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칼럼]도서관, 문화를 품다 <14> 에필로그
매체명 : 광주일보
보도일 : 2018.10.30
도서관, 문화를 품다 <14> 에필로그
삶·문화·정보를 품은 도서관, 시민을 품다
시민 사랑받는 국내외 14개 선진 도서관
삭막함 대신 쇼핑몰 같은 쾌적한 환경
전시·공연·체험행사 넘치는 문화쉼터
IT 체험실·멀티미디어실 ‘지식 놀이터’
‘삶+도서관’ 라이프러리의 생생한 현장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파주 지혜의 숲을 찾아요. 인근에 미메시스아트 뮤지엄과 서점이 모인 책방거리가 있어 문화나들이로 최적의 장소예요.”
“도서관의 중요한 특징은 대중을 위한 공공건물이라는 점입니다. 과거의 이용자들이 책을 빌려 보거나 아카데믹한 목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했다면 요즘에는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아요.”
경기도 파주 ‘지혜의 숲’에서 만난 시민과 암스테르담 중앙도서관의 관장은 비록 국적과 ‘입장’은 달라도 도서관에 대한 ‘시선’은 같았다. 도서관은 더 이상 아카데믹한 공간이 아닌 삶의 한 부분인 ‘라이프러리’(Life+Library)라는 것이었다.
지난 4월 부터 격주로 연재해온 ‘도서관, 문화를 품다’ 시리즈를 통해 둘러본 국내외 14개의 선진 도서관은 삶과 문화, 정보가 살아 숨쉬는 라이프러리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우리가 아는, 아니 (지역에서)‘겪어본’ 도서관 과는 너무 달랐다. 접근성에서부터 시설, 콘텐츠까지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열린 도서관’이었다.
시리즈의 첫번째 현장이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은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 친근한 도서관이었다. 2800㎡(약 850평)으로 구성된 복층구조, 13m 높이의 대형서가 3개, 5만 여 권이 넘는 도서, 600여 종류의 잡지 등 상상을 뛰어넘는 스케일이 인상적이었다. 쇼핑몰, 백화점, 수족관 등이 들어서 있는 코엑스몰의 한켠에 바깥 세상과 담을 쌓은 듯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옛 서울 마포구 청사부지에 건립된 마포중앙도서관은 마치 잘 지어진 복합쇼핑몰을 연상케 했다. 건물 1층에 들어선 커피숍, 제과점, 편의점, 서점에서 부터 정보기술(IT)체험실, 디지털 스케치북, 멀티미디어실 등의 최첨단 시설은 시민들의 ‘지식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외선진사례로 둘러본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의 공공도서관은 북유럽의 수준높은 독서 인프라를 실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우선 이들나라의 도서관들은 접근성에서 단연 뛰어났다. 암스테르담이나 코펜하겐, 뒤셀도르프의 가장 목좋은 곳에는 공공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는 유아에서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고 책읽는 사회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또는 책을 빌리기 위해 가끔 이용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의 도서관은 시민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의 매력은 이용객 중심의 쾌적한 분위기였다. 어둡고 삭막한 모습 대신 화려한 조명과 화이트 톤의 쾌적한 인테리어가 근사한 카페나 복합문화공간을 보는 듯 했다. 1층 로비의 에스컬레이트 옆에 전시장에는 연중 예술가들의 작품이 내걸리고 지하 1층에 자리한 어린이 코너에선 동화구연과 마술쇼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연중 펼쳐진다.
덴마크 왕립도서관에서 만난 한나 클레어(46)씨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줬다. “왕립도서관에 오면 정보 뿐 아니라 수준높은 전시회와 공연들을 연중 즐길 수 있어 문화쉼터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요. 추운 겨울철에는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유명 저자와 작가, 예술인들과의 대화를 담은 비디오 영상들을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받아 볼 수 있어요.”
2018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책의 해’이다. 정부는 책 읽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책의 해 선포식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독서대전, 생활 속 독서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책 읽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데에는 우리 사회의 척박한 독서 문화가 자리한다. 최근 발표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등 독서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60%는 본인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공도서관 현황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2015년 말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수는 978개관으로 봉사대상 인구는 5만2688명 당 1개관이다. 이는 독일 1만412명, 영국 1만5465명, 미국 3만4560명, 일본 3만9548명에 비해 도서관 수와 이용자 서비스의 질이 매우 낮은 편이다.
2017년 광주시가 펴낸 광주광역시 공공도서관 현황에 따르면 광주에는 시립도서관 3곳을 포함해 구립도서관, 교육청 산하 도서관,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 등 총 22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광주시의 인구가 14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봉사대상 인구 수는 매우 부족한 상태다.
광주는 수십년 동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와 비엔날레 등 굵직한 문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도시는 문화도시라고 자부하기 힘들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만난 국내외 도서관은 독서야 말로 한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본 기획이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도서관과 책읽는 광주의 위상을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삶·문화·정보를 품은 도서관, 시민을 품다
시민 사랑받는 국내외 14개 선진 도서관
삭막함 대신 쇼핑몰 같은 쾌적한 환경
전시·공연·체험행사 넘치는 문화쉼터
IT 체험실·멀티미디어실 ‘지식 놀이터’
‘삶+도서관’ 라이프러리의 생생한 현장
“특별한 일정이 없으면 주말마다 가족들과 함께 파주 지혜의 숲을 찾아요. 인근에 미메시스아트 뮤지엄과 서점이 모인 책방거리가 있어 문화나들이로 최적의 장소예요.”
“도서관의 중요한 특징은 대중을 위한 공공건물이라는 점입니다. 과거의 이용자들이 책을 빌려 보거나 아카데믹한 목적으로 도서관을 방문했다면 요즘에는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찾는 경우가 많아요.”
경기도 파주 ‘지혜의 숲’에서 만난 시민과 암스테르담 중앙도서관의 관장은 비록 국적과 ‘입장’은 달라도 도서관에 대한 ‘시선’은 같았다. 도서관은 더 이상 아카데믹한 공간이 아닌 삶의 한 부분인 ‘라이프러리’(Life+Library)라는 것이었다.
지난 4월 부터 격주로 연재해온 ‘도서관, 문화를 품다’ 시리즈를 통해 둘러본 국내외 14개의 선진 도서관은 삶과 문화, 정보가 살아 숨쉬는 라이프러리의 생생한 현장이었다. 우리가 아는, 아니 (지역에서)‘겪어본’ 도서관 과는 너무 달랐다. 접근성에서부터 시설, 콘텐츠까지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열린 도서관’이었다.
시리즈의 첫번째 현장이었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별마당은 시민들의 일상 속으로 들어간 친근한 도서관이었다. 2800㎡(약 850평)으로 구성된 복층구조, 13m 높이의 대형서가 3개, 5만 여 권이 넘는 도서, 600여 종류의 잡지 등 상상을 뛰어넘는 스케일이 인상적이었다. 쇼핑몰, 백화점, 수족관 등이 들어서 있는 코엑스몰의 한켠에 바깥 세상과 담을 쌓은 듯 책장을 넘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단연 압권이었다.
옛 서울 마포구 청사부지에 건립된 마포중앙도서관은 마치 잘 지어진 복합쇼핑몰을 연상케 했다. 건물 1층에 들어선 커피숍, 제과점, 편의점, 서점에서 부터 정보기술(IT)체험실, 디지털 스케치북, 멀티미디어실 등의 최첨단 시설은 시민들의 ‘지식놀이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외선진사례로 둘러본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의 공공도서관은 북유럽의 수준높은 독서 인프라를 실감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우선 이들나라의 도서관들은 접근성에서 단연 뛰어났다. 암스테르담이나 코펜하겐, 뒤셀도르프의 가장 목좋은 곳에는 공공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는 유아에서부터 시니어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고 책읽는 사회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또는 책을 빌리기 위해 가끔 이용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의 도서관은 시민들의 삶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의 매력은 이용객 중심의 쾌적한 분위기였다. 어둡고 삭막한 모습 대신 화려한 조명과 화이트 톤의 쾌적한 인테리어가 근사한 카페나 복합문화공간을 보는 듯 했다. 1층 로비의 에스컬레이트 옆에 전시장에는 연중 예술가들의 작품이 내걸리고 지하 1층에 자리한 어린이 코너에선 동화구연과 마술쇼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연중 펼쳐진다.
덴마크 왕립도서관에서 만난 한나 클레어(46)씨의 이야기는 깊은 울림을 줬다. “왕립도서관에 오면 정보 뿐 아니라 수준높은 전시회와 공연들을 연중 즐길 수 있어 문화쉼터로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어요. 추운 겨울철에는 도서관에 가지 않아도 유명 저자와 작가, 예술인들과의 대화를 담은 비디오 영상들을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받아 볼 수 있어요.”
2018년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책의 해’이다. 정부는 책 읽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책의 해 선포식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독서대전, 생활 속 독서운동 등 다양한 사업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정부가 책 읽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게 된 데에는 우리 사회의 척박한 독서 문화가 자리한다. 최근 발표된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1권도 읽지 않는 등 독서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인 60%는 본인의 독서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공도서관 현황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2015년 말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수는 978개관으로 봉사대상 인구는 5만2688명 당 1개관이다. 이는 독일 1만412명, 영국 1만5465명, 미국 3만4560명, 일본 3만9548명에 비해 도서관 수와 이용자 서비스의 질이 매우 낮은 편이다.
2017년 광주시가 펴낸 광주광역시 공공도서관 현황에 따르면 광주에는 시립도서관 3곳을 포함해 구립도서관, 교육청 산하 도서관,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 등 총 22개의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광주시의 인구가 140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봉사대상 인구 수는 매우 부족한 상태다.
광주는 수십년 동안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프로젝트와 비엔날레 등 굵직한 문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도시는 문화도시라고 자부하기 힘들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만난 국내외 도서관은 독서야 말로 한 도시의 품격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는 사실을 일깨워줬다. 본 기획이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도서관과 책읽는 광주의 위상을 다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글·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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