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울산도서관의 정체성

매체명 : 경상일보 보도일 : 201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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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silbo.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6392
울산도서관의 정체성

공동보존 서고 운영등 지원해야
지역 도서관 컨트롤타워 역할로

울산도서관은 울산의 대표도서관이다. 지난 4월 개관 당시, 이 도서관은 전국에 건립된 대표도서관 중에서 가장 면적이 크고, 우수한 친환경 건축물로 주목받았다. 울산광역시가 시민들에게 오랜만에 큰 선물을 한 것 같다. 시민들은 이에 대한 화답으로 주말 평균 4000여명이 도서관을 이용했고, 한 주에 1만1500권의 도서를 대출했다. 도서관의 시설 이용이나 대출 실적은 울산을 대표하는 공공도서관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대표도서관은 공공도서관의 일반적 서비스를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추가로 법으로 정한 대표도서관의 업무도 이행해야 한다.

대표도서관의 역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공동보존 서고 운영’(윤희윤 교수)은 필수다. ‘다른 도서관으로부터 이관받은 도서관 자료의 보존 업무’가 도서관법에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전국의 도서관 수장고가 포화상태에 이른 점이다. 전국 시·도의 공공도서관 수장공간 부족률은 99%이다. 관종이 다른 대학도 사정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도서관 건물이 아닌 다른 곳에 밀집 서고를 만들지만 이마저도 오래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공공도서관과 대학도서관 도서의 공동보존 업무를 할 수 있는 대표도서관에서 해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얼마 전 중부도서관의 장서 23만권이 울산도서관에 이관되어 보관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중부도서관은 새 건물이 신축되기 전까지 성남동으로 임시 이전한 상태다. 이전부터 장서의 수장공간이 부족했었지만, 이전한 곳은 더 협소하여 일부 도서만을 남기고 대부분 장서를 모(某) 학교로 옮겨 보관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 사정이 생겨 울산도서관으로 다시 이전하게 됐다. 이것은 ‘지역 대표도서관이 해당 지역의 도서관 지원과 협력을 주도하고 지역 보존서고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정한 업무를 실행한 좋은 사례이다. 울산도서관이 지역 도서관의 공동보존 서고 역할을 해야 하는 당위성(當爲性)이 여기에 있다.

울산도서관의 지하 1층에는 60만권의 도서를 수장할 수 있는 공동보존 서고가 있다. 현재 15만여권이 있고, 5년 뒤엔 32만권 이상 비치할 것이라고 한다. 매년 3만권을 수집하면 911.5㎡의 서고 공간은 2030년경 자체 장서로만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실 서가에 배열된 도서 수가 빠진 것을 고려하더라도 울산 지역의 공공도서관과 다른 관종의 공동보존 서고로서 역할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

미국의 오하이오 지역 도서보존소는 총면적 1364㎡이다. 고밀도 서가는 높이를 9m로 설계하여 180만권을 소장하고 있다. 대학과 공공도서관의 장서를 3700만권을 소장한 또 다른 공동보존 서고는 7500만권 이상의 장서 관리를 염두에 두고 확장공간을 미리 확보했다. 이러한 사례가 울산도서관이 건축 전에 반영됐더라면 하는 안타까움이 남는다.

울산도서관은 울산의 대표도서관이다. 그렇지만 홈페이지의 조직 내용을 보면 대표도서관의 업무보다 일반 공공도서관의 역할에 무게 중심이 실려 있다. 그래서일까. ‘대표도서관’이란 문구는 도서관의 소개에서 겨우 찾을 수 있다. 울산도서관의 로고 주변에 ‘대표도서관’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도서관의 이름은 더 주목받는다고 생각한다.

‘대표’는 울산에 있는 모든 도서관을 대신하여 일하는 중요한 위치이다. 대표도서관이 공공도서관의 법정 업무 외에 울산의 18개 공공도서관과 160여개의 작은 도서관 등의 지원 및 협력을 위한 컨트롤타워 구실을 한다면 대표성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 지역도서관의 공통적 현안인 공동보존 서고 운영과 같은 필수 업무를 우선순위에 두고 운영하게 되면 대표도서관의 정체성은 자연스럽게 살아나지 않을까. 내 고장 대표 격인 ‘울산도서관’의 정체성을 기대해 본다.

/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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