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도서관 뉴스
[서울]독서력을 키우는 ‘함께 책 읽기’의 진화
매체명 : 서울&
보도일 : 2018.10.25
독서력을 키우는 ‘함께 책 읽기’의 진화
“그 대학에는 책 읽는 동아리가 없나요?”
“없는데, 페미니즘 책을 읽는 사람은 있는 것 같아요. 항상 대출 중이거든요.”
“다른 대학에서는 여성주의 책을 읽는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없으면 직접 만들어 보세요.”
지난 19일 오전 금천구 독산동 ‘모두의 학교’ 2층 ‘모두의 책방’에 5명의 여성이 모여 있었다. 서울시가 옛 한울중학교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10월 문을 연 모두의 학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와 성별, 지역과 출신을 넘어 모든 시민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스스로 발굴·기획·학습·운영하는 평생학습종합센터다.
김동진(42) 씨가 기획한 프로젝트 모임 ‘질문하는 책수다’는 8주 동안 소설·웹툰·에세이를 함께 읽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가정과 사회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제약을 공유한다. 먼저 지난 9월28일부터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한 조남주 작가의 새 소설집 <그녀 이름은>을 읽고 있다. 김씨는 “3권이 독립적인 책들이라 책마다 참가 신청을 따로 받았다. 진행자 편에서 <그녀 이름은>이 좋은 게, 작가가 60여 명의 여자를 인터뷰해 28가지 이야기로 재구성해 에피소드들이 짤막짤막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라 술술 읽힌다”고 했다.
‘질문하는 책수다’ 모임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 같이 소리 내서 읽고, 각자 한두 문장으로 정리할 시간을 가진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주째인 이날은 <그녀 이름은>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윤정수(52)씨는 “이 책을 혼자 읽었다면 우울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내 삶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여자가 여자를 지지해주고 위로해주는 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김예은(21)씨는 “혼자서 읽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생각이 확장되는 것 같다. 지금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고 했다. 김나영(41)씨는 “지난해 1년 동안 동주민센터에서 책 읽는 모임을 했는데 구성원이 모두 비슷한 연령대의 주부들이었다. 여기는 20~50대로 연령대가 훨씬 넓고, 하는 일이 다른데도 공감이 되고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라 좋았다”고 했다.
책 읽는 모임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 권의 책을 각자 읽고 토론하거나, 여럿이 함께 모여 같은 책을 나눠 읽기도 한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읽고 소감을 나누기도 하고, 특정한 장르의 책만 읽는 곳도 있다.
서울도서관은 지난해 초 25개 자치구와 서울시교육청이 파악하고 있는 독서동아리 1439개의 실태조사를 했다. 이 가운데 1054개 독서동아리가 응답한 결과를 보면, 도서관 기반 독서동아리가 976개, 학교·복지관 등에 기반을 둔 독서동아리가 33개, 동아리 회원들이 자체 결성한 독서동아리가 45개였다. 독서동아리 회원은 모두 1만958명으로 동아리 평균 10.4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임 주기는 격주 1회 모이는 동아리가 379개(36.0%)로 가장 많았고, 월 1회 374개(35.5%), 주 1회 230개(21.8%) 순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 정년퇴임한 김아무개씨는 올해 초 용산구 남산도서관에서 회원 모집 광고를 보고 ‘화요독서회’에 가입했다. 2014년부터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고 토론하는 화요독서회는 지난달에는 최진석의 철학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놓고 이야기 나눴다. 김씨는 “같은 책을 읽더라도 혼자 읽을 때와 여럿이 함께 읽을 때는 보고 느끼는 부분이 다르다”며 “토론이 끝난 뒤 도서관에 남아 그 책을 다시 읽었는데, 토론 전에는 그저 지나쳤던 부분이 눈에 다시 들어와 마치 책을 새롭게 읽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꼽은 또 하나의 장점은 책을 ‘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된다는 게 독서회의 묘미”라며 “시간과 건강이 되는 한 꾸준히 참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서울시는 2022년까지 독서동아리를 1400여 개에서 3천여 개로 2배 이상 늘리는 내용을 담은 ‘도서관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독서동아리 공유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서울시 전체 독서동아리의 자료가 모인 곳이 없어 독서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어도 어디에 어떤 독서동아리가 있는지 찾기 어렵다. 독서동아리 관련 사업 예산이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눠 집행되면서 자료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도서관에서 파악한 독서동아리 1400여 개 안에도 민간, 직장 등에 있는 독서동아리는 빠져 있다.
서울도서관은 “공유플랫폼이 각 지역 독서활동의 구심점이자 서울 지역 독서동아리끼리 정보 교환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 서비스를 목표로 공유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그 대학에는 책 읽는 동아리가 없나요?”
“없는데, 페미니즘 책을 읽는 사람은 있는 것 같아요. 항상 대출 중이거든요.”
“다른 대학에서는 여성주의 책을 읽는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없으면 직접 만들어 보세요.”
지난 19일 오전 금천구 독산동 ‘모두의 학교’ 2층 ‘모두의 책방’에 5명의 여성이 모여 있었다. 서울시가 옛 한울중학교를 리모델링해 지난해 10월 문을 연 모두의 학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세대와 성별, 지역과 출신을 넘어 모든 시민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스스로 발굴·기획·학습·운영하는 평생학습종합센터다.
김동진(42) 씨가 기획한 프로젝트 모임 ‘질문하는 책수다’는 8주 동안 소설·웹툰·에세이를 함께 읽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성’으로서 가정과 사회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제약을 공유한다. 먼저 지난 9월28일부터 <82년생 김지영>으로 유명한 조남주 작가의 새 소설집 <그녀 이름은>을 읽고 있다. 김씨는 “3권이 독립적인 책들이라 책마다 참가 신청을 따로 받았다. 진행자 편에서 <그녀 이름은>이 좋은 게, 작가가 60여 명의 여자를 인터뷰해 28가지 이야기로 재구성해 에피소드들이 짤막짤막하고 삶에 대한 이야기라 술술 읽힌다”고 했다.
‘질문하는 책수다’ 모임은 하나의 에피소드를 다 같이 소리 내서 읽고, 각자 한두 문장으로 정리할 시간을 가진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4주째인 이날은 <그녀 이름은>을 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윤정수(52)씨는 “이 책을 혼자 읽었다면 우울했을 것 같은데, 이렇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내 삶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치유받는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여자가 여자를 지지해주고 위로해주는 게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김예은(21)씨는 “혼자서 읽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으니 생각이 확장되는 것 같다. 지금 중간고사 기간인데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고 했다. 김나영(41)씨는 “지난해 1년 동안 동주민센터에서 책 읽는 모임을 했는데 구성원이 모두 비슷한 연령대의 주부들이었다. 여기는 20~50대로 연령대가 훨씬 넓고, 하는 일이 다른데도 공감이 되고 하나로 연결되는 느낌이라 좋았다”고 했다.
책 읽는 모임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 권의 책을 각자 읽고 토론하거나, 여럿이 함께 모여 같은 책을 나눠 읽기도 한다. 각자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읽고 소감을 나누기도 하고, 특정한 장르의 책만 읽는 곳도 있다.
서울도서관은 지난해 초 25개 자치구와 서울시교육청이 파악하고 있는 독서동아리 1439개의 실태조사를 했다. 이 가운데 1054개 독서동아리가 응답한 결과를 보면, 도서관 기반 독서동아리가 976개, 학교·복지관 등에 기반을 둔 독서동아리가 33개, 동아리 회원들이 자체 결성한 독서동아리가 45개였다. 독서동아리 회원은 모두 1만958명으로 동아리 평균 10.4명이 활동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임 주기는 격주 1회 모이는 동아리가 379개(36.0%)로 가장 많았고, 월 1회 374개(35.5%), 주 1회 230개(21.8%) 순으로 나타났다.
몇 년 전 정년퇴임한 김아무개씨는 올해 초 용산구 남산도서관에서 회원 모집 광고를 보고 ‘화요독서회’에 가입했다. 2014년부터 한 달에 책 한 권을 읽고 토론하는 화요독서회는 지난달에는 최진석의 철학서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놓고 이야기 나눴다. 김씨는 “같은 책을 읽더라도 혼자 읽을 때와 여럿이 함께 읽을 때는 보고 느끼는 부분이 다르다”며 “토론이 끝난 뒤 도서관에 남아 그 책을 다시 읽었는데, 토론 전에는 그저 지나쳤던 부분이 눈에 다시 들어와 마치 책을 새롭게 읽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꼽은 또 하나의 장점은 책을 ‘편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여기 오지 않았더라면 읽지 않았을 책을 읽게 된다는 게 독서회의 묘미”라며 “시간과 건강이 되는 한 꾸준히 참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서울시는 2022년까지 독서동아리를 1400여 개에서 3천여 개로 2배 이상 늘리는 내용을 담은 ‘도서관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독서동아리 공유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금은 서울시 전체 독서동아리의 자료가 모인 곳이 없어 독서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어도 어디에 어떤 독서동아리가 있는지 찾기 어렵다. 독서동아리 관련 사업 예산이 교육청, 지방자치단체,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눠 집행되면서 자료가 공유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도서관에서 파악한 독서동아리 1400여 개 안에도 민간, 직장 등에 있는 독서동아리는 빠져 있다.
서울도서관은 “공유플랫폼이 각 지역 독서활동의 구심점이자 서울 지역 독서동아리끼리 정보 교환의 창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 서비스를 목표로 공유플랫폼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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