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전국]“책 안봐도 되니 놀러오세요… 동네책방이 지역문화 거점이 돼야죠”
매체명 : 한국일보
보도일 : 2018.11.27
“책 안봐도 되니 놀러오세요… 동네책방이 지역문화 거점이 돼야죠”
동네책방 열풍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마다 동네책방 인증 사진이 넘쳤고, 언론의 트렌드성 기사는 이를 부추겼다. 아무리 사람 많아도 책은 고작 2~3권 팔릴 뿐이란 푸념은 묻혀졌다. 북바이북, 북티크, 땡스북스 등 유명한 동네책방들이 문 닫거나, 점포를 줄이거나, 이사 가고 있다는 소식이 줄을 이었다. ‘착함’은 ‘화제성’에 비해 ‘지구력’이 늘 부족하다.
그래서 전국 동네책방들이 뭉쳐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책방넷)를 만들었다. 경남 통영에서 출판사 겸 서점 남해의봄날을 운영하는 정은영 대표는 “서울 책방만 이슈가 되다 보니 지역의 오랜 책방이 묻히는 경향이 있다”면서 “동네책방의 역할, 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행본 취급비율 50% 이상으로 독서 동아리 활동 등 지역 문화 거점 역할을 지향하는 서점이라면 가입할 수 있다. 전국 작은 서점 300곳 가운데 100여 곳 정도가 이런 조건에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가입의사를 밝힌 곳은 58곳, 가입원서를 쓰고 가입비까지 낸 곳은 50곳이다.
부산 거제동 동네책방 책과아이들에서 책방넷 김영수ㆍ강정아 초대 회장, 그리고 공식 출범 때까지 전국을 뛰었던 조진석 책방넷 출범 준비위원장을 만났다. 김영수ㆍ강정아 회장은 부부 사이로 책과아이들을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조진석 위원장은 책방 이음 대표로 시민단체 나와우리 활동가다. 서울 대학로 책방을 인수한 뒤 두 집 살림 유지할 형편이 안되니 아예 나와우리 사무실을 이음으로 옮겨 10여년을 버텨냈다.
-동네책방은 한계에 달했나.
조진석(조)= “책방은 3년째가 고비다. 동네책방 열풍 3년째니까 붐이 꺼질 때도 됐다. 붐이 이어지려면 지속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책과아이들만 해도 나도 여기 처음 와봤다. 이렇게 잘 운영하는 곳을 그 동안 몰랐던 거다. 동네책방들끼리 교류해야 할 이유다.”
강정아(강)= “동네책방이라는데 막상 와보니까 5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까지 있으니까 다들 놀라긴 한다. 하하.”
김영수(김)= “겉은 이래도 늘 어렵다. 인건비 줄여야 하니 부부가 새벽까지 일해야 한다.”
-어떻게 운영해왔나.
강= “책만으론 안되고 여러 유ㆍ무료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진주문고, 계룡문고 같은 지역 중형 서점도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갔다. 그들도 이제 변해야 한다 생각한 것이다.”
조= “낮은 가격에 책을 받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책방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음만 해도 한 달 행사만 20회다. ‘안평’(알마)을 낸 심경호 고려대 교수의 특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 “좋은 책, 좋은 작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동네책방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니, 추천도서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장기적이고 오래가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조= “이번에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학술 부문에 뽑힌 ‘학살, 그 이후의 삶과 정치’(산처럼) 같은 책은 출판사를 찾지 못해 헤맨 원고다. 동네책방과 연결만 된다면, 상업적으로 묻힐 위험이 있는 좋은 책의 출간이 한층 더 쉬워질 것이다.”
김= “좋은 책이나 작가, 프로그램이 있으면 서로 소개하고 굿즈도 함께 만들고 그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온라인 대형서점이 문제인 건가.
강= “알라딘 중고서점이 가장 큰 타격이긴 했다. 아찔하더라 정말.”
조= “책 모임에서도 책을 정하면 다들 알라딘 중고서점부터 뒤졌다. 요즘은 좀 덜해졌지만.”
강=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장점도 있다. 다만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온라인서점에 주문하면 동네책방으로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다. 온라인서점과 동네책방이 이익을 나누는, 그런 모델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김= “적이 아니다. 온라인 서점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졌다. 그러니 막상 책을 펼쳐 보여줄 곳이 없어졌다. 그러니 온라인 서점은 다시 오프라인 서점을 내려고 한다. 이런 악순환 대신 상생의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강= “네트워크 만들었다고 하니까 ‘이익단체’라고 하던데, 우리가 대형 온라인 서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나.”
조= “‘네트워크’란 이름도 그래서 썼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 목소리를 키우기보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느슨한 단체가 될 것이다.”
-당장 공급율(출판사가 책을 서점에 넘길 때 받는 정가 대비 가격) 문제가 있다.
조= “우대해달라는 게 아니다. 온라인서점은 보통 60% 수준인데, 동네책방은 70~80%는 기본이고 현금으로 준대도 80~90%까지 적용하는 곳이 있다. 동네책방이 살아남을 수 없다.”
강= “동네책방 100곳이 뭉치면 좀 낫긴 하겠지만, 특혜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조= “변화 조짐은 있다. 책방넷이 생겼다니까 어느 출판사에선 책을 보내주더라. 경영이 어려워지자 출판사들은 영업 파트를 줄였다. 출판사도 방법론에 목 마른 것이다. 공급율 어쩌고 해봐야 500원짜리 싸움이다. 같이 살 길을 찾고 싶다.”
-어렵고 힘든데도 동네책방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강= “공간이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그냥 들어오는 거다. 그러다 자연스레 책을 접하게 된다. 문화는 그렇게 번져가는 것이다.”
조= “땡땡이 친 학생들 우리 책방에 자주 온다. 책 안 봐도 되니 그냥 놀다 가라 그런다. 다른 데 안가고 책방 오는 것만 해도 성공이다.”
강= “하기야 우리 책방도 와이파이 잘 터진다고 좋아하더라.”
김= “어른도 함께 오시라. 아이와 함께 읽고 감동하는 분들 의외로 많다. 그런 경험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동네책방 열풍이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마다 동네책방 인증 사진이 넘쳤고, 언론의 트렌드성 기사는 이를 부추겼다. 아무리 사람 많아도 책은 고작 2~3권 팔릴 뿐이란 푸념은 묻혀졌다. 북바이북, 북티크, 땡스북스 등 유명한 동네책방들이 문 닫거나, 점포를 줄이거나, 이사 가고 있다는 소식이 줄을 이었다. ‘착함’은 ‘화제성’에 비해 ‘지구력’이 늘 부족하다.
그래서 전국 동네책방들이 뭉쳐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책방넷)를 만들었다. 경남 통영에서 출판사 겸 서점 남해의봄날을 운영하는 정은영 대표는 “서울 책방만 이슈가 되다 보니 지역의 오랜 책방이 묻히는 경향이 있다”면서 “동네책방의 역할, 가치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단행본 취급비율 50% 이상으로 독서 동아리 활동 등 지역 문화 거점 역할을 지향하는 서점이라면 가입할 수 있다. 전국 작은 서점 300곳 가운데 100여 곳 정도가 이런 조건에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까지 가입의사를 밝힌 곳은 58곳, 가입원서를 쓰고 가입비까지 낸 곳은 50곳이다.
부산 거제동 동네책방 책과아이들에서 책방넷 김영수ㆍ강정아 초대 회장, 그리고 공식 출범 때까지 전국을 뛰었던 조진석 책방넷 출범 준비위원장을 만났다. 김영수ㆍ강정아 회장은 부부 사이로 책과아이들을 20년째 운영하고 있다. 조진석 위원장은 책방 이음 대표로 시민단체 나와우리 활동가다. 서울 대학로 책방을 인수한 뒤 두 집 살림 유지할 형편이 안되니 아예 나와우리 사무실을 이음으로 옮겨 10여년을 버텨냈다.
-동네책방은 한계에 달했나.
조진석(조)= “책방은 3년째가 고비다. 동네책방 열풍 3년째니까 붐이 꺼질 때도 됐다. 붐이 이어지려면 지속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책과아이들만 해도 나도 여기 처음 와봤다. 이렇게 잘 운영하는 곳을 그 동안 몰랐던 거다. 동네책방들끼리 교류해야 할 이유다.”
강정아(강)= “동네책방이라는데 막상 와보니까 5층짜리 건물에 엘리베이터까지 있으니까 다들 놀라긴 한다. 하하.”
김영수(김)= “겉은 이래도 늘 어렵다. 인건비 줄여야 하니 부부가 새벽까지 일해야 한다.”
-어떻게 운영해왔나.
강= “책만으론 안되고 여러 유ㆍ무료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진주문고, 계룡문고 같은 지역 중형 서점도 벤치마킹을 위해 다녀갔다. 그들도 이제 변해야 한다 생각한 것이다.”
조= “낮은 가격에 책을 받아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대형서점과 달리 동네책방은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이음만 해도 한 달 행사만 20회다. ‘안평’(알마)을 낸 심경호 고려대 교수의 특강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김= “좋은 책, 좋은 작가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동네책방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베스트셀러니, 추천도서니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장기적이고 오래가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조= “이번에 한국출판문화상 예심 학술 부문에 뽑힌 ‘학살, 그 이후의 삶과 정치’(산처럼) 같은 책은 출판사를 찾지 못해 헤맨 원고다. 동네책방과 연결만 된다면, 상업적으로 묻힐 위험이 있는 좋은 책의 출간이 한층 더 쉬워질 것이다.”
김= “좋은 책이나 작가, 프로그램이 있으면 서로 소개하고 굿즈도 함께 만들고 그런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온라인 대형서점이 문제인 건가.
강= “알라딘 중고서점이 가장 큰 타격이긴 했다. 아찔하더라 정말.”
조= “책 모임에서도 책을 정하면 다들 알라딘 중고서점부터 뒤졌다. 요즘은 좀 덜해졌지만.”
강=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다. 장점도 있다. 다만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온라인서점에 주문하면 동네책방으로 연결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한다. 온라인서점과 동네책방이 이익을 나누는, 그런 모델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김= “적이 아니다. 온라인 서점 때문에 오프라인 서점이 사라졌다. 그러니 막상 책을 펼쳐 보여줄 곳이 없어졌다. 그러니 온라인 서점은 다시 오프라인 서점을 내려고 한다. 이런 악순환 대신 상생의 길을 찾아보자는 것이다.”
강= “네트워크 만들었다고 하니까 ‘이익단체’라고 하던데, 우리가 대형 온라인 서점의 적수가 될 수 있겠나.”
조= “‘네트워크’란 이름도 그래서 썼다. 우리끼리 똘똘 뭉쳐 목소리를 키우기보다, 뜻을 같이하는 이들이 ‘따로 또 같이’ 움직이는 느슨한 단체가 될 것이다.”
-당장 공급율(출판사가 책을 서점에 넘길 때 받는 정가 대비 가격) 문제가 있다.
조= “우대해달라는 게 아니다. 온라인서점은 보통 60% 수준인데, 동네책방은 70~80%는 기본이고 현금으로 준대도 80~90%까지 적용하는 곳이 있다. 동네책방이 살아남을 수 없다.”
강= “동네책방 100곳이 뭉치면 좀 낫긴 하겠지만, 특혜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
조= “변화 조짐은 있다. 책방넷이 생겼다니까 어느 출판사에선 책을 보내주더라. 경영이 어려워지자 출판사들은 영업 파트를 줄였다. 출판사도 방법론에 목 마른 것이다. 공급율 어쩌고 해봐야 500원짜리 싸움이다. 같이 살 길을 찾고 싶다.”
-어렵고 힘든데도 동네책방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강= “공간이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하다. 아이들이 그냥 들어오는 거다. 그러다 자연스레 책을 접하게 된다. 문화는 그렇게 번져가는 것이다.”
조= “땡땡이 친 학생들 우리 책방에 자주 온다. 책 안 봐도 되니 그냥 놀다 가라 그런다. 다른 데 안가고 책방 오는 것만 해도 성공이다.”
강= “하기야 우리 책방도 와이파이 잘 터진다고 좋아하더라.”
김= “어른도 함께 오시라. 아이와 함께 읽고 감동하는 분들 의외로 많다. 그런 경험이 결국 세상을 바꾼다.”
/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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