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양평 작은 학교의 사서 선생님

매체명 : 경향신문 보도일 : 2018.12.04
링크주소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12042052005&code=990100
[그곳에서 사람을 만나다]양평 작은 학교의 사서 선생님

옛날 한강의 강줄기는 모두 뱃길이었다. 1960년대 말까지 강원도에서 벤 나무들은 남한강과 북한강의 물길을 따라 한강에 모여 서울까지 내려왔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베어낸 단단한 나무는 강 얼음이 풀린 봄에 뗏목에 실려 옮겨졌다. 이 뗏목을 타는 이를 뗏사공이라고 했다. 아마도 뗏사공들은 목숨을 걸고 아우라지의 험한 물길을 헤쳐나와 충주의 여울을 지나 양평에 이르러서야 한숨 돌렸을 것이다.

양평의 강물은 짙은 초록빛이었다. 그 강가 언저리에 초등학교가 있다. 전교생이 90여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의 도서관은 꽤 컸다. 깔끔하게 정리된 도서관 한쪽 바닥에는 두툼한 놀이방 매트가 깔려 있었다. 한 아이가 그 매트에 배를 깔고 누워 있었다. 아이는 그림책을 여러 권 쌓아놓고 발장난을 치면서 책을 보다가 수업이 시작되었다는 사서 선생님 말씀에 느릿느릿 일어났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와서 잘 놀아요. 우리 학교는 쉬는 시간이 40분이거든요. 쉬는 시간이 길어서 뛰어놀다가도 여기 와서 책을 보곤 해요.”

사서 선생님은 책을 펼쳐놓고 가는 아이한테 책을 꽂아라 마라 하지 않았다. 아마도 아이가 쉬는 시간에 또 와서 책을 볼 수 있도록 놓아두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의 얼굴을 닮는다. 선생님들의 표정이 환하면 아이들도 밝다. 강가에 있는 학교 아이들은 연신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하는 이와 눈을 맞춰줬다. 그들 뒤에는 그런 아이들을 뿌듯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선생님들이 계셨다.

강가 작은 학교에서 책 이야기를 마치고 오는 길에 북한강과 남한강이 합쳐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뗏사공이 있던 시절을 생각했다. 그 시절 높은 산에서 벤 나무를 옮길 때 나무에 군두쇠라는 고리를 박아 줄을 매어서 옮기기도 했는데, 그러면 나무가 깨지기 쉬웠다고 한다. 그러니 나무를 옮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골짜기에 고랑을 파서 나무가 떠내려가도록 하는 것이었다고.

아이를 교육하는 것도 나무를 옮기는 것과 같은 게 아닐까. 어른들이 할 일은 군두쇠를 박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헤쳐나갈 길을 내어주는 것이리라.

/ 김해원 동화작가
댓글 0건
작은도서관 회원 및 SNS계정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0자 / 140자
    작은도서관 뉴스 목록
    번호 제목 매체 보도일
    906 [충북]충주시립도서관, 2015 문화학교 열기 '후끈' 매체 :뉴시스 보도일 :2015.04.04
    905 [서울]'호객행위'조차 아름다워 보이는 곳, 여깁니다-강동 암사종합시장 작은도서관 '마실' 매체 :오마이뉴스 보도일 :2015.04.04
    904 [경기]동두천시립도서관 ‘노년에 찾은 작은 행복’ 운영 매체 :경기일보 보도일 :2015.04.03
    903 [전남]작은도서관 가자 콘텐츠 기증하러 -광주문화재단 매체 :광주일보 보도일 :2015.04.03
    902 [서울]송파어린이도서관 ‘천마리 돌고래展-자유’ 개최 매체 :에너지경제 보도일 :2015.04.03
    901 [서울]은평구 책단비서비스 구파발역 확대 운영 매체 :아시아경제 보도일 :2015.04.03
    900 [제주]연극놀이터 '와랑와랑'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진행 매체 :헤드라인제주 보도일 :2015.04.02
    899 [광주문화예술작은도서관, 도서·음반 기증 받는다 매체 :국제뉴스 보도일 :2015.04.02
    898 [서울]서대문구, 우리 동네 도서관 가는 날 운영 매체 :시민일보 보도일 :2015.04.02
    897 [인천]오는 9일 ‘책 읽는 부평 대표도서 선포’ 매체 :경기신문 보도일 :201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