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일본]노인정 된 도서관, 발길 돌리는 시민들
매체명 : 세계일보
보도일 : 2018.12.02
노인정 된 도서관, 발길 돌리는 시민들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에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커피 등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을 마련해 휴식 기능을 더하는 추세다.
이러한 편의성에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그 중 고령자 발길이 크게 증가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일본 사회는 오는 2060년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이 되는 후기 초고령사회가 된다.
고령화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더 커질 조임을 보인다”며 “다가올 후기 고령사회을 위해 노인 전용 도서관 설립 등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초고령사회 일본은 지금
일본 내각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8 고령사회 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고령화율은 27.7%로 세계에서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수명은 남성 80.8년, 여성 84.1년으로 각각 늘면서 세계적인 장수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상황은 몇 해 전부터 고령자 이용이 크게 증가한 도서관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도서관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 돈 걱정 없이 신문, 잡지, 책, PC, 시청각 자료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휴관을 제외하면 이용시간도 구속받지 않는다. 이에 일정소득 없이 연금 생활하는 고령자에게는 그 어떤 장소보다 편하고 고마운 곳이 됐다.
최근 인터넷 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과 인터뷰한 가나가와현 거주 70세 A씨는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늘 도서관에 간다”며 도서관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고 때론 문화체험 이벤트 등에 참가한다”고 하루 일과를 설명했다.
이어 “전에는 ‘파친코(슬롯머신)’로 놀러 다녔지만, 돈 문제로 가족과 불화를 겪은 후 지금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가족들이 도서관에 안가면 이유를 물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선 파친코가 대중화 돼 레저로 자리 잡고 있다)
◆ 도서관 찾는 고령자 증가後…“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문제, 신문 놓고 고성·다툼도..”
도서관이 A씨와 같은 은퇴 노인이 즐겨찾는 ‘고령자 시설’이 되는 가운데 크고 작은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나가와현 공공 도서관 관리자는 “언젠가부터 노인들 발길이 증가하면서 지금껏 없었던 문제가 발생해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며 “도서관 안에서 길을 잃는 것으로 시작으로 대량의 책을 대여 하려하거나 코 골며 낮잠 자고, 요실금으로 난처한 상황을 빚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오전에는 아침 신문을 읽기위한 쟁탈전이 벌어진다”며 “그 과정에서 고성으로 다투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주변에 피해주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이들을 전담 할 인력이 필요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요미우리신문이 운영하는 생활발언대에는 자리 양보를 강요 하거나 다른 사람의 행동에 필요이상의 관심을 두고 훈계 또는 지적하려는 등 다양한 사례와 불편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한 공립 도서관 사서는 고령자가 도서관 내에서 “분노를 드러내거나 눈물 흘리며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정년퇴임 후 정체성을 잃어가는 이들 노인들 모습에서 도서관은 책을 보러 오는 장소가 아닌 현실도피 장소 같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즉 도서관을 찾는 목적이 독서 등 문화생활이 아닌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무료하고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젊은 층은 노인들을 피해 카페나 커피숍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가정에서는 책을 빌린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등 노인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고령자 앞으로 더 늘어”…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일본사회
도서관 이용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기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연구조사를 진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 국립 국회 도서관은 지난해 ‘초고령사회와 도서관~사는 보람 만들기에서 치매 지원까지’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을 돕고 앞선 마찰, 문제 등을 다뤘다.
연구 결과 고령자가 도서관 이용에 따른 안전·편의 시설 마련부터 치매상담 등 다양한 과제가 도출됐다.
과제에는 계단 대신 장애인통로와 같은 완만한 통로를 만들거나 통행로 손잡이 설치 등이 있다. 시각·청각이 불편한 고령자를 위한 시설 확충이나 전용관 신설 등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나왔다. 또 지금 운영 중인 도서관은 '고령자를 배려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뒤 따랐다.
연구를 주관한 쓰쿠바대 도우카이 사오리 교수는 “대면 인터뷰에서 그들은 지금껏 쌓아온 지식을 표출하고 주체적인 사회 참여에 관심 갖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들의 사회 참여는 보람으로 이어진다. 젊은 층보다 노인이 많은 초고령사회에서 이들이 가진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도서관 서비스를 개선하고, 나아가 관리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도서관의 진화(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금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노인의 도서관 이용을 막아서려는 것이 아닌, 사회에 주는 이점을 먼저 생각하고 다가올 후기 고령사회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1%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라고 부른다.
통계청은 한국도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사회의 문제가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도서관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최근에는 세련된 인테리어와 커피 등의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카페 공간을 마련해 휴식 기능을 더하는 추세다.
이러한 편의성에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지만, 그 중 고령자 발길이 크게 증가하면서 다양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30%에 육박하는 일본 사회는 오는 2060년에는 국민 4명 중 1명이 75세 이상이 되는 후기 초고령사회가 된다.
고령화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더 커질 조임을 보인다”며 “다가올 후기 고령사회을 위해 노인 전용 도서관 설립 등 지금부터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초고령사회 일본은 지금
일본 내각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18 고령사회 백서’에 따르면 일본의 고령화율은 27.7%로 세계에서 고령화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평균수명은 남성 80.8년, 여성 84.1년으로 각각 늘면서 세계적인 장수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러한 상황은 몇 해 전부터 고령자 이용이 크게 증가한 도서관에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도서관은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또 돈 걱정 없이 신문, 잡지, 책, PC, 시청각 자료 등을 이용할 수 있으며 휴관을 제외하면 이용시간도 구속받지 않는다. 이에 일정소득 없이 연금 생활하는 고령자에게는 그 어떤 장소보다 편하고 고마운 곳이 됐다.
최근 인터넷 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과 인터뷰한 가나가와현 거주 70세 A씨는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늘 도서관에 간다”며 도서관에서 “신문이나 책을 읽고 때론 문화체험 이벤트 등에 참가한다”고 하루 일과를 설명했다.
이어 “전에는 ‘파친코(슬롯머신)’로 놀러 다녔지만, 돈 문제로 가족과 불화를 겪은 후 지금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낸다”며 “가족들이 도서관에 안가면 이유를 물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선 파친코가 대중화 돼 레저로 자리 잡고 있다)
◆ 도서관 찾는 고령자 증가後…“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문제, 신문 놓고 고성·다툼도..”
도서관이 A씨와 같은 은퇴 노인이 즐겨찾는 ‘고령자 시설’이 되는 가운데 크고 작은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나가와현 공공 도서관 관리자는 “언젠가부터 노인들 발길이 증가하면서 지금껏 없었던 문제가 발생해 대응에 고심하고 있다”며 “도서관 안에서 길을 잃는 것으로 시작으로 대량의 책을 대여 하려하거나 코 골며 낮잠 자고, 요실금으로 난처한 상황을 빚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오전에는 아침 신문을 읽기위한 쟁탈전이 벌어진다”며 “그 과정에서 고성으로 다투고 주먹을 휘두르는 등 주변에 피해주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라며 “이들을 전담 할 인력이 필요할 정도”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요미우리신문이 운영하는 생활발언대에는 자리 양보를 강요 하거나 다른 사람의 행동에 필요이상의 관심을 두고 훈계 또는 지적하려는 등 다양한 사례와 불편한 목소리가 전해졌다.
한 공립 도서관 사서는 고령자가 도서관 내에서 “분노를 드러내거나 눈물 흘리며 스트레스를 발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며 “정년퇴임 후 정체성을 잃어가는 이들 노인들 모습에서 도서관은 책을 보러 오는 장소가 아닌 현실도피 장소 같다”고 속상한 마음을 드러냈다.
즉 도서관을 찾는 목적이 독서 등 문화생활이 아닌 갈 곳이 마땅치 않아 무료하고 긴 시간을 보내기 위한 것처럼 보인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젊은 층은 노인들을 피해 카페나 커피숍 등으로 자리를 옮기고 가정에서는 책을 빌린 후 서둘러 자리를 떠나는 등 노인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고령자 앞으로 더 늘어”…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일본사회
도서관 이용을 둘러싼 문제가 불거지자 관련 기관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고 연구조사를 진행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 국립 국회 도서관은 지난해 ‘초고령사회와 도서관~사는 보람 만들기에서 치매 지원까지’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고령자의 도서관 이용을 돕고 앞선 마찰, 문제 등을 다뤘다.
연구 결과 고령자가 도서관 이용에 따른 안전·편의 시설 마련부터 치매상담 등 다양한 과제가 도출됐다.
과제에는 계단 대신 장애인통로와 같은 완만한 통로를 만들거나 통행로 손잡이 설치 등이 있다. 시각·청각이 불편한 고령자를 위한 시설 확충이나 전용관 신설 등이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나왔다. 또 지금 운영 중인 도서관은 '고령자를 배려한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뒤 따랐다.
연구를 주관한 쓰쿠바대 도우카이 사오리 교수는 “대면 인터뷰에서 그들은 지금껏 쌓아온 지식을 표출하고 주체적인 사회 참여에 관심 갖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들의 사회 참여는 보람으로 이어진다. 젊은 층보다 노인이 많은 초고령사회에서 이들이 가진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도서관 서비스를 개선하고, 나아가 관리를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롭게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도서관의 진화(변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금 부정적인 인식을 주는 노인의 도서관 이용을 막아서려는 것이 아닌, 사회에 주는 이점을 먼저 생각하고 다가올 후기 고령사회를 준비하는 모습이다.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 비율이 21%를 넘어서면 초고령사회라고 부른다.
통계청은 한국도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사회의 문제가 초고령사회를 앞둔 우리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젊은 세대도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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