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전국]“쾌적, 효용, 저렴, 도서관만한 곳 없더라”…도서관으로 몰리는 노인들
매체명 : 세계일보
보도일 : 2018.12.08
“쾌적, 효용, 저렴, 도서관만한 곳 없더라”…도서관으로 몰리는 노인들
도서관이 과거 책 읽는 공간에서 최근에는 영화상영이나 문화강좌를 진행하며 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에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한편 그중 고령자 이용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도서관은 돈 걱정 없이 신문이나 책, PC 등을 이용할 수 있고 휴관을 제외하면 이용 시간도 구속받지 않아 일정 소득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그 어떤 장소보다 편하고 고마운 곳이 됐다. 그러나 일부에서 이용 매너를 지키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에 치이고 대인관계 피곤할 때”
“은퇴 후 소일거리를 찾아 일하고, 없으면 쉬기를 반복한다”는 A씨(61)는 “딱히 갈 곳 없을 땐 도서관에 온다”고 말한다.
연금 생활을 앞둔 A씨는 생계를 위해 일을 찾아 나서지만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또 “나이가 나이인 만큼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엔 도서관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인천 주안에서 사는 그는 차로 약 20분간 이동한 뒤 10여 분간 걷고, 최종 난관인 가파른 경사를 넘어서야 도서관에 도착한다. 그는 “나처럼 운동 삼아 걸어오는 노인들이 많다”며 “주변에 공원도 있어서 시간 많은 노인들은 바람 셸 겸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가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시간을 보내기 위함도 있지만 복잡한 인간관계가 싫은 이유가 더 크다. 그는 “도서관에 오는 노인은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며 “노인들이 모인 곳에서는 연금액에 따라 파가 갈리고, 거기서 다양한 말이 오가며 복잡한 일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금액에 따라 앉는 자리도 달라지고 거기서 빈부격차가 드러나는 모습이 아쉽다”며 “이런 거 저런 거 보기 싫을 땐 떠들 수 없는 도서관만큼 좋은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노인정된 도서관”
서울의 대형도서관은 어르신들로 북적인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B씨(75세)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도서관만 한 곳이 없다”며 “아침밥 먹고 남은 음식을 도시락에 챙겨 집을 나선다”고 말했다.
B씨의 일과는 출퇴근 시간을 피해 ‘전철 타고 서울의 대형 도서관을 찾아 다른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것’이다. B씨는 “처음에는 소문만 듣고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와서 보니 볼 것도 많고 노인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노인정이 따로 없다. 차비도 안 들고 집에서 싸 온 음식을 먹으며 담소 나누고, 오늘처럼 추우면 안에서 수업(문화강좌) 듣는다. 노인에게 이보다 더 좋은 복지는 없다"고 했다.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은 이용자의 약 30%가 60대 이상 고령자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B씨의 ‘노인정이 따로 없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된다.
중앙도서관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사용, PC문서 편집 등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특화된 도서관이 돼가고 있다.
◆“대형도서관 아니면 부족한 시설·프로그램”
어르신 맞춤형 서비스는 안타깝게도 대형도서관에 한정돼 중소도서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도서관 이용자 중 60대 이상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주 몇몇 도서관을 돌며 시설 및 운영프로그램 등을 살펴본 결과 한 도서관은 기자가 걸어 올라가기도 힘들 정도의 가파른 경사위에 위치하면서도 계단이나 잡고 걸을 난간이 없었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쌓인 눈으로 낙상사고가 우려됐다.
또 소규모 도서관에서도 어린이나 학생들을 위한 열람실과 프로그램은 부족함 없이 운영됐으나 어르신을 위한 시설은 서울의 대형 도서관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양, 문화 등 프로그램은 운영도 앞서 중앙도서관과 비교해 부실했다.
특히 팟케스트(인터넷 라디오)나 PC 사용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한 도움이나 안내가 부족했다. 어르신들은 “이용하고 싶지만 몰라서 이용할 수 없다”며 “관리직원 그것(도움)도 한두 번”이라고 말했다. 이어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데 매번 도와달라고 할 수 없고, 그러면(도움을 자주 청하면 관리직원이) 힘들 것”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해당 도서관 사서는 “인력 부족을 실감한다”며 “다 도와드릴 수 없어서 죄송스런 마음”이라고 말했다. 예산 등의 문제로 전담할 직원이나 많은 인력을 둘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어르신들이 도서관 이용에 편의를 더하는 완만한 경사로나 난간 등의 시설 확충과 도서관 내 식당, 복사기 등 편의시설 이용과 관련한 혜택도 없었다.
이와 관련 어르신들은 “있으면 고맙고 좋겠다”면서도 애써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르신들은 “저 멀리 경기도에서 전철 타고 서울로 온다”며 “복도 손잡이 잡고 걸을 정도면 도서관에 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당은 밖에 사 먹는 거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여유 있는 노인은 다 사용한다. 없으면 도시락 싸 와서 먹으면 된다. (사회에)부담주기 싫다”고 덧붙였다.
◆“있는 것만으로 고마운 도서관”
어르신들은 “도서관은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애들보다 노인이 많은 세상에 노인들 위한다고 이거저거 하면 국회의원들 힘들 거다”라며 “그저 조용히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 좋다. 그거면 된 거다. 노인들도 더 바라지 않는다. 무료급식소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지만 여유 있다면 다들 사양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지금보다 좋으면 좋겠지만 지금도 충분하다”며 “갈 곳 없는 노인에게 도서관만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 어르신은 “도서관 다닐 정도면 건강하고 그나마 여유 있는 것”이라며 “없는 노인들은 박스 줍기 바쁘다. 박스 주워서 고물상에 내다 팔면 한 20만원 받는다고 한다. 그 돈으로 먹고살기 힘든데 놀러 다닐 수 있겠나?”라고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은퇴 노인에게 도서관 존재는 ‘큰 의미’
도서관은 우리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고 말벗도 만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이다.
도서관에서는 머리 희끗한 어르신들이 독서나 신문을 읽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서관을 찾는 60세 이상 이용자는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중앙도서관의 경우 무료 강좌의 수강생 1/3 이상이 6,70대 어르신들이다.
이에 맞춰 도서관 서비스도 변화를 거듭하며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서울의 대형도서관에 한정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식정보 취약계층인 노인의 특성과 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도서관 노인 이용자 증가 추세를 고려해 볼 때 일시적인 사업성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도서관 서비스 운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의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선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노인 대상 도서관 서비스 가이드라인 수립과 정보 서비스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도서관이 과거 책 읽는 공간에서 최근에는 영화상영이나 문화강좌를 진행하며 시민들의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에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한편 그중 고령자 이용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도서관은 돈 걱정 없이 신문이나 책, PC 등을 이용할 수 있고 휴관을 제외하면 이용 시간도 구속받지 않아 일정 소득 없는 어르신들에게는 그 어떤 장소보다 편하고 고마운 곳이 됐다. 그러나 일부에서 이용 매너를 지키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일에 치이고 대인관계 피곤할 때”
“은퇴 후 소일거리를 찾아 일하고, 없으면 쉬기를 반복한다”는 A씨(61)는 “딱히 갈 곳 없을 땐 도서관에 온다”고 말한다.
연금 생활을 앞둔 A씨는 생계를 위해 일을 찾아 나서지만 “요즘은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또 “나이가 나이인 만큼 체력에 한계를 느낀다”며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은 날엔 도서관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인천 주안에서 사는 그는 차로 약 20분간 이동한 뒤 10여 분간 걷고, 최종 난관인 가파른 경사를 넘어서야 도서관에 도착한다. 그는 “나처럼 운동 삼아 걸어오는 노인들이 많다”며 “주변에 공원도 있어서 시간 많은 노인들은 바람 셸 겸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가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시간을 보내기 위함도 있지만 복잡한 인간관계가 싫은 이유가 더 크다. 그는 “도서관에 오는 노인은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다”며 “노인들이 모인 곳에서는 연금액에 따라 파가 갈리고, 거기서 다양한 말이 오가며 복잡한 일들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금액에 따라 앉는 자리도 달라지고 거기서 빈부격차가 드러나는 모습이 아쉽다”며 “이런 거 저런 거 보기 싫을 땐 떠들 수 없는 도서관만큼 좋은 곳도 없다”고 덧붙였다.
◆“노인정된 도서관”
서울의 대형도서관은 어르신들로 북적인다. 경기도 수원에서 온 B씨(75세)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도서관만 한 곳이 없다”며 “아침밥 먹고 남은 음식을 도시락에 챙겨 집을 나선다”고 말했다.
B씨의 일과는 출퇴근 시간을 피해 ‘전철 타고 서울의 대형 도서관을 찾아 다른 어르신들과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는 것’이다. B씨는 “처음에는 소문만 듣고 한번 가보자는 생각이었지만 와서 보니 볼 것도 많고 노인들이 이렇게 많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노인정이 따로 없다. 차비도 안 들고 집에서 싸 온 음식을 먹으며 담소 나누고, 오늘처럼 추우면 안에서 수업(문화강좌) 듣는다. 노인에게 이보다 더 좋은 복지는 없다"고 했다.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은 이용자의 약 30%가 60대 이상 고령자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B씨의 ‘노인정이 따로 없다’는 말이 여기서 비롯된다.
중앙도서관은 이러한 추세에 맞춰 소셜 미디어, 스마트폰 사용, PC문서 편집 등 어르신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며 특화된 도서관이 돼가고 있다.
◆“대형도서관 아니면 부족한 시설·프로그램”
어르신 맞춤형 서비스는 안타깝게도 대형도서관에 한정돼 중소도서관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중앙도서관 이용자 중 60대 이상 고령자 비율이 가장 높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지난주 몇몇 도서관을 돌며 시설 및 운영프로그램 등을 살펴본 결과 한 도서관은 기자가 걸어 올라가기도 힘들 정도의 가파른 경사위에 위치하면서도 계단이나 잡고 걸을 난간이 없었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이면 쌓인 눈으로 낙상사고가 우려됐다.
또 소규모 도서관에서도 어린이나 학생들을 위한 열람실과 프로그램은 부족함 없이 운영됐으나 어르신을 위한 시설은 서울의 대형 도서관이 아니면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양, 문화 등 프로그램은 운영도 앞서 중앙도서관과 비교해 부실했다.
특히 팟케스트(인터넷 라디오)나 PC 사용이 익숙지 않은 어르신들을 위한 도움이나 안내가 부족했다. 어르신들은 “이용하고 싶지만 몰라서 이용할 수 없다”며 “관리직원 그것(도움)도 한두 번”이라고 말했다. 이어 “뒤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데 매번 도와달라고 할 수 없고, 그러면(도움을 자주 청하면 관리직원이) 힘들 것”이라는 말이 돌아왔다.
해당 도서관 사서는 “인력 부족을 실감한다”며 “다 도와드릴 수 없어서 죄송스런 마음”이라고 말했다. 예산 등의 문제로 전담할 직원이나 많은 인력을 둘 수 없는 현실적 문제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어르신들이 도서관 이용에 편의를 더하는 완만한 경사로나 난간 등의 시설 확충과 도서관 내 식당, 복사기 등 편의시설 이용과 관련한 혜택도 없었다.
이와 관련 어르신들은 “있으면 고맙고 좋겠다”면서도 애써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르신들은 “저 멀리 경기도에서 전철 타고 서울로 온다”며 “복도 손잡이 잡고 걸을 정도면 도서관에 오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식당은 밖에 사 먹는 거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여유 있는 노인은 다 사용한다. 없으면 도시락 싸 와서 먹으면 된다. (사회에)부담주기 싫다”고 덧붙였다.
◆“있는 것만으로 고마운 도서관”
어르신들은 “도서관은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것”이라고 했다. A씨는 “애들보다 노인이 많은 세상에 노인들 위한다고 이거저거 하면 국회의원들 힘들 거다”라며 “그저 조용히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이용할 수 있어 좋다. 그거면 된 거다. 노인들도 더 바라지 않는다. 무료급식소 찾아다니는 이들도 있지만 여유 있다면 다들 사양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어르신은 “지금보다 좋으면 좋겠지만 지금도 충분하다”며 “갈 곳 없는 노인에게 도서관만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한 어르신은 “도서관 다닐 정도면 건강하고 그나마 여유 있는 것”이라며 “없는 노인들은 박스 줍기 바쁘다. 박스 주워서 고물상에 내다 팔면 한 20만원 받는다고 한다. 그 돈으로 먹고살기 힘든데 놀러 다닐 수 있겠나?”라고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했다.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은퇴 노인에게 도서관 존재는 ‘큰 의미’
도서관은 우리 어르신들에게 책을 읽고 말벗도 만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공간이다.
도서관에서는 머리 희끗한 어르신들이 독서나 신문을 읽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도서관을 찾는 60세 이상 이용자는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늘고 있다. 중앙도서관의 경우 무료 강좌의 수강생 1/3 이상이 6,70대 어르신들이다.
이에 맞춰 도서관 서비스도 변화를 거듭하며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서울의 대형도서관에 한정하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지식정보 취약계층인 노인의 특성과 사회의 고령화에 따른 도서관 노인 이용자 증가 추세를 고려해 볼 때 일시적인 사업성 프로그램을 지양하고 장기적인 도서관 서비스 운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사회의 고령화 추세에 대비해 선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노인 대상 도서관 서비스 가이드라인 수립과 정보 서비스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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