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인터뷰]“도서관·책방은 밤하늘 밝히는 불빛, 지방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매체명 : 경상일보
보도일 : 2018.11.19
[정명숙의 이슈 인터뷰]“도서관·책방은 밤하늘 밝히는 불빛, 지방정부가 적극 지원해야”_(16) 김언호 한길사 대표
책, 창의적 사고·민주주의의 시발점
지식 전파하는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책 읽지않는 공동체 결국 몰락하게 돼
정부, 책 읽을수 있는 조건 만들어야
세계적으로 이름난 서점들 찾아보니
베스트셀러만이 아닌 좋은책들 보유
최근 (사)숲속의 책읽는 마을 만들어
숲속 책 가득한 숙소 만들어 독서 권장
울산서 추진한다면 한길사 적극 지원
우리나라 대표적 출판사인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울산 나들이가 잦아졌다. 대규모 학술심포지엄이나 출판 관련 행사도 아닌, 작은 독서동아리의 초청 강연 때문이라니 의외다. 지난 10월18일 울산교육청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책 읽는 시민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어 이달 7일에는 울산 모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책 읽는 세상’을 위해 평생을 바친 그이기에, 파주 헤이리까지 찾아와 강의를 부탁하는 독서동아리 회원들의 열성에 기쁜 마음으로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울산에도 시립도서관이 생겼다. ‘책 읽는 도시’를 향한 기초자치단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작은도서관과 독서동아리의 활동도 예상 밖으로 활발하다. 독서와 도서관, 서점 등 책으로 바꾸는 세상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김언호 대표를 이슈인터뷰에 초청했다.
△한길사를 운영한지 40여년이다. 책에 대한 생각은.
“책은 지식, 지혜, 사상을 전파하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다. 특정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책은 인쇄술이 보편화되면서 절로 권위를 내려놓았고 효과적이고 능률적이면서도 흔한 존재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책에는 모든 길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사는 책을 통해 뻗어나가고 책으로 수렴된다. 책과 독서는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종이책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 아닌가.
“종이책에 대한 도전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종이책은 항상 승리했다. 전자책과는 달리 종이책은 생각의 힘을 길러준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사유의 수준을 구현해낸다. 책을 읽지 않는 공동체는 몰락하게 된다. 4차산업혁명이나 창의적 사고는 물론 민주주의도 독서에서 시작된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만 하게 된다. 상대방을 용인해주는 것이 민주주의다. 사회정의가 뭐냐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 도덕적이고 정의롭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책은 그런 미션을 요구하고 따르게 한다.”
△자치단체들이 책 관련 행사를 많이 하고 있으나 책 읽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회성이 아닌 전문화된 독서운동이 필요하다. 학예회 수준의 행사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도서관과 책방 등 구체적인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도서관은 민주주의 뿌리이자 골격이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아주 가끔 대출되는 학술·인문학 책들을 소장한 중대형 도서관이 많아져야 한다. 뉴욕도서관을 다룬 프레데릭 와이즈먼(Frederick Wiseman) 감독의 3시간30분짜리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보면서 미국의 힘이 도서관에서 나온다는 것을 실감했다. 공공도서관은 지혜의 상징이자 문화적 자존심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의 심장부에 아름다운 건축물로 존재해야 한다. 물론 주민들의 사랑방과 같은 작은 도서관과 책방도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작은 도서관과 책방은 캄캄한 밤하늘을 밝히는 불빛과 같다. 자치단체 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들을 스마트폰과 게임으로 끌어들여 돈을 번 기업들이 도서관 건립과 서점 지원 등으로 그 부작용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
△<세계서점기행>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서점의 사회적 의미는.
“서점은 퍼블릭스페이스(공공공간)이다. 책을 사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다. 출판인으로서 무너져 내리는 우리 서점문화의 현실을 그냥 보아넘길 수 없어서 세계의 서점을 찾아 나섰다. 지금은 ‘세계서점기행’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인디서점 ‘맥널리잭슨(Mcnally Jackson)’은 인간이야기가 춤추는 책의 집이다. 뉴욕 지식인들이 모이는 담론의 광장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영국 ‘돈트서점(Daunt Books)’은 장사꾼 냄새가 나지 않는 고품격 서점이다. 베이징 ‘싼롄타오펀서점(三聯韜奮書店)’은 24시간 문을 여는 서점이다. 국민들에게 책을 읽게 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서점을 지원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책방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조건을 국가가 만들어주어야 한다.”
△책방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하는가.
“세계적으로 이름난 서점들은 베스트셀러가 아닌 정말로 갖다 놓고 싶은 책만 갖다 놓는다. 서점의 전문화가 돼야 한다. 최근 독립서점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 순화동에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을 만든 것도 바로 책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길사에서 펴낸 책 3만5000권을 전시해놨다. 도서판매는 물론 그림전, 강연,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하고 있다. 작은 책방은 공동체를 회복하는 문화사랑방이다. 논어에도 ‘이문회우 이우보인(以文會友 以友輔仁 : 학문을 매개로 벗을 사귀고 벗을 통하여 인을 배운다)’이라 했다. 책방이 많으면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시가 된다.”
△출판사 도서관 서점 등 책문화도 지방과 서울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파주에서 책문화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나.
“헤이리에 서점을 연 것은 산골짜기에도 책방이 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책의 존엄과 가치를 말하고 싶었다. 80년대에는 ‘남부 한길사’를 생각했고 지금은 ‘평양 한길사’를 언제 만들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북소리축제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산도 적고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축제가 아니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와 음악회를 듣는 행사가 필요하다. 떠들고 노는 것만 축제는 아니다. 울산시가 산업도시에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려면 출판사와 책방을 지원하고 책과 관련된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얼마전 ‘(사)숲속의 책읽는 마을’을 만들었다. 책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것이 교육의 전부다. 숲속에 책이 가득 꽂혀 있는 숙소를 만들어 하루종일 뒹굴며 책을 읽도록 하는 마을이 있었으면 한다. 시작은 했으나 개인이 하기엔 벅차다. 울산시가 해보면 좋겠다. 한길사가 적극 지원하겠다. 숲속에 책 읽는 집이 10채만 만들어지면 전국적 명소가 되지 않겠나. 그것이 바로 문화복지다.”
△한길사는 지난 42년간 3000여권의 책을 펴냈다. 앞으로 어떤 책을 계획하고 있나.
“역사를 제대로 담아내고, 모국어를 제대로 가꾸어내는 두가지를 출판인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한길사 책은 학구적,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출판사가 나름의 특색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호텔 사일런스>와 같은 해외소설 등 문학책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자 한다. 한편으론 활자 미디어의 아름다움, 아날로그 책의 물성과 미학을 계속 구현할 것이다.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성서>(28.5×42.3㎝)와 1504쪽짜리 이탈리아 요리책 <실버스푼>처럼 ‘큰 책 시리즈’는 그 한 방법이다. 힘들여서 책을 만들면 독자들도 알아주리라 믿는다.”
/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김언호씨는
1968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가 ‘자유 언론 수호·실천 운동’을 이유로 1975년 해직됐다.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해 42년동안 3000여권의 책을 펴냈다.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제1,2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기 위원을 지냈다. 2005년부터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홍콩의 인문학 출판인들과 함께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조직했고 2011년 제2기 회장을 지냈다.
1980년 후반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참여했고 1990년대 중반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현재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파주북소리축제 조직위원장, 한길책박물관 관장, 인문학 예술공간 순화동천 대표이사, 출판사 한길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 <출판운동의 상황과 논리>(1987), <책의 탄생 Ⅰ·Ⅱ>(1997), <헤이리, 꿈꾸는 풍경>(2008), <책의 공화국에서>(2009), <한권의 책을 위하여>(2012),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2014), <세계 서점 기행>(2016) 등이 있다.
책, 창의적 사고·민주주의의 시발점
지식 전파하는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책 읽지않는 공동체 결국 몰락하게 돼
정부, 책 읽을수 있는 조건 만들어야
세계적으로 이름난 서점들 찾아보니
베스트셀러만이 아닌 좋은책들 보유
최근 (사)숲속의 책읽는 마을 만들어
숲속 책 가득한 숙소 만들어 독서 권장
울산서 추진한다면 한길사 적극 지원
우리나라 대표적 출판사인 한길사 김언호 대표의 울산 나들이가 잦아졌다. 대규모 학술심포지엄이나 출판 관련 행사도 아닌, 작은 독서동아리의 초청 강연 때문이라니 의외다. 지난 10월18일 울산교육청에서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책 읽는 시민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다’를 주제로 강의했다. 이어 이달 7일에는 울산 모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책 읽는 세상’을 위해 평생을 바친 그이기에, 파주 헤이리까지 찾아와 강의를 부탁하는 독서동아리 회원들의 열성에 기쁜 마음으로 먼길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울산에도 시립도서관이 생겼다. ‘책 읽는 도시’를 향한 기초자치단체들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작은도서관과 독서동아리의 활동도 예상 밖으로 활발하다. 독서와 도서관, 서점 등 책으로 바꾸는 세상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김언호 대표를 이슈인터뷰에 초청했다.
△한길사를 운영한지 40여년이다. 책에 대한 생각은.
“책은 지식, 지혜, 사상을 전파하는 가장 편리한 수단이다. 특정인들의 전유물이었던 책은 인쇄술이 보편화되면서 절로 권위를 내려놓았고 효과적이고 능률적이면서도 흔한 존재가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책에는 모든 길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사는 책을 통해 뻗어나가고 책으로 수렴된다. 책과 독서는 삶의 필요충분조건이다.”
△종이책의 필요성이 점점 줄어드는 것 아닌가.
“종이책에 대한 도전은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종이책은 항상 승리했다. 전자책과는 달리 종이책은 생각의 힘을 길러준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사유의 수준을 구현해낸다. 책을 읽지 않는 공동체는 몰락하게 된다. 4차산업혁명이나 창의적 사고는 물론 민주주의도 독서에서 시작된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정치인들이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을 읽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주장만 하게 된다. 상대방을 용인해주는 것이 민주주의다. 사회정의가 뭐냐를 따지기 전에 스스로 도덕적이고 정의롭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책은 그런 미션을 요구하고 따르게 한다.”
△자치단체들이 책 관련 행사를 많이 하고 있으나 책 읽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일회성이 아닌 전문화된 독서운동이 필요하다. 학예회 수준의 행사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도서관과 책방 등 구체적인 조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도서관은 민주주의 뿌리이자 골격이다. 베스트셀러가 아닌 아주 가끔 대출되는 학술·인문학 책들을 소장한 중대형 도서관이 많아져야 한다. 뉴욕도서관을 다룬 프레데릭 와이즈먼(Frederick Wiseman) 감독의 3시간30분짜리 다큐멘터리 <뉴욕 라이브러리에서>를 보면서 미국의 힘이 도서관에서 나온다는 것을 실감했다. 공공도서관은 지혜의 상징이자 문화적 자존심이다. 국립중앙도서관은 국가의 심장부에 아름다운 건축물로 존재해야 한다. 물론 주민들의 사랑방과 같은 작은 도서관과 책방도 필요하다. 일상적으로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 작은 도서관과 책방은 캄캄한 밤하늘을 밝히는 불빛과 같다. 자치단체 뿐 아니라 어린이·청소년들을 스마트폰과 게임으로 끌어들여 돈을 번 기업들이 도서관 건립과 서점 지원 등으로 그 부작용을 해소할 의무가 있다.”
△<세계서점기행>이라는 책을 펴냈는데, 서점의 사회적 의미는.
“서점은 퍼블릭스페이스(공공공간)이다. 책을 사는 행위는 정말 중요하다. 출판인으로서 무너져 내리는 우리 서점문화의 현실을 그냥 보아넘길 수 없어서 세계의 서점을 찾아 나섰다. 지금은 ‘세계서점기행’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인디서점 ‘맥널리잭슨(Mcnally Jackson)’은 인간이야기가 춤추는 책의 집이다. 뉴욕 지식인들이 모이는 담론의 광장이다. 세계 최대 규모인 영국 ‘돈트서점(Daunt Books)’은 장사꾼 냄새가 나지 않는 고품격 서점이다. 베이징 ‘싼롄타오펀서점(三聯韜奮書店)’은 24시간 문을 여는 서점이다. 국민들에게 책을 읽게 하기 위해 중국정부가 서점을 지원하기 때문에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다. 책방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조건을 국가가 만들어주어야 한다.”
△책방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야 하는가.
“세계적으로 이름난 서점들은 베스트셀러가 아닌 정말로 갖다 놓고 싶은 책만 갖다 놓는다. 서점의 전문화가 돼야 한다. 최근 독립서점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서울 순화동에 복합문화공간 ‘순화동천’을 만든 것도 바로 책방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한길사에서 펴낸 책 3만5000권을 전시해놨다. 도서판매는 물론 그림전, 강연, 음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하고 있다. 작은 책방은 공동체를 회복하는 문화사랑방이다. 논어에도 ‘이문회우 이우보인(以文會友 以友輔仁 : 학문을 매개로 벗을 사귀고 벗을 통하여 인을 배운다)’이라 했다. 책방이 많으면 아름답고 풍요로운 도시가 된다.”
△출판사 도서관 서점 등 책문화도 지방과 서울의 격차가 너무 심하다. 파주에서 책문화를 활성화한다는 것이 어렵지 않나.
“헤이리에 서점을 연 것은 산골짜기에도 책방이 된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책의 존엄과 가치를 말하고 싶었다. 80년대에는 ‘남부 한길사’를 생각했고 지금은 ‘평양 한길사’를 언제 만들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있다. 파주출판단지에서 북소리축제를 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예산도 적고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축제가 아니지만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고 강의와 음악회를 듣는 행사가 필요하다. 떠들고 노는 것만 축제는 아니다. 울산시가 산업도시에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려면 출판사와 책방을 지원하고 책과 관련된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얼마전 ‘(사)숲속의 책읽는 마을’을 만들었다. 책 읽고 토론하고 생각하는 것이 교육의 전부다. 숲속에 책이 가득 꽂혀 있는 숙소를 만들어 하루종일 뒹굴며 책을 읽도록 하는 마을이 있었으면 한다. 시작은 했으나 개인이 하기엔 벅차다. 울산시가 해보면 좋겠다. 한길사가 적극 지원하겠다. 숲속에 책 읽는 집이 10채만 만들어지면 전국적 명소가 되지 않겠나. 그것이 바로 문화복지다.”
△한길사는 지난 42년간 3000여권의 책을 펴냈다. 앞으로 어떤 책을 계획하고 있나.
“역사를 제대로 담아내고, 모국어를 제대로 가꾸어내는 두가지를 출판인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한길사 책은 학구적,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들어왔다. 출판사가 나름의 특색을 갖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호텔 사일런스>와 같은 해외소설 등 문학책을 통해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자 한다. 한편으론 활자 미디어의 아름다움, 아날로그 책의 물성과 미학을 계속 구현할 것이다.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성서>(28.5×42.3㎝)와 1504쪽짜리 이탈리아 요리책 <실버스푼>처럼 ‘큰 책 시리즈’는 그 한 방법이다. 힘들여서 책을 만들면 독자들도 알아주리라 믿는다.”
/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김언호씨는
1968년부터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가 ‘자유 언론 수호·실천 운동’을 이유로 1975년 해직됐다. 1976년 한길사를 창립해 42년동안 3000여권의 책을 펴냈다. 1998년 한국출판인회의를 창설하고 제1,2대 회장을 맡았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1기 위원을 지냈다. 2005년부터 한국 중국 일본 타이완 홍콩의 인문학 출판인들과 함께 동아시아출판인회의를 조직했고 2011년 제2기 회장을 지냈다.
1980년 후반 파주출판도시 건설에 참여했고 1990년대 중반 예술인마을 헤이리를 구상하고 건설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현재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파주북소리축제 조직위원장, 한길책박물관 관장, 인문학 예술공간 순화동천 대표이사, 출판사 한길사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로 <출판운동의 상황과 논리>(1987), <책의 탄생 Ⅰ·Ⅱ>(1997), <헤이리, 꿈꾸는 풍경>(2008), <책의 공화국에서>(2009), <한권의 책을 위하여>(2012), <책들의 숲이여 음향이여>(2014), <세계 서점 기행>(201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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