 알리고 품앗이팀 구성이나 돌봄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공동체 돌봄 진입을 용이하게 해주는 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공동체 돌봄문화의 확산 속도를 높힌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5-6명의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공동육아나눔터에 모여 돌봄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족정책서비스 전달체계인 건강가정지원센터가 공동체 돌봄 문화 정착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국비지원을 받는 경우만 볼 때, 전국 91개 시군구에 160개 공동육아나눔터가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이 곳에서 약 67만 가족 정도가 품앗이 육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 사업이다보니 정책적 목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라진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회복시키고, 이를 통해 이웃과의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돌봄부담을 경감시키며, 이를 통해 출산율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저출산 정책의 틀 속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이후의 저출산정책들을 살펴보면, 2013년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소득계층과 관계없이 전계층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 2018년 9월 시작된 아동수당 그리고 내년 2019년 10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지급 예정인 출산장려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재정지원정책들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1명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에 다급한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단기 성과를 기대하고 추진하는 직접서비스 정책을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육비 부담을 갖는 저소득층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지원이 직접 자녀돌봄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받은 지원금으로 돌봄시장에서 서비스를 구입해야 하는데, 신뢰할만한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 돌봄을 시장서비스에 맡김으로써 부모역할을 다 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부모와 단절된 상태에서 돌봄을 받는 자녀들의 정서적 안정이나 인성발달은 또 어떠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여성가족부의 공동체 돌봄 사업은 아직도 더 나아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긍정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용자수와 같은 정량지표가 아닌 자녀와 함께 하는 가족의 삶의 변화라는 정성적 측면에서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아이들은 층간소음 걱정없이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뛰며 놀 수 있고 또래 친구들 그리고 동네 언니, 오빠들과 규범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어 좋아한다. 똑같이 친구들과 노는데도 어린이집보다 여기서 언니, 오빠들,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 부모들 얘기다. 자유 놀이이기에 아이들은 편안함과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으며, 실내이기는 하지만 옛날 동네아이들끼리 골목에서 놀던 즐거움이 품앗이 육아를 통해 재현되고 있다. 아이들은 무리 속에서 어울려 놀면서 공동체를 경험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키게 된다.
둘째, 부모들은 내 아이만 품에 끼고 키우지 않아도 되니 자연 돌봄부담이 줄고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을 만나 육아정보를 공유하고 독박육아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산후우울증을 겪던 엄마가 나눔터에 와 다른 부모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우울증을 극복하기도 한다.
셋째, 부모 한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품앗이육아를 하면서 남편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어머니들 사례는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쉽게도 아직은 통계 수치화할 수준은 아니지만 품앗이육아를 하면서 용기를 얻어 둘째 혹은 셋째를 낳은 사례도 여럿 보았다. 육아는 아내의 일이라고 생각하던 아빠들이 공동육아나눔터에 한두번 들리게 되고, 가족과 함께 하는 나들이나 캠핑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육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넷째, 부모들 몇명의 모임이 마을돌봄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같은 동네에 사는 부모들끼리 급할 때 서로 아이들을 맡아주고, 저녁밥 먹여주고, 쓰던 육아용품이나 동화책을 물려가며 사용하는 일은 기본이다. 둘째 아이가 병원 입원해 돌봐줄 이가 없는 첫째를 며칠씩 집에 데려와 밥 챙기고 학교 보낸 사례, 맞벌이 엄마 힘들다고 주말에 좀 쉬라고 아이를 데려다 돌봐주고, 자격증 시험 공부하라고 또 아이를 데려가 돌봐주고, 그 다양한 사례들을 다 열거하기 어렵다. 마을돌봄 공동체를 향한 사례들이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아동수당이나 출산장려금이 필요치 않다는 말이 아니다. 재정지원은 여전히 부모들이 자녀돌봄을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바꾸어 놓지 못한다. 이에 비해 마을을 중심으로 부모들이 돌봄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동체 돌봄 정책은 자녀돌봄의 직접적 해결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된다. 그것도 정해진 시간, 정해진 서비스 비용의 경직된 시장서비스 체계가 아니라 어떤 돌봄 상황이든, 그것이 언제 필요하든 스스로가 알아서 움직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기능한다.
지난 7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출산율 목표치 대신 삶의 질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신혼부부 주거지원, 출산휴가급여 사각지대 해소 등 하드웨어 중심의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부모에게 떨쳐내야 할 부담이라거나 경력단절의 요인이 되는 장애요소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행복을 누리고, 이웃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사회적 관계에서 양육기 부모로서의 삶 자체가 의미가 될 수 있고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부모들이 자녀돌봄과 관련된 ‘재미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장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그런 사업은 시작되었다.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족품앗이 및 공동육아나눔터 사업이 그것이다. 문제는 당장의 가시적 성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 순위에서 배제되고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업임에도 예산 배정에서 뒤로 밀리는 안타까운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글= 차성란 대전대학교 교수
/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
함께하는 육아, 새로운 접근
우리의 공동체 의식은 이미 옛날 얘기가 되었지만, 마을 아이들을 함께 돌보는 공동체 돌봄의 명맥은 가까스로나마 이어져 오고 있다. 70년대 난곡에서 대학생들의 야학과 유아원으로 시작된 공동육아는 90년대로 들어와 부모와 교사가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형 공동육아 어린이집 설립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돌봄공간 마련이나 교사 인건비 등을 위해 부모들이 감당해야 할 출자금과 높은 수준의 보육료 부담으로 인해 금전적, 시간적 제약에서 조금 자유로운 중산층 전업주부들만의 자녀돌봄 방식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공식 명칭인 부모협동 어린이집은 2017년 기준 전체 어린이집의 0.4 %에 불과하며, 전국 총 164개소, 4,508명의 아동이 이용하고 있는 수준이다.
좀 더 최근에는 의식있는 부모들이 몇 명씩 모여 방학프로그램을 기획해 아이들을 함께 돌보거나, 맞벌이부모들이 직접 교사를 채용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해 방과후 돌봄을 스스로 해결하는 등 소규모의 비공식적인 형태의 다양한 공동체 돌봄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인 서울 은평구의 ‘숲동이’라는 품앗이육아 모임은 동네에 있던 환경관련기관 건물 앞마당에서 정기적으로 모여 아이들과 놀이를 하던 부모들 모임이다. 안타깝게도 기관이 없어지면서 아이들과 놀던 공간을 잃게 되고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되어 지금의 마을카페인 행복카페를 만들게 되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담당하는 두 분은 맞벌이 가정의 아이들을 위해 한달 단위로 예약을 받아 오후 간식을 책임진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가 집에 없어도, 마을 안에서 카페를 드나들며 간식도 먹고 도서관이기도 한 그곳에서 책도 읽고 친구들과 논다. 동네 어머니들은 그곳이 마을 회의 공간도 되고 취미 동아리 활동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민간에서 부모들이 마을을 기반으로 서로 유대관계를 만들어가며 아이들을 돌보는 공동체 돌봄은 바람직한 자녀돌봄의 방식이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군가 희생을 감당할 리더가 자발적으로 나서야 하고, 함께 하는 부모들의 공동체 의식에 대한 수용과 내면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현재는 일부 부모들이 앞장서 공동체 돌봄으로의 변화를 도모하는 일종의 생활문화운동의 성격을 지닌다. 때문에 사회 변화를 이끄는 운동이 그렇듯 공동육아와 같은 생활문화운동 역시 당장 눈앞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느림’이 요구된다.
민간에서 시작된 공동체돌봄이 공적 체계로 이어진 것은 2010년 여성가족부가 ‘가족품앗이 및 공동육아나눔터’라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부모들 스스로의 자발적인 품앗이육아가 바람직하지만 공동체 돌봄의 필요성과 강점을 보다 널리 알리고 품앗이팀 구성이나 돌봄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공동체 돌봄 진입을 용이하게 해주는 촉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공동체 돌봄문화의 확산 속도를 높힌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5-6명의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 정도 공동육아나눔터에 모여 돌봄활동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족정책서비스 전달체계인 건강가정지원센터가 공동체 돌봄 문화 정착을 위한 중간지원조직으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다. 국비지원을 받는 경우만 볼 때, 전국 91개 시군구에 160개 공동육아나눔터가 설치, 운영되고 있으며, 이 곳에서 약 67만 가족 정도가 품앗이 육아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사업은 정부 사업이다보니 정책적 목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라진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회복시키고, 이를 통해 이웃과의 돌봄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돌봄부담을 경감시키며, 이를 통해 출산율을 제고시키고자 하는 저출산 정책의 틀 속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 이후의 저출산정책들을 살펴보면, 2013년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소득계층과 관계없이 전계층에게 지급되는 양육수당, 2018년 9월 시작된 아동수당 그리고 내년 2019년 10월부터 모든 산모에게 지급 예정인 출산장려금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재정지원정책들이 연이어 추진되고 있다. 1명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에 다급한 정부가 출산율 제고를 위해 단기 성과를 기대하고 추진하는 직접서비스 정책을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육비 부담을 갖는 저소득층 가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재정지원이 직접 자녀돌봄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받은 지원금으로 돌봄시장에서 서비스를 구입해야 하는데, 신뢰할만한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 돌봄을 시장서비스에 맡김으로써 부모역할을 다 한 것으로 여기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부모와 단절된 상태에서 돌봄을 받는 자녀들의 정서적 안정이나 인성발달은 또 어떠할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여성가족부의 공동체 돌봄 사업은 아직도 더 나아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긍정적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용자수와 같은 정량지표가 아닌 자녀와 함께 하는 가족의 삶의 변화라는 정성적 측면에서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첫째, 무엇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아이들은 층간소음 걱정없이 공동육아나눔터에서 뛰며 놀 수 있고 또래 친구들 그리고 동네 언니, 오빠들과 규범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어 좋아한다. 똑같이 친구들과 노는데도 어린이집보다 여기서 언니, 오빠들, 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 부모들 얘기다. 자유 놀이이기에 아이들은 편안함과 정서적 안정을 느낄 수 있으며, 실내이기는 하지만 옛날 동네아이들끼리 골목에서 놀던 즐거움이 품앗이 육아를 통해 재현되고 있다. 아이들은 무리 속에서 어울려 놀면서 공동체를 경험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키게 된다.
둘째, 부모들은 내 아이만 품에 끼고 키우지 않아도 되니 자연 돌봄부담이 줄고 비슷한 처지의 부모들을 만나 육아정보를 공유하고 독박육아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산후우울증을 겪던 엄마가 나눔터에 와 다른 부모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우울증을 극복하기도 한다.
셋째, 부모 한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관계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품앗이육아를 하면서 남편과의 관계가 좋아졌다고 말하는 어머니들 사례는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쉽게도 아직은 통계 수치화할 수준은 아니지만 품앗이육아를 하면서 용기를 얻어 둘째 혹은 셋째를 낳은 사례도 여럿 보았다. 육아는 아내의 일이라고 생각하던 아빠들이 공동육아나눔터에 한두번 들리게 되고, 가족과 함께 하는 나들이나 캠핑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육아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넷째, 부모들 몇명의 모임이 마을돌봄으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같은 동네에 사는 부모들끼리 급할 때 서로 아이들을 맡아주고, 저녁밥 먹여주고, 쓰던 육아용품이나 동화책을 물려가며 사용하는 일은 기본이다. 둘째 아이가 병원 입원해 돌봐줄 이가 없는 첫째를 며칠씩 집에 데려와 밥 챙기고 학교 보낸 사례, 맞벌이 엄마 힘들다고 주말에 좀 쉬라고 아이를 데려다 돌봐주고, 자격증 시험 공부하라고 또 아이를 데려가 돌봐주고, 그 다양한 사례들을 다 열거하기 어렵다. 마을돌봄 공동체를 향한 사례들이 축적되고 있는 것이다. 아동수당이나 출산장려금이 필요치 않다는 말이 아니다. 재정지원은 여전히 부모들이 자녀돌봄을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을 바꾸어 놓지 못한다. 이에 비해 마을을 중심으로 부모들이 돌봄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동체 돌봄 정책은 자녀돌봄의 직접적 해결방안을 마련해주는 것이 된다. 그것도 정해진 시간, 정해진 서비스 비용의 경직된 시장서비스 체계가 아니라 어떤 돌봄 상황이든, 그것이 언제 필요하든 스스로가 알아서 움직이는 마치 ‘보이지 않는 손’처럼 기능한다.
지난 7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출산율 목표치 대신 삶의 질에 초점을 두는 것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신혼부부 주거지원, 출산휴가급여 사각지대 해소 등 하드웨어 중심의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부모에게 떨쳐내야 할 부담이라거나 경력단절의 요인이 되는 장애요소로 인식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의 행복을 누리고, 이웃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사회적 관계에서 양육기 부모로서의 삶 자체가 의미가 될 수 있고 즐거움이 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부모들이 자녀돌봄과 관련된 ‘재미난’ 소프트웨어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장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삶의 질을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그런 사업은 시작되었다.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실시하고 있는 가족품앗이 및 공동육아나눔터 사업이 그것이다. 문제는 당장의 가시적 성과가 아니라는 점에서 정책 순위에서 배제되고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사업임에도 예산 배정에서 뒤로 밀리는 안타까운 일들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글= 차성란 대전대학교 교수
/ 정리= 경규민 한경닷컴 기자 gyu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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