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기원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독서와 치유, 작지만 ‘큰 도서관’

매체명 : 더리더 보도일 : 201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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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theleader.mt.co.kr/articleView.html?no=2018111218327872473
정기원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 독서와 치유, 작지만 ‘큰 도서관’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면 얼마나 삶이 풍요롭게 바뀔까? 1994년 봄, 전주의 시골 마을에 전북 지역에서는 최초로 ‘행복한작은도서관’이 탄생했다. 설립자 정기원 이사장은 책 읽는 아이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소박한 소망으로 도서관을 열었다. 그는 그 후 20년간 한국작은도서관협회 창립부터 다양한 독서 운동까지 한길을 걸어오고 있다.

원동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환하게 웃으며 답한다. “말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책을 가까이 하며 자란 아이들이 사회 리더로 성장하며 기적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볼 때 희열을 느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독서 운동에 대한 확신을 가졌다. 작은 마을에서 만들어낸 기적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기로 마음먹고 한국작은도서관협회를 구성한 지 올해로 21년 차다. 올해 환갑인 정 이사장은 현장에서 발로 뛰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직함을 떼고 활동하다 작년에 다시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의 노력에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더해져 알찬 프로그램을 갖추게 되면서 ‘작 은도서관’은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난 9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마을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일환으로 작은도서관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작은도서관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게다가 내년에는 작은도서관 조성 예산이 큰 폭으로 늘어나며 더욱더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상황이다. 독서에 대한 그의 진정성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게 정 이사장의 생각이다.
전국에 있는 6500여 개의 작은도서관 중 실제로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은 불과 50%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운영을 자원봉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간판만 달고 있는 곳도 여럿이다.

이에 개선 방안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묻기 위해 서초동에 위치한 한국 작은도서관협회 사무실을 찾았다. 아담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빽빽하게 들어찬 스케줄 표가 눈에 띈다.

-이사장으로 취임하고 더 바빠진 것 같다

▶지금까지 한국작은도서관협회의 기틀을 20년간 바닥에서 다져왔다면, 이사장 취임 후에는 그것들을 일으켜 세워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부에서 내년 예산 집행을 준비하기 위해 현장의 소리를 듣느라 나를 자주 찾는다. 이 외에도 협회 일과 더불어 강의도 많은 편이라 정신없이 지내고 있다.

-책 읽을 시간은 있나. 한 달에 몇 권 정도 읽는지 궁금하다

▶일주일에 한 권은 꼭 읽는다. 1년이 52주다. 매주 한 권씩 1년에 52권의 책을 읽자는 취지로 ‘오투(O2) 독서 운동’을 개발했다. O2는 산소라는 의미도 있지 않나. 산소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고 우리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준다. 독서도 산소와 마찬가지라는 의미에서 O2 독서 운동을 진 행 중이다.

전문가들이 매주 책 한 권을 선정하면 요약 본을 만든 다음 SNS나 카카오톡으로 전달 한다. 이 콘텐츠를 통해 저자의 의도와 책의 내용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왜 독서가 중요하다고 보나

▶독서는 인생에 있어 기초를 다지는 것이라고 본다. 나무도 뿌리가 약하면 쉽게 가뭄에 말라버리고 바람에 뽑혀 나가듯 사람도 가벼운 지식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순간이 많다. 독서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풍요로운 기반이 되어 어려움이 닥칠 때 바른 사고를 할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지식의 영양 보충, 바로 독서라고 생각한다.

-한국작은도서관협회는 어떻게 출발 했나

▶정말 소박하고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했다.
아이들이 책을 가까이하면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질까 하는 마음으로 1994년 5월, 전라북도 전주의 한 마을에 작은도서관을 만든 게 시작이었다. 이후 1997년 11월 18일, 풀뿌리 독서 운동을 하던 이들 180여 명이 모여서 협회를 창립했다.

-수익모델이 없는데

▶정부 지원금은 전혀 없고 전국의 작은도서 관들이 조금씩 회비를 모아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남는 게 없다. 사무실 임대료와 창고 유지비로 매월 130여만원이 들어가서 사실상 현상 유지도 어렵다. 사명감으로 버티 지만 나이가 드니 지치는 것도 사실이다.

-20년이 넘게 독서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협회 창립부터는 21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36년째 독서 운동을 펼치고 있다. 물론 금전 적인 어려움은 크지만 굉장히 가치 있고 해볼 만한 일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작은도 서관이 전국에 몇백 개 정도였지만 지금은 6500개로 늘어났다. 전국적으로 규합해 나름의 조직으로 성장시키며 독서 운동을 전개해나갈 때는 보람이 크다. 이 과정을 통해 달라지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이 일의 원동력이 된다. 그간 열심히 심어놓은 씨앗이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는 ‘작은도서관진흥법’의 제정이었다

▶2011년에 당시 협회 회장과 함께 국회의원 회관 230곳을 모두 찾아다니며 의원들을 직접 만나 협조를 구했다. 당시 한국도서관협회 전문위원이자 민주당 간사였던 김재윤 의원(제19대 국회의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 포시/새정치민주연합)이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아 공청회를 열어주었다. 거기서 내가 독서 운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독서 운동에 모든 것을 바친 내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며 법 제정을 통해 잘할 수 있도록 근거만 마련해달 라고 호소했다. 개인적으로 공을 많이 들인 만큼 ‘작은도서관진흥법’이 통과되고 뿌듯함을 느꼈다.

-한국작은도서관협회의 주요 활동은

▶기본적으로 작은도서관 설립에 대한 컨설팅 및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또국내외 도서 보내기 운동도 전개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운영자 역량 강화 워크숍을 진행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작은도서관 워크숍 및 선진지 견학 위탁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생활형 SOC의 모범 사례로 서울 은평구 공공 도서관인 구산동도서 관마을이 문 대통령의 극찬을 받았다. 이에 작은도서관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걱정이 앞선다. 전문 교육을 받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열풍처럼 무조건 시작하는 건 난립으로 가는 수순이다. 너도 나도 작은도서관을 만들 겠다고 나서는데 지금도 관에서 감당을 못 하고 있다.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게 운영이다. 전국 6500개 작은도서관 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절반도 안 된다. 과정을 생각지 않고 드러나는 것에만 치중해서 잘못된 바람이 불지 않을까 우려된다.

-작은도서관 조성 지원 예산은 2019년 232억7800만원으로 2018년 10억220만원에 비해 22배 가까이 증가했다.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작은도서관 조성에 왜 이렇게 큰돈을 배정하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공공도서관 하나를 짓는 데 500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232억 7800만 원은 그 반도 안되는 금액이다. 전국 234개의 시군구에 작은도서관을 하나씩 늘린다고 가정할 때 한지역에 1억원씩 나누면 딱 떨어지는 금액이 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어느 정도 윤곽은 나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건립을 해야 한다면 되도록 사립이 아닌, 국립 공공 도서 관의 분관 역할을 할 수 있는 작은도서관을 만들면 좋겠다. 기존에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작은도서관의 리모델링 조성 사업도 건의하고 싶다. 아직 작은도서관이 없는 지역에 건립하는 건 찬성한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대로 운영 문제가 현장 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사서를 두고 운영할 수 있도록 인건비 지원이 필수다. 무조건 열어놓고 관리를 못 한다면 세비를 낭비하는 결과가 된다.

-효율적으로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어떤 절차가 필요하다고 보나

▶1억원의 예산을 각 시군구에 지원할 때 70% 는 정부에서, 30%는 지자체에서 내야한다.
서로 이렇게 나눠 내야 책임감 있게 운영할수 있다고 본다. 또 인력 운영비 지급 원칙을 세운 지자체를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훗날 책임감 있는 운영이 뒤따른다.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은 어떤 것들이 있나

▶작은도서관 운동은 풀뿌리 독서 운동에서 비롯됐다.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동네에 도서관을 만든 데서 시작했기 때문에 자원봉사 차원으로 이뤄진 거다. 거기에 월급을 주는 사람이 들어갈 수도 있다.

사립은 거의 자원봉사 차원에서 이뤄진다.
공립 도서관의 경우 만들어놓고 알아서 운영하라고 하니까 제대로 안 되는 케이스가 많다.

작은도서관은 자원봉사자 한 사람이 청소부터 사서, 지역 커뮤니티 활동 등 모든 것을 관할해야 한다. 그야말로 전문가가 돼야 한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전문 사서를 작은 도서관마다 배치한다고 해서 도서관이 활성 화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작은도서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자발적 으로 일하는 자원봉사자가 필요한 이유다.

이런 분들이 전문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갖추게 되면 그야말로 작은도서관을 통해 동네를 이끄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작은도서관의 역할은

▶책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한 동네 문화 사랑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곳에서 주민 들이 같이 어울리며 동네를 변화시키는 구심점이 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 들판 한가 운데 작은도서관을 지어 운영한다. 도서관을 거점으로 아나바다 운동도 하고, 강 살리기 운동이나 지역 소규모 축제를 개최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모여든다. 도심은 환경 축제나 도서 축제 등으로 나아가는 것도 중요 하다. 누구한테나 작은도서관은 잘 아는 동네 아줌마, 아저씨가 있고 고민을 서로 나누며 치유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작은 규모지만 아기자기하게 정을 나눌수 있는 동네 공동체로 성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작은도서관’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작은도서관은 마을 안에 있어 언제든 찾아가 편하게 책도 빌려 보고 이웃들과 고민을 나누는 장소가 될 수 있다. 대부분 사비를 털어 독서 운동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기업 이나 주민도 함께 후원해서 문화생활 공간 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면 서로 상생하는 효과가 클 것이다. 동네에 위치한 작은도서관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

/ 임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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