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전남]귀농·귀어 부모들 책에 반색… “문화시설 큰 고민 하나 덜었어요”
매체명 : 동아일보
보도일 : 2018.11.15
[작은 도서관에 날개를]귀농·귀어 부모들 책에 반색… “문화시설 큰 고민 하나 덜었어요”
《완도에서 신지대교, 장보고대교, 약산연도교 등 연륙교 3개를 건너면 조약도가 나온다. 전복 굴 미역 톳 다시마 양식이 활발한 인구 약 3500명의 섬이다. 삼문산에 자생하는 약초를 뜯어먹고 자란 흑염소도 유명하다. 완도 매생이 절반은 이 섬에서 난다. 주민들의 벌이가 괜찮다는 소문이 나자 “약 5년 전부터 젊은층 인구가 부쩍 늘고 있다”고 이승길 약산면 총무계장(51)이 귀띔했다.》
그러나 귀농·귀어(歸漁)를 고려하는 젊은 세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아무래도 문화시설 부족이다. 박성진 씨(41)도 도시에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주민. 미역과 매생이 양식을 하며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운다. “완도읍에 영화관 생긴 게 지난해입니다. 전에는 영화 한 편 보려면 목포 장흥까지 나가야 했지요. 우리 섬은 아이들이 많은 편이어서 공부하고 놀 수 있는 시설이 절실해요.”
올해 초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이 섬에 작은도서관을 지을지를 심사하기 위해 찾자 마을이 술렁였다. 구릿빛 피부에 굵은 팔뚝을 가진 약산면(전남 완도군) 청년회원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작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심사 자리에서 청년회원들은 “도서관이 생기면 정말 열심히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년회는 회의실로 쓰던 청년회관 2층을 내놨다. 기존 집기를 철거할 때, 책장을 들여놓고 리모델링할 때 섬 청년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그렇게 준비한 ‘약산 진달래 작은도서관’이 지난달 3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학교 도서관을 빼면 조약도(약산도)에 처음으로 생긴 도서관이다. 광주가 고향인 노현정 씨(33)는 도서관 개관식에서 “여기가 고향인 남편만 보고 내려오기는 했는데 문화시설이 없어 사실 많이 망설였다. 작은도서관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이런 시설이 늘면 섬으로 들어오는 젊은이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기뻐했다.
언니 집에 놀러왔다가 남편을 만나 약 3년 전 섬에 들어온 동생 현경 씨(31)도 말을 거들었다. “원래 소설책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한데 도서관이 없더라고요.” 자매는 그동안 친정에 갈 때마다 서점에서 책을 사오거나 스마트폰으로 e북을 봤다. “이제는 종이책 페이지 넘기는 맛을 제대로 다시 보겠네요.”
남편과 함께 귀향한 정순화 씨(35)는 “책을 사려고 강진까지 한 시간가량 차를 타고 나갔는데 도서관이 생겨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귀어 2년 차로 아이 셋을 키우는 청년회원 박수희 씨(40)는 도서관이 지역공동체에도 소중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작은도서관이 주민들이 마주치고 노하우도 공유하며 단합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도서관 개관을 가장 반기는 건 역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다. 박제희 군(14)은 “TV에 PC방이나 영화관, 서점이 나오면 부러웠다”고 했다. 약산중 2학년 권혁 군(14)은 “주말이면 30분마다 오는 버스를 타고 완도읍에 있는 도서관까지 책을 빌리러 나갔다”며 “도서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완도에서 신지대교, 장보고대교, 약산연도교 등 연륙교 3개를 건너면 조약도가 나온다. 전복 굴 미역 톳 다시마 양식이 활발한 인구 약 3500명의 섬이다. 삼문산에 자생하는 약초를 뜯어먹고 자란 흑염소도 유명하다. 완도 매생이 절반은 이 섬에서 난다. 주민들의 벌이가 괜찮다는 소문이 나자 “약 5년 전부터 젊은층 인구가 부쩍 늘고 있다”고 이승길 약산면 총무계장(51)이 귀띔했다.》
그러나 귀농·귀어(歸漁)를 고려하는 젊은 세대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아무래도 문화시설 부족이다. 박성진 씨(41)도 도시에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주민. 미역과 매생이 양식을 하며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운다. “완도읍에 영화관 생긴 게 지난해입니다. 전에는 영화 한 편 보려면 목포 장흥까지 나가야 했지요. 우리 섬은 아이들이 많은 편이어서 공부하고 놀 수 있는 시설이 절실해요.”
올해 초 사단법인 ‘작은도서관만드는사람들’(대표 김수연 목사)이 이 섬에 작은도서관을 지을지를 심사하기 위해 찾자 마을이 술렁였다. 구릿빛 피부에 굵은 팔뚝을 가진 약산면(전남 완도군) 청년회원들이 우르르 모여들었다. KB국민은행의 후원을 받아 작은도서관을 만들기 위한 심사 자리에서 청년회원들은 “도서관이 생기면 정말 열심히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년회는 회의실로 쓰던 청년회관 2층을 내놨다. 기존 집기를 철거할 때, 책장을 들여놓고 리모델링할 때 섬 청년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그렇게 준비한 ‘약산 진달래 작은도서관’이 지난달 31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학교 도서관을 빼면 조약도(약산도)에 처음으로 생긴 도서관이다. 광주가 고향인 노현정 씨(33)는 도서관 개관식에서 “여기가 고향인 남편만 보고 내려오기는 했는데 문화시설이 없어 사실 많이 망설였다. 작은도서관이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이런 시설이 늘면 섬으로 들어오는 젊은이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기뻐했다.
언니 집에 놀러왔다가 남편을 만나 약 3년 전 섬에 들어온 동생 현경 씨(31)도 말을 거들었다. “원래 소설책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한데 도서관이 없더라고요.” 자매는 그동안 친정에 갈 때마다 서점에서 책을 사오거나 스마트폰으로 e북을 봤다. “이제는 종이책 페이지 넘기는 맛을 제대로 다시 보겠네요.”
남편과 함께 귀향한 정순화 씨(35)는 “책을 사려고 강진까지 한 시간가량 차를 타고 나갔는데 도서관이 생겨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귀어 2년 차로 아이 셋을 키우는 청년회원 박수희 씨(40)는 도서관이 지역공동체에도 소중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작은도서관이 주민들이 마주치고 노하우도 공유하며 단합하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거예요.”
도서관 개관을 가장 반기는 건 역시 아이들과 청소년들이다. 박제희 군(14)은 “TV에 PC방이나 영화관, 서점이 나오면 부러웠다”고 했다. 약산중 2학년 권혁 군(14)은 “주말이면 30분마다 오는 버스를 타고 완도읍에 있는 도서관까지 책을 빌리러 나갔다”며 “도서관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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