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서울]“담장 없애니 동네 이웃이 함께 아이들 키우게 되더군요”
매체명 : 한겨례
보도일 : 2018.11.05
“담장 없애니 동네 이웃이 함께 아이들 키우게 되더군요”
마을 주민들은 단톡방으로 동네 정보를 주고 받는다. 마을 회관에선 영어 회화는 물론 미학 강좌까지 한다. 6년 전 시작한 주민 자수 전시회는 올해 2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주민들은 대부분 동네 아이들을 이름으로 부른다. 시골 마을이 아니다. 바로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서원 마을 얘기다.
서울시는 2011년 이곳을 뉴타운이 아닌 휴먼타운으로 지정하고 마을을 보존하는 주거환경정비사업을 했다. 회관을 지어주고 시시티브이도 달아줬다. 주민들은 담장을 허물어 마당에 꽃을 심었고 주차도 집 마당 안에서 해결했다. 주택 층수를 2층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주민 투표로 결정했다. 2011년부터 이 마을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김용임 서원마을 ‘촌장’을 지난달 30일 마을회관에서 만났다. 마을은 주택이 65동, 주민은 350명 정도다.
“정비 사업 뒤 신축은 10동 정도입니다. 주민 대부분은 지붕을 고치고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등의 리모델링을 해 살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일까. 마을에선 쾌적함과 평온함이 함께 느껴진다. 집집마다 가꾼 화단, 주차에서 해방된 도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건물 때문일 것이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주민운영위 총무를 했죠. 부녀회장님 권유로 2013년부터 통장을 맡았어요. 촌장은 제 스스로 붙인 직함입니다. 하하.” 담장을 허물고 7년이 흘렀다. “담이 없으니 마음의 벽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이 곳에 이사를 온 40대 초반 주부가 처음엔 담이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 했어요. 그런데 이 분이 아이를 낳은 뒤 제 마음과 똑같이 됐어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를 다니면 할머니들이 다 아이 이름을 불러요. 인디언이 아이 키울 때 마을 주민들이 다 같이 키운다고 하잖아요. 우리 마을이 그래요. 정이 느껴지죠. 길에 차가 없고 자연 친화적이 된 것도 아이 키우기에 좋죠. 그런 좋은 점이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불편함보다 훨씬 크죠.”
2012년 시작한 주민 전시회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마당이 있으니 거기서 천을 염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주민들이 천에 자수를 하자고 해 바로 자수 선생님을 모셔와 배우면서 전시회를 열었죠.“ 지난달 열린 자수전엔 주민 8명이 참여했단다. 올해는 처음으로 사진전도 함께 열었다. “사진전에 35명 정도 참여하셨죠. 전시회에 앞서 역시 마을 주민인 사진 작가가 강의도 세 번 해주셨어요.”
회관에 자리한 작은도서관 프로그램도 주민들이 스스로 꾸린다. 그는 이 프로그램 기획자이면서 영어 회화 강사다. 2012년부터 마을 주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지금은 강동구의 인기 영어 강사가 됐다. “구립 도서관 세 군데에서 여행영어와 생활영어를 가르쳐요. 1년 정도 기다려야 들을 수 있는 제 강좌도 있답니다. 하하. 역사와 여행, 예술을 아울러 강의하죠. 제가 웃긴 얘기도 잘 해요.” 마을의 중요한 결정은 1년에 한 번 주민 총회를 열어 결정한단다. “올해 초 단톡방을 열면서 매달 하는 반상회는 안 하지만 주민회의는 1년에 서너번 정도 하는 것 같아요.”
2012년 마을만들기 사업이 마무리된 뒤 지금껏 5천 명 정도가 ‘도시 재생 성공 사례’를 공부하러 마을 견학을 왔단다. “부동산학과, 건축학과, 도시설계학과 학생·교수들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주로 와요. 광고나 드라마 촬영도 지난해만 20회 정도 됩니다. 견학이나 촬영 장소 제공 사례금은 마을 기금으로 씁니다.”
그는 98년 결혼해 4년 동안 아파트 생활을 한 뒤 2002년 이 마을로 이사왔다.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어 시부모님 집으로 들어왔죠. 시부모님은 아파트 생활을 선호해 아파트로 옮기셨고요.” 마을 생활 첫 몇 년은 세상에 뒤처지는 것 같아 힘들었지만 4년 정도 지난 뒤 ‘마당이 있는 삶’에 확 빠졌단다. “마당이 있으니 계절이 보이더군요. 충만한 감정마저 들었죠.”
결혼 전 중견 패션 회사를 10년 가까이 다녔던 그는 영화·미술 마니아이기도 하다. 직장에 다닐 땐 단편영화 세 편을 직접 기획·제작했단다. 20대 후반 이후론 매주 날을 잡아 미술관 순례를 해왔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번 정도 전시회를 찾는다. 이런 열정이 최근 빛을 보고 있다. “미국 전시를 앞둔 작가로부터 전시 해설글 청탁을 받아 쓰기로 했어요. 미술 잡지의 기고 요청도 받았고요.” 그의 미술 공부 내공이 알려진 데는 에스앤에스 공이 컸다. “작년 말 시작한 페북에 올 초부터 미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 많은 작가분들을 알게 되었어요. 관계가 넓어졌죠.”
그는 초3, 중1 자녀를 두고 있다. “큰 애는 본인이 원해 영어와 수학 학원을 다녀요. 막내는 태권도 학원만 가고요. 오후엔 동네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놀죠. 생활 환경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 같아요. 덜 경쟁적으로요.”
현 정부는 도시 재생 사업에 의욕적이다. “서원 마을 만들기 사업은 관이 주도했지만 주민 모두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했어요. 이게 성공 요인이죠. 주민들이 자꾸 만나는 게 중요해요. 문제가 있더라도 만나서 이야기로 풀어야죠.” 이런 말도 했다. “층수를 2층으로 제한하는 결정을 할 때 반대한 분이 계셨어요. 제가 그뒤로 이 분 민원은 특별히 노력해 해결해드렸어요. 이젠 별로 불만을 나타내지 않으세요.”
/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마을 주민들은 단톡방으로 동네 정보를 주고 받는다. 마을 회관에선 영어 회화는 물론 미학 강좌까지 한다. 6년 전 시작한 주민 자수 전시회는 올해 2천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주민들은 대부분 동네 아이들을 이름으로 부른다. 시골 마을이 아니다. 바로 서울 강동구 암사동 서원 마을 얘기다.
서울시는 2011년 이곳을 뉴타운이 아닌 휴먼타운으로 지정하고 마을을 보존하는 주거환경정비사업을 했다. 회관을 지어주고 시시티브이도 달아줬다. 주민들은 담장을 허물어 마당에 꽃을 심었고 주차도 집 마당 안에서 해결했다. 주택 층수를 2층으로 제한하는 규정도 주민 투표로 결정했다. 2011년부터 이 마을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김용임 서원마을 ‘촌장’을 지난달 30일 마을회관에서 만났다. 마을은 주택이 65동, 주민은 350명 정도다.
“정비 사업 뒤 신축은 10동 정도입니다. 주민 대부분은 지붕을 고치고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등의 리모델링을 해 살고 있어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일까. 마을에선 쾌적함과 평온함이 함께 느껴진다. 집집마다 가꾼 화단, 주차에서 해방된 도로,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건물 때문일 것이다.
“2011년부터 2년 동안 주민운영위 총무를 했죠. 부녀회장님 권유로 2013년부터 통장을 맡았어요. 촌장은 제 스스로 붙인 직함입니다. 하하.” 담장을 허물고 7년이 흘렀다. “담이 없으니 마음의 벽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이 곳에 이사를 온 40대 초반 주부가 처음엔 담이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 했어요. 그런데 이 분이 아이를 낳은 뒤 제 마음과 똑같이 됐어요.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동네를 다니면 할머니들이 다 아이 이름을 불러요. 인디언이 아이 키울 때 마을 주민들이 다 같이 키운다고 하잖아요. 우리 마을이 그래요. 정이 느껴지죠. 길에 차가 없고 자연 친화적이 된 것도 아이 키우기에 좋죠. 그런 좋은 점이 프라이버시 침해와 같은 불편함보다 훨씬 크죠.”
2012년 시작한 주민 전시회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마당이 있으니 거기서 천을 염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주민들이 천에 자수를 하자고 해 바로 자수 선생님을 모셔와 배우면서 전시회를 열었죠.“ 지난달 열린 자수전엔 주민 8명이 참여했단다. 올해는 처음으로 사진전도 함께 열었다. “사진전에 35명 정도 참여하셨죠. 전시회에 앞서 역시 마을 주민인 사진 작가가 강의도 세 번 해주셨어요.”
회관에 자리한 작은도서관 프로그램도 주민들이 스스로 꾸린다. 그는 이 프로그램 기획자이면서 영어 회화 강사다. 2012년부터 마을 주민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지금은 강동구의 인기 영어 강사가 됐다. “구립 도서관 세 군데에서 여행영어와 생활영어를 가르쳐요. 1년 정도 기다려야 들을 수 있는 제 강좌도 있답니다. 하하. 역사와 여행, 예술을 아울러 강의하죠. 제가 웃긴 얘기도 잘 해요.” 마을의 중요한 결정은 1년에 한 번 주민 총회를 열어 결정한단다. “올해 초 단톡방을 열면서 매달 하는 반상회는 안 하지만 주민회의는 1년에 서너번 정도 하는 것 같아요.”
2012년 마을만들기 사업이 마무리된 뒤 지금껏 5천 명 정도가 ‘도시 재생 성공 사례’를 공부하러 마을 견학을 왔단다. “부동산학과, 건축학과, 도시설계학과 학생·교수들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주로 와요. 광고나 드라마 촬영도 지난해만 20회 정도 됩니다. 견학이나 촬영 장소 제공 사례금은 마을 기금으로 씁니다.”
그는 98년 결혼해 4년 동안 아파트 생활을 한 뒤 2002년 이 마을로 이사왔다. “단독주택에서 살고 싶어 시부모님 집으로 들어왔죠. 시부모님은 아파트 생활을 선호해 아파트로 옮기셨고요.” 마을 생활 첫 몇 년은 세상에 뒤처지는 것 같아 힘들었지만 4년 정도 지난 뒤 ‘마당이 있는 삶’에 확 빠졌단다. “마당이 있으니 계절이 보이더군요. 충만한 감정마저 들었죠.”
결혼 전 중견 패션 회사를 10년 가까이 다녔던 그는 영화·미술 마니아이기도 하다. 직장에 다닐 땐 단편영화 세 편을 직접 기획·제작했단다. 20대 후반 이후론 매주 날을 잡아 미술관 순례를 해왔다. 지금도 일주일에 두번 정도 전시회를 찾는다. 이런 열정이 최근 빛을 보고 있다. “미국 전시를 앞둔 작가로부터 전시 해설글 청탁을 받아 쓰기로 했어요. 미술 잡지의 기고 요청도 받았고요.” 그의 미술 공부 내공이 알려진 데는 에스앤에스 공이 컸다. “작년 말 시작한 페북에 올 초부터 미술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 뒤로 많은 작가분들을 알게 되었어요. 관계가 넓어졌죠.”
그는 초3, 중1 자녀를 두고 있다. “큰 애는 본인이 원해 영어와 수학 학원을 다녀요. 막내는 태권도 학원만 가고요. 오후엔 동네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놀죠. 생활 환경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 같아요. 덜 경쟁적으로요.”
현 정부는 도시 재생 사업에 의욕적이다. “서원 마을 만들기 사업은 관이 주도했지만 주민 모두와 전문가가 함께 참여했어요. 이게 성공 요인이죠. 주민들이 자꾸 만나는 게 중요해요. 문제가 있더라도 만나서 이야기로 풀어야죠.” 이런 말도 했다. “층수를 2층으로 제한하는 결정을 할 때 반대한 분이 계셨어요. 제가 그뒤로 이 분 민원은 특별히 노력해 해결해드렸어요. 이젠 별로 불만을 나타내지 않으세요.”
/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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