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책 많이 ‘먹는’ 책고래 아이 많아지길”

매체명 : 문학뉴스 보도일 : 2018.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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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많이 ‘먹는’ 책고래 아이 많아지길”

- 도서출판 책고래 / 우현옥 대표

바다에 사는 동물 고래는 몸집이 큰 만큼 먹이를 많이 먹는다. 흔하게 듣는 ‘술고래’라는 단어는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다. 그러나 도서출판 ‘책고래’ 우현옥(48) 대표는 술 대신 책을 많이 ‘먹는(읽는)’ 고래가 많아지길 바라면서 이름을 지었다. 특히 어린이책을 출간하고 있기에 식욕 왕성한 아이들이 밥을 많이 먹어야 잘 자라듯 책도 많이 읽어서 지적, 정신적 성장을 거두길 바라는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우 대표는 자신도 동화작가다. 지난 2007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대학에서는 아동문학으로 박사학위도 받았기에 이론을 겸비한 작가로 꼽힌다. 그래서 출판과 함께 한국 아동문학의 발전을 위해서도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 항상 바쁘다.

작가 지망생의 꿈 이뤄주는 도우미 역할

학교를 졸업한 뒤 줄곧 기획과 편집을 맡아서 일을 해오다가 직접 출판사까지 차리게 됐다. 그동안 일을 해오면서 관계를 맺은 작가 지망생들의 꿈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기획 과정에서 만난 그들에게 책을 출간해주마고 약속했고, 그들의 열정은 그로 하여금 약속을 잊지 않게, 깨뜨릴 수 없게끔 했단다. 결국 작가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거드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항상 마음속에 숙제처럼 지니고 있던 책임감과 의무감을 모른 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아직도 주변에는 동화작가의 꿈을 키우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책을 읽어주다 보면 자신도 자기 아이들에게 유익한 책을 써서 읽어주고 싶다는 매우 소박한 바람이 생기게 마련이다. 또 자신의 절실함에서 나오는 글은 더 큰 감동을 불러올 수 있다. 출판사 입장에서도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항상 필요한데 인력은 충분하지 않다. 새로운 인재를 발굴해야 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서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막상 출판사를 차리고 보니 책을 팔아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한 권, 두 권, 신인작가의 책을 펴내다 보니 주변에서 걱정이 더 많다. 인지도가 있는 유명작가의 책도 잘 팔리지 않는 요즘에 이름도 없고 검증도 안 된 신인작가의 책을 계속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 대표는 그들을 믿는다. 그들에게 한 약속도 지키고 싶다. 책고래에서 책을 내는 작가들은 95% 이상이 신인작가이며 대부분 처음 책을 출간한 사람들이다. 그들 중에는 출판사가 출간 약속을 지키지 않아 상처 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우 대표는 그들과 맺은 약속은 꼭 지켜야겠다고 다짐한다.

이제 책이 쌓여가면서 출판사의 성격도 자리를 잡아간다. 현재 책고래에는 전속의 개념은 아니지만 함께 의논하면서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많다. 글과 그림을 맡은 작가들이 포진하고 있어 다채로운 책을 기획하는 것이다.

최근 아동서적은 그림책이 강세를 보이는데, 이는 영상문화가 우위를 지니게 된 사회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아무래도 글이 많은 창작동화보다 그림책이 더 잘 팔리는 것이다. 그러나 그림책도 점점 매출이 줄어들고 있다. 그림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들이 보는 그림은 단순하고 명료해야 하는데, 요즘 그림책 그림들은 너무 예술적이다. 볼로냐 아동전에서 입상을 하거나 라가치상을 받은 작품들이 떠오르면서 그림의 완성도는 높지만 아이들이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부모가 아이 책을 사주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 상황을 외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림책은 책을 쉽게 접할 수 있게 해주고 해외의 좋은 책도 빨리 볼 수 있게 하는 장점도 있다.

다만 그림책 우세가 활자이탈을 부추기고 창작동화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더 키우지 않기만 바란다. 그래서 우 대표는 서사에 중심을 둔 책을 내려고 고민하고 있다. 특히 요즘은 초등학교 4, 5학년만 되어도 이성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아진다. 그런 추세에 발맞춰 건강한 로맨스 소설을 만들고 있다. 아울러 드라마-영상 제작사인 라우더TV와 함께 웹드라마로도 촬영해서 네이버TV, 동아TV, 유튜브 등에 올릴 예정이다. 현재 ‘동그라미 바이러스’ ‘내 마음의 높은음자리’ 등을 촬영하고 있다.

책고래는 지난 2014년 출판사 등록을 하고 그다음 해 8월 14일 첫 책을 출간했다. 현재까지 총 56종을 내놓았고, 내년까진 80종을 채울 생각이다. 현재 책고래마을(창작그림책), 책고래클래식(고전 명작), 책고래아이들(창작동화), 책고래놀이터(장르물-로맨스, 공포, 탐정) 등 시리즈를 나누어 스펙트럼을 넓혀 나가고 있다.

‘도서관 세상’ 앱, 오디오꿈북 등 다변화 노력

우 대표는 책을 많이 팔기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도서정가제 탓에 재고를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아동서적은 교육적 측면도 중요한데, 부모들은 교과와 연계된 책만 구입한다. 하는 수 없이 도서관 수서사업에 눈을 돌리지만 그쪽도 만만치 않다. 작은도서관이 늘면서 기증 여부를 묻는 전화만 온다. 그런 점에서 정책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 건전한 출판사를 육성해야 독서문화도 발전할 수 있기에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작은도서관에도 예산 지원을 해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수입다변화를 위해 현재 ‘도서관 세상’이라는 앱을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으며, 오디오북에 화면을 더한 오디오꿈북도 내고 있다.

한국출판의 미래에 대해 묻자 말을 아낀다. 출판계 전체가 워낙 어려운 시기를 겪는 중이라 확실한 전망을 내놓기가 어렵다. 그래도 미래는 밝다고 믿는다며 ‘콘텐츠의 힘’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기획이다. 엄마이기도 한 작가들과 기획 단계부터 함께 이야기하면서 개인의 경험들을 풀어놓는다. 우 대표는 친자녀가 없기에 모든 어린이가 자신의 아이인 셈이다. 그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고 책을 만들고 파는 일이 우 대표의 하루 일과를 채우고 있다. 어린이책이 중심이지만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문학’을 발전시키고 싶다.

그래도 요즘은 보람을 크게 느끼고 있다. 도서관 사서들이 책고래 출판사를 ‘좋은 책을 많이 내는 출판사’라고 불러준다. 사서들 입장에서는 도서 대출이 가장 많이 되는 책들을 살펴봤을 때 그렇단다. 실제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는 말이기에 더욱 뜻이 깊다. 이보다 더 영예로운 평가가 있을까. 이는 우 대표가 출판을 계속해 나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 남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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