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칼럼]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장- 아이들에게 마음을 기울이다
매체명 : 광주일보
보도일 : 2018.12.03
[월요광장]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장- 아이들에게 마음을 기울이다
어느새 계절이 지나가고 한 해의 활동을 갈무리하는 시간 앞에 섰다. 12월의 첫날, 도서관에서는 영화도 찍고 사진책도 만들었던 ‘어린이 문화 예술 워크숍’ 발표회가 열렸다.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가는 사이 ‘그림책, 영화가 되다’에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 시사회를 열었고, 가을에서 겨울로 건너오는 길목에서 ‘사진 놀이터’를 진행했던 아이들은 독립 출판물로 사진 에세이집을 제작했다.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고 촬영한 것들을 편집하는 아이들은 나름대로 모두가 예술가였다.
어린이 예술가들의 협업과 창작의 경험이 더 깊고 풍성해지도록 도서관은 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예술가를 연결하고 응원을 보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선생님들은 박수로 격려를 보냈고, 아이들은 재미있었다며 뿌듯해했다. ‘생각보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 주었다’는 촬영 감독, ‘역시 영화는 편집의 힘’이라는 조연출, 숨은 땀방울이 보이는 ‘메이킹 필름’ 스크립터들, ‘다른 작품에도 캐스팅해 달라’고 홍보하는 배우들의 눈빛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뒤 ‘우리’가 해낸 것들을 마주할 때의 기쁨으로 반짝였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모이는 일이 쉽지 않았고, 언니들의 고집과 동생들의 서툰 감정 표현에 투덜거린 날이 왜 없었을까. 날은 더웠고 엔지(NG)가 날 때마다 반복되는 촬영의 지루함에, 아이들은 서로가 지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서 안다. 과정이 끝나고 나서 “언니들이 잘해 줬어. 동생들이 잘 따라 준 거지”라며 서로를 끌어안는 다정함. 이거야말로 훌륭한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경쟁 대신 협업을 배운 아이들은 어떤 경험이 남겨 주는 뭉클함 속에서 또 한 뼘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한편, 사진 놀이터 아이들은 조용조용 움직였다. “매일 아침, 나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다른 하루가 모여 우리의 이야기가 됩니다. 어린이 사진 놀이터 ‘나의 하루’ 2018년 가을날 기적의도서관에서 시작된 사진 이야기, 작은 카메라와 함께한 하루가 여기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사진 에세이집을 펼치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도서관의 어느 자리, 햇살이 만들어 낸 무늬들, 아이들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찍은 사진은 하늘이었다. “노을이 지기 전 하늘은 너무 환하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아 좋다.” “이렇고 저런 하늘, 가을 하늘이 멋지다.” “오늘도 볼 것들이 많은 나의 하루”라고 했다. 때론 쪼그려 앉았을 눈높이에서 ‘강아지 기우뚱’하고, 햇살이 빛나는 나무를 ‘빗나무’라고 썼다. 작은 렌즈로 들여다본 세상을 밀도 있게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기술적 접근이 아닌 사진을 활용한 예술 활동의 경험, 그것은 오롯이 자신의 시선과 감각과 느낌으로 세상을 읽어 내는 일이다. 지금의 이 경험이 앞으로 아이들에게 무엇일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일에 조금 더 익숙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온 가족이 와서 함께 축하하는 이런 술렁임과 고양된 시간의 어딘가에는 예민하게 감지되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가 일하러 가셔서 혼자 왔어요”라고 말하는 아이. 조용히 발만 까딱이고 있더니 잔치가 무르익어 갈 때쯤 다가와 할머니가 용돈 주고 가셨다고 알려 준다. 그때서야 슬며시 웃는다. 표정이 밝아진 아이의 손을 잡고 ‘애썼다, 축하해’라고 말해 주는 일이 좋다. “끝나는 거 싫어요. 그럼 헤어지는 거잖아요.” 간식도 안 먹고 밖으로 나가 버리는 아이의 울적함도 이해한다. 자꾸만 문밖으로 고개가 기운다. 울먹이며 돌아온 그 아이가 ‘다음 기수에 또 해도 되죠?’라고 물을 때 ‘그럼’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좋다. 따라온 동생들이 다음에 자기도 할 거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 그 활기와 소란스러움마저 기분을 좋게 한다. 이 모든 몸짓이 다 어여쁘다.
아이들에게는 거친 세상과 사람들 때문에 놀랐을 때 지그시 가슴을 눌러 줄 다른 존재의 무게가 필요하다. 떨고 있는 아이를 안아 주는 일, 머리를 쓸어 주고 눈물을 닦아 주고 박수를 쳐 주는 일이야말로 마음을 기울이는 것이다. 어린이의 함박웃음, 우리의 꿈은 바로 거기에 있을 테니까. 진정 소중한 것들은 그렇게라야 곁을 내주지 않던가. 귀를 기울이고 주의를 기울이고 정성을 기울여 한 해를 잘 매듭지었으면 좋겠다.
/ 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장
어느새 계절이 지나가고 한 해의 활동을 갈무리하는 시간 앞에 섰다. 12월의 첫날, 도서관에서는 영화도 찍고 사진책도 만들었던 ‘어린이 문화 예술 워크숍’ 발표회가 열렸다.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가는 사이 ‘그림책, 영화가 되다’에 참여한 아이들은 자신들이 제작한 영화 시사회를 열었고, 가을에서 겨울로 건너오는 길목에서 ‘사진 놀이터’를 진행했던 아이들은 독립 출판물로 사진 에세이집을 제작했다.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고 촬영한 것들을 편집하는 아이들은 나름대로 모두가 예술가였다.
어린이 예술가들의 협업과 창작의 경험이 더 깊고 풍성해지도록 도서관은 자리를 만들고 지역의 예술가를 연결하고 응원을 보냈다.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선생님들은 박수로 격려를 보냈고, 아이들은 재미있었다며 뿌듯해했다. ‘생각보다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해 주었다’는 촬영 감독, ‘역시 영화는 편집의 힘’이라는 조연출, 숨은 땀방울이 보이는 ‘메이킹 필름’ 스크립터들, ‘다른 작품에도 캐스팅해 달라’고 홍보하는 배우들의 눈빛은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한 뒤 ‘우리’가 해낸 것들을 마주할 때의 기쁨으로 반짝였다.
주말마다 도서관에 모이는 일이 쉽지 않았고, 언니들의 고집과 동생들의 서툰 감정 표현에 투덜거린 날이 왜 없었을까. 날은 더웠고 엔지(NG)가 날 때마다 반복되는 촬영의 지루함에, 아이들은 서로가 지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서 안다. 과정이 끝나고 나서 “언니들이 잘해 줬어. 동생들이 잘 따라 준 거지”라며 서로를 끌어안는 다정함. 이거야말로 훌륭한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경쟁 대신 협업을 배운 아이들은 어떤 경험이 남겨 주는 뭉클함 속에서 또 한 뼘 성장하고 있다고 느낀다.
한편, 사진 놀이터 아이들은 조용조용 움직였다. “매일 아침, 나의 하루가 시작됩니다. 다른 하루가 모여 우리의 이야기가 됩니다. 어린이 사진 놀이터 ‘나의 하루’ 2018년 가을날 기적의도서관에서 시작된 사진 이야기, 작은 카메라와 함께한 하루가 여기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하는 사진 에세이집을 펼치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도서관의 어느 자리, 햇살이 만들어 낸 무늬들, 아이들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흘러나온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찍은 사진은 하늘이었다. “노을이 지기 전 하늘은 너무 환하지도 너무 어둡지도 않아 좋다.” “이렇고 저런 하늘, 가을 하늘이 멋지다.” “오늘도 볼 것들이 많은 나의 하루”라고 했다. 때론 쪼그려 앉았을 눈높이에서 ‘강아지 기우뚱’하고, 햇살이 빛나는 나무를 ‘빗나무’라고 썼다. 작은 렌즈로 들여다본 세상을 밀도 있게 자신만의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기술적 접근이 아닌 사진을 활용한 예술 활동의 경험, 그것은 오롯이 자신의 시선과 감각과 느낌으로 세상을 읽어 내는 일이다. 지금의 이 경험이 앞으로 아이들에게 무엇일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직접 체험하고 즐기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통해 나를 표현하는 일에 조금 더 익숙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온 가족이 와서 함께 축하하는 이런 술렁임과 고양된 시간의 어딘가에는 예민하게 감지되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가 일하러 가셔서 혼자 왔어요”라고 말하는 아이. 조용히 발만 까딱이고 있더니 잔치가 무르익어 갈 때쯤 다가와 할머니가 용돈 주고 가셨다고 알려 준다. 그때서야 슬며시 웃는다. 표정이 밝아진 아이의 손을 잡고 ‘애썼다, 축하해’라고 말해 주는 일이 좋다. “끝나는 거 싫어요. 그럼 헤어지는 거잖아요.” 간식도 안 먹고 밖으로 나가 버리는 아이의 울적함도 이해한다. 자꾸만 문밖으로 고개가 기운다. 울먹이며 돌아온 그 아이가 ‘다음 기수에 또 해도 되죠?’라고 물을 때 ‘그럼’하고 크게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이 좋다. 따라온 동생들이 다음에 자기도 할 거라고 목소리를 높일 때 그 활기와 소란스러움마저 기분을 좋게 한다. 이 모든 몸짓이 다 어여쁘다.
아이들에게는 거친 세상과 사람들 때문에 놀랐을 때 지그시 가슴을 눌러 줄 다른 존재의 무게가 필요하다. 떨고 있는 아이를 안아 주는 일, 머리를 쓸어 주고 눈물을 닦아 주고 박수를 쳐 주는 일이야말로 마음을 기울이는 것이다. 어린이의 함박웃음, 우리의 꿈은 바로 거기에 있을 테니까. 진정 소중한 것들은 그렇게라야 곁을 내주지 않던가. 귀를 기울이고 주의를 기울이고 정성을 기울여 한 해를 잘 매듭지었으면 좋겠다.
/ 정봉남 순천기적의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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